S#1. 그녀, 참 시원하다.
오후 3시 무렵, 고수2방에 들어가면 통렬한 라이브 음방이 열린다. 어떤 노래든지 신청하면 풍부한 성량을 지닌 그녀가 거침없이 들려준다. 어떤 노래든지 그녀가 부르면 그녀 특유의 창법에 따라 그녀의 노래로 각색이 된다. 그녀는 노래의 절정이 어디쯤에 위치해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능숙하게 노래를 어르고 달래다가 절정에 다다르면 들숨을 허파꽈리에 잔뜩 저장해두었다가 폭발적인 샤우트 창법으로 내지른다. 빠른 리듬의 노래는 더 없이 경쾌해 흥이 솟구치고 느린 발라드는 더 없이 서러워 심금(心琴)의 현(絃)을 마구 울려버린다.
마음의 울림, 그것이 곧 감동 아니던가?
고수2방에서 매일 음방을 여는 민재연 씨는 수시로 타이젬 유저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라 해도 스스로 감동하지 않으면 청취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법.
그녀는 부를 때마다 노래에 취해버린다, 그래서 대화창에 유저들의 감탄사가 주르르 올라간다. 정말 괜찮은 음방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화술이 훨씬 통쾌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멘트를 날리는데 어찌나 시원한지 살얼음 수정과 한 사발을 들이키는 기분이다.
거침없는 그녀, 민재연 씨를 만나 보았다.
 |
S#2. 한때 아팠으나 그 통증도 즐기고 싶다
인천시 연수구청 주변의 카페 골목. 길모퉁이에 ‘열린음악회’라는 라이브 카페가 보인다.
비 내리는 오후 5시, 카페들은 아직 잠들어 있었지만 유저수첩 취재 팀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민재연 씨가 문을 열어주었다. 지하의 라이브 카페는 아담했다. 그리 좁은 면적은 아닌데 그 곳을 지키는 위풍당당한 여걸들 때문에 더 아담해보였는지 모른다. 민재연 씨가 자신을 닮은 후배를 소개해준다.
“밤실이라고 해요. 예쁘죠?”
“헉, 방실이 언니 닮았네요?”
“후훗, 맞아요. 이미테이션 가수랍니다.”
“아아, 그렇군요! 기발한 작명입니다.”
성격 화통한 민재연 씨가 대뜸 밤실 양을 채근한다.
“뭐 하니? 밤실아. 환영 인사로 한 곡 뽑아야지.”
밤실 양은 군소리 없이 무대로 올라가 방실이의 히트곡을 내리 뽑는다. 인터뷰고 뭐고 일단 노래부터 들어보라는 얘기다. 손님이라고는 취재 팀밖에 없는 썰렁한 분위기인데 밤실 양은 최선을 다해 앵콜 곡까지 들려준다. 그 다음에 민재연 씨도 환영인사를 잊지 않는다. ‘울지 마요’와 ‘여러분’을 부르는데 카페의 홀이 진공상태에 빠진 착각이 든다. 엄청난 성량과 내공으로 찾아온 이들을 압도해버린다.
 ▲ 민재연 씨의 동료이자 제자인 밤실이는 타이젬 음방에서도 가끔 대타로 자리를 지키는 의리파다. |
 ▲ 18번 '울지마'와 '여러분'을 부르며 엄청난 성량과 내공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민재연 씨. |
민재연, 그녀는 유명한 가수 M의 친 언니다. M 이라는 이니셜을 쓰는 이유는 민재연 씨의 부탁 때문이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고, 동생의 유명세에 동승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니셜을 쓰되 살짝 그 가수의 히트곡을 언급하고자 한다.
‘보고 싶은 얼굴’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내 인생은 나의 것’ ‘사랑은 이제 그만’ 등을 히트시킨 M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M의 프로 근성과 노래를 아끼는 골수 팬이다. 민재연 씨의 조바심을 모르는 바 아니나 당신의 삶을 스케치하기 위해서는 배경에 서 있는 동생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M은 칼칼한 음색이 일품인데다가 고혹적인 무대 매너와 표정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일류가수였다. 언니 재연 씨의 노래 실력도 동생 못지않았으나 엄마는 장고 끝에 동생을 연예계로 진출시켰다. 집안에 스타 둘을 키우기는 힘들었다. 언니는 좋아하는 노래를 접고 일찍 결혼을 해 평범한 전업주부로 한 가정에 충실해야만 했다. 그러나 혈액 속에 녹아있는 노래의 DNA가 계속 꿈틀거렸다. 마흔이 넘고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자 비로소 부담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주부가요열창]에 나갔는데 단번에 대상을 먹었다. 그 것이 데뷔 무대인 셈이었다.
그리고 제1회 남인수가요제 대상을 비롯해 각종 노래자랑에 나가 40여 개의 트로피를 휩슬어버렸다. 그러나 동생처럼 잘 나가는 스타가 되기에는 너무 스타트가 늦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했다. 노래를 청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달려가 부르고 또 불렀다. 사할린 할머니들 위문공연, 불우 청소년 격려공연, 주부가요교실 등등, 언더그라운드지만 민재연 씨는 기분 좋게 마이크를 잡았다. 인천 연수구에 조그만 라이브 카페를 차려 팬들을 위한 상설 스테이지도 마련했다. 그 카페에 동생 M이 찾아와 언니 격려 공연을 해주던 날, 재연 씨는 속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M은 처음에 언니가 노래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었다. 가창력은 뛰어나지만 너무 늦었기 때문에 언니가 상처 입을 가능성이 많아 만류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나 이제는 언니의 열정과 소박한 꿈을 알기에 흐뭇하게 지켜보고 박수를 보낸다.
 |
S#3.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그녀는 2집 앨범을 낸 가수다. 그러나 타이젬 유저라면 어렵지 않게 매일 고수2방 대국실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친구다. 단 한 사람이라도 민재연의 노래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타이젬에 음방을 개설해놓고 라이브를 들려주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음악사이트에서도 라이브 음방을 운영해봤지만 타이젬 회원들처럼 당당하고 정감 있는 지지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녀는 전한다.
그래서 매일 두 차례씩 음방을 연다. 집의 작은 방에 아예 방송 전문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상가에 위치한 주택이라 방음이 안 되는 편이고 워낙 성량이 커서 노래를 부르면 이웃집에 민폐를 끼치기 십상인데 워낙 노래가 시원해서 항의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소문이다.
타이젬에서는 라이브 동호회도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하늘이 내려주신 목소리를 밑천으로 사회 구석구석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게 그녀의 소망이다. 가을과 연말에 타이젬 회원들과 함께 불우이웃 위문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노래를 좋아하시는 유저 여러분들이라면 고수2방의 민재연 음방을 꼭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그녀는 타이젬이 숨겨놓은 큼직한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