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단 대국의 진기록, 310집 차이
정초 1월 3일, 점심 무렵 흥미로운 대국 실이 눈에 띄었다. 동양의빛, 절대지존, 블링블링, 쌍코(P) 등의 강자들과 수시로 칼을 섞는 중국의 일류검객 daxiang이 8단으로 강등되어 분노의 핵주먹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현장. 상대는 새앗시볼 8단이었다. 8단 대국인데 관전자가 이백 여 명 이상 바글거리더니 삼백 명까지 넘어섰다. 승패는 이미 초반에 결정 났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수순이 길게 이어졌고 계가를 해보니 daxiang의 310.5집 승리.
 | 바둑판 우상 쪽에 간신히 흑 말 한 마리만 숨을 헐떡거린 채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전멸이었다. 바둑에서 삼백 집 차이나는 장면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명국이 아닌데도 종료 후 관전자들이 나가지 않고 대화창에 소감들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바둑 내용과 관계없이 절친한 기우들이 많아 보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대기실 대화창에서 다시 새앗시볼 8단을 발견했다.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는 김추자의 노래를 열심히 자판으로 때리는 중이었다. 사이사이 기우들의 인사가 끼어들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 연말 타이젬 기네스에 대기실의 시인으로 소개됐던 새앗시볼 8단, 역시 독특한 캐릭터다. 퇴근하면 곧바로 타이젬에 들어와 그렇게 노래를 불러야 하루의 스트레스가 쫙 풀린다고 대답한다.
불특정다수의 회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대화창에 노래를 부른다는 것. 존재의 표현일까? 아니면 밝은 에너지를 뿌리고 싶은 것일까? 새들의 노래처럼 가객의 노래도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 아이디는 어머니가 사용하는 화장품 이름이라고 한다. 갓 시집 온 새아씨의 발그스름한 볼을 뜻한다. 그러나 아이디처럼 수줍은 새아씨가 아니다. 활달하고 명랑하다 못해 조증(躁症)의 기운까지 감지되는 나이 불혹(不惑)의 사나이다.
#2. 항구를 떠돌다
그가 사는 곳은 1번 국도가 시작되는 전남 목포. 현재 한국제약 증류 실에 근무하면서 심해상어 원료를 정제하고 있다. 사주에 역마살이 끼어 꽤나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철로보수원으로 두 줄 평행선의 레일 위를 원 없이 걸어보기도 했고. 남태평양에 가고 싶어 항해사 자격증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징어잡이 배를 몇 번 타보고 바다가 무서워 꿈을 접었다고 밝힌다. 대양으로 가는 관문 부산항에서 그렇게 한동안 서성이다 울산으로 올라가 정유회사에 들어갔다. 방사선투과검사원으로 근무했다고 하니 마음만 먹으면 까다로운 회사에 곧잘 입사하는 비장의 실력이 있지 않나 싶다.

| | 그렇게 대양을 꿈꾸던 사나이는 남해와 동해 언저리를 떠돌다 다시 서해의 출발점이자 고향인 목포로 돌아와 정착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향이 된 타이젬에도 자리를 잡았다. 활발한 성격 때문인지 등록된 친구가 무려 천 명이라고 한다. 인사 몇 번 나누면 누님이 생기고 형님이 생기는 곳. 마흔이 되도록 떠도느라 챙기지 못했던 영혼의 반쪽도 타이젬을 통해서 만나 교제중이다. 절친한 타이젬의 누님이 소개시켜준 것이다. | 이쯤 되면 새앗시볼 8단에게 있어 타이젬은 그 어떤 사회보다 소중한 공간일 터. 타이젬 대기실의 문을 활짝 열어놔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그의 말이 허풍으로 들리진 않는다. 향기나라 동호회 부시샵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기우들과 친분을 나누고 있다. 미니홈피에 실린 미녀 여동생들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물론 타이젬 식구들이다. 음방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판으로 가사를 치는 취미. daxiang에게 네 번이나 만방으로 깨지면서도 상대가 8단으로 강등되기만 기다리는 매저키스트^^. 대기실 친구들에게 티 머니를 나눠주기 위해 퀴즈를 출제하고 부자들의 협찬을 유도하는 로빈훗.
그의 주머니가 빌 때쯤이면 마음 넉넉한 스폰서들이 알아서 조금씩 채워준다고 한다. 채워지면 부랴부랴 대기실로 달려와 퀴즈를 낸다. 이런 재미를 모르는 회원들에게는 지극히 사소한 허사로 보이겠지만 새앗시볼 8단은 그런 평판에 개의치 않는다. 남들이 말하는 그 사소함이 자신에게는 전부라며 달갑게 받아들인다.
#3, 친구와 있어도 친구가 그립다
식객(食客)의 저자 허영만 화백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절로 찬탄이 터져 나오는 명언이다.
타이젬의 가객(歌客) 새앗시볼이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내 타이젬 친구등록 숫자와 동일하다.” 그 말이 절대 진실은 아니라도 그리 믿고픈 그의 주장에 한 표를 던진다. 그리 믿으면 그리 흘러가게 되어있는 법이니까.
 ▲ 새앗시볼의 미니홈피에 있는 친구들. 태희(왼쪽)와 꽃님. | 앞으로 세상은 온과 오프 두 개의 세상으로 공존하게 될 것이다. 아니 벌써 온라인의 세계가 오프보다 현실적인지도 모른다. 오프의 친구는 한 달에 몇 번 만나기 어렵지만 온의 친구들은 매일 만나고 밤새 애환을 나누지 않는가? 그렇다면 새앗시볼 8단의 대기실 원맨쇼도 혹시 한발 앞서가는 온라인의 벤처 테크닉은 아닌지 모르겠다.^^
베팅대국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음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친구 1천 명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노하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2009년 유저수첩의 첫 인물로 새앗시볼 8단을 소개해드린다. 앞으로도 그가 지금보다 많은 친구들과 정을 나누고 이 소사이어티에 긍정의 동력을 제공해주기를 빈다. (퀴즈 상금으로 필자도 소정의 티 머니를 협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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