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젬9단분석
3586-지하 요새(要塞)
3586-지하 요새(要塞)
2008-11-07 오전 11:14: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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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937년 중국을 침략한
이래 1941년 미국의 경제 제재와 석유금수조치에 반발해 진주만을 기습했다. 절치부심하던 미국은 이듬해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의
주력 항공모함과 유능한 공군 조종사들을 수장(水葬)시켰다. 두 달 후에 '과달카날섬'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은 1942년 8월부터 1943년 2월까지 무려 6개월 동안의 긴 전투를 했다. 섬 전체는 정글로 뒤덮여 있었고 낮에는 38도의 살인적인 더위와 연간 강우량 4300mm의 폭우도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정글 안의 전투는 캄캄한 밀실에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많은 병사들이 아군조차 분간하기 힘든 어두운 정글을 이동하면서 커다란 공포를 맛보았으며 어느 순간 적의 저격수가 소리 없이 생명을 앗아 갔다. 정글 안에서는 아주 조그만 소리를 내도 일본군의 집요한 공격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 대책으로 미군은 정글을 화염방사기로 불태우기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미군은 일본 본토 공격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도쿄에서 남쪽으로 1,250Km 떨어진 화산섬 '이오지마' 공략에 나섰다. 이 섬에 배치된 2만 1천명의 일본군은 태평양 섬의 지형을 이용해 동굴 주변에 최적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미군은 무려 2만여 회에 이르는 폭격을 가했지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이 섬은 화산재 때문에 참호를 파는 것이 불가능했고 나무가 거의 없으며 뜨거운 유황온천과 모래사장만 이어져 있어서 미 해병대가 상륙하는 도중에 많은 병력 손실을 입었다.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한 미군이 땅 위를 활보한 반면에 본토의 지원이 끊기면서 옥쇄를 감행한 일본군은 지하 요새에 머물며 햇빛을 거의 구경하지 못한 채 시들어 버렸다.
오늘 소개할 타이젬 9단은 일본의 3586이다. 그는 2005년 7월 40연승으로 9단이 된 이후 지금까지 1349전 905승 444패로 승률은 67%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많이 두면서도 아직까지 8단으로 미끄러지지 않은 것은 3586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다. 그는 빅매치가 많이 열리는 밤 보다는 오전이나 낮에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것은 그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필자와 생활리듬이 비슷해 보인다. 나는 오랫동안 밤에 늦게 자는 생활을 해보았으나 몸이 무거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원래의 신체리듬을 되찾았다. 3586은 모 기전 전야제 임전소감에서 "해봐야 알겠지만 타이틀을 쉽사리 넘겨줄 수는 없다. 이틀걸이 바둑은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가 많다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타이틀을 방어하고 "너무 잘 풀렸다. 한 판 한 판이 위험했지만 버텨야 할 곳에서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고 과감하게 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 같다. 하지만 과한 수도 많았다."라고 피력했다. 당시 입회인을 맡았던 전문기사 A는 3586의 형세판단은 정밀하고 순발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의 라이벌 B는 "가장 두려운 것은 바둑에 전력으로 매달리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차이가 나더라도 언제 역전될지 몰라요. 그는 이 길 하나뿐으로 다관왕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3586의 성실함과 장래성을 인정했다. 3586은 냉철한 기사이지만 B와의 대전에서 승리한 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그는 자신과 인연이 없던 B의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여러 차례 도전자로 나섰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는 국내기전에서는 훌륭한 성적을 냈지만 세계대회에 나가면 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가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은 직후 "국내에서 다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는 인연이 없었지만 무관으로 떨어진 다음에 우승한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몇 년 전 3586의 대국 장면을 보고 한국의 전문기사 M은 "나뭇가지에 먹을 묻혀 글씨를 삐뚤삐뚤 쓴 것 같은 필체와 경지에 오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치졸(稚拙)하고 고졸(古拙)함을 보았다면서 상식의 틀을 깨는 그의 수법이 놀랍다."라고 즐거워했다. 3586의 대국을 지켜보면 수비가 견고해서 상대방이 공격을 하더라도 큰 이익을 보기가 힘들고 대마를 잡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의 대마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은 마치 태평양 전쟁에서 과달카날섬의 정글과 이오지마의 지하요새를 공격하는 것처럼 힘이 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공격측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므로 어지간해서는 칼을 뽑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다음은 중국의 icaoicao와의 대국으로 3586이 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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