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전] ● 저우쥔쉰(대만) ○ Fairy(P)(한국)

동양생명배 본선32강전은 8명씩 1개조로 총 4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조별 스위스리그로 3라운드를 펼친 다음 조1․2위가 8강에 진출하게 되는 방식이다. 8강전부터는 넉다운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며, 준결승과 결승은 3번기로 치러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경기 방식이 매번 대회마다 조금씩 바뀐다. 유저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거의 전적으로 익명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P)로 프로임을 나타내게 되고, 어떤 이는 순수 아이디로만 참가한다. 순수아이디로 참가해도 그가 프로임은 자명하다. 프로기사도 타이젬에서 8단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 동양생명배에 출전하는 타이젬 9단 정도의 실력이면 단순히 프로가 아니라, 유명기사는 거의 다 출전한다고 보면 된다.

또 ‘난다 긴다 하는’ 연구생들이 모두 몰려든다. 그들도 스파링치고는 최고의 파트너가 즐비한 이 공간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본선32강에 출전할 순수 아마추어는 거의 한명도 없을 없다. “한국기원 공인 5단이면 타이젬에서는 4단”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고수들이 총집결해있는 사이트이다.

<실전>으로 돌아와서-. 지금 좌하귀는 두다 만 곳 같다. 피차 먼저 손을 쓰게 되면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입힐 만큼 급한 곳이다. 그러나 흑으로서는 이곳을 손대자니 좌변 흑 대마와 상변 흑 대마가 위태롭다.

저우쥔신 9단은 그렇지 않아도 좋은 바둑을 무리할 필요야 있겠냐는 투로 흑1로 틈새를 나가고 본다. 물론 좌변 흑 말에다 손을 대면 확실히 살겠지만 그것은 비굴한 생존이다.

흑1로는 <참고도> 흑1~흑7까지 알뜰하게 집을 차지하고 싶다. 그러나 이 경우엔 12로 치중하는 급소가 비어있어 삶이 불확실하다고 본 것이다. 백10으로 튼튼히 이어져있는 점에 주목하자.

<실전>흑9까지 확실히 살아있게 된 것은 다행인데, 그 죄과로 백8의 급소를 당해 또 상변을 살아야 한다. 흑11이 급소이다. 백14로 압박하자 저우쥔신 9단은 비굴하게 흑‘가’로 살지 않고 흑15로 끊어서 흠집을 만들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백20까지는 흑이 괜한 손찌검이었다. 결국은 25,27로 젖혀 잇고 산다. 왜 15~20까지가 악수이냐 하면 백‘나’ 흑‘다’ 백‘라’로 살아오는 뒷  맛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은 흑이 우위인 것 같다. 계가를 해본다면, 백 집은 우상귀가 최대한 9집이고 최소한 4집이니 중간치로 6집. 좌상귀가 12집. 좌하귀는 백이 약점을 지킨다고 보면 14집. 상변이 6집. 토털 38집에다 덤을 합쳐 45집 정도이다.

반면 흑은 우변만 35집 가량이다. 상변이 5집, 좌변이 5집. 여기까지가 45집이다. 하변 두터움은 계산도 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