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유럽바둑 콩그레스에 참가하는 유일한 가족
7월 하순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유럽바둑 콩그레스 한국참가자 중에 일가족이 포함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타이젬 회원 ‘용인친구 1단’이다. 기억하기 아주 쉬운 이 아이디는 말 그대로 용인 사는 분이고 ‘좋은 친구 동호회’에서 활동하기에 지은 이름이다.
용인친구님의 본명은 김종국. 경희대학교 법대교수로 재직하면서 용인에서 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어 투 잡(Two job)에 바쁘지만 매년 바둑여행은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열혈바둑마니아다.
작년 스웨덴 렉산드 바둑 콩그레스에 참가해 보름 내내 오로지 바둑만 생각하고 바둑에 빠져 지냈던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큰 맘 먹고 대학 3년생과 1년생 두 아들을 데리고 훌쩍 네덜란드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 김종국 교수. |
바둑실력은 약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하는 바둑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준 두 아들이 너무 고맙다며 보름 동안 후회 없이 수담을 나누고 돌아오겠다며 활짝 웃는 김종국 변호사(사시27회). 그를 우연히 바둑신문사에서 만났다. 초면이지만 타이젬 식구라는 것을 확인하고 단 번에 포옹했다.
“우와, 3부자가 함께 바둑여행을 가다니 부럽습니다.”
“평소에 함께 할 시간이 드물지요. 이럴 때라도 좀 무리해서 부자간에 정을 나누고 바둑도 배워야지요.”
“바둑이 아무리 좋아도 보름을 한 곳에 머물며 바둑만 둔다는 것은 좀 지겹지 않습니까? 그것도 유럽까지 간다니 관광의 유혹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유럽의 풍광이야 언제 봐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작년에 함께 여행했던 노영하 사범님과 여성바둑연맹 회장님, 그리고 많은 바둑 인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를 떠나 동일한 취미를 공유하는 벗들과 보낸 시간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 두 아들과 함께 간다니 언뜻 여유로운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유럽 바둑 콩그레스 예찬론을 계속 듣다 보니 정말 굉장한 바둑 마니아라고 인식을 수정하게 된다.
S#2. 풍류(風流)의 끝은 바둑이로다
그를 만나던 날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비에 발이 묶여 우리는 꼼짝없이 두어 시간을 함께 신문사 응접실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날씨가 이러하니 가사(歌詞) 한 곡조 읊고 싶네요. 들어보실랍니까?”
느닷없이 유리창 밖을 힐끔 돌아보더니 그가 아주 자연스럽게 가사를 읊기 시작했다.
“저기 가는 저 부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이 계시는 대궐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저문 날에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고?”
정철의 속미인곡(續美人曲)에 그가 삼체장단으로 가락을 붙여 만든 노래라고 했다. 상당히 긴 가사를 한 차례도 막힘없이 끝까지 술술 구수하게 불렀는데 도중에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잠드는 대목을 표현하는데 아주 특이하고 절묘했다. 과연 그냥 찍기 실력으로 고시를 패스한 게 아니라는 듯 대단한 암기력과 독창적인 작곡 솜씨를 보여준다.

▲ 경희대 법대 풍물동아리 '풍물사랑' 20주년 기념공연(왼쪽)과 경희대 법학관 개관기념 홈커밍데이 축하공연. |
그는 풍물에도 일가견이 있어 경희대학교 학생들의 대동제 때 단골손님으로 초빙된다고 했다. 바둑여행 길에서도 김 변호사는 항상 구수한 트로트로 분위기를 띄우곤 해 ‘활명수’로 통한단다.
그의 인상을 보면 어쩐지 지적인 느낌보다 힘이 먼저 느껴지지 않은가?
차마 직접적으로 물어보긴 실례인 듯싶었고 나중에 미니홈피를 방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힘의 증거’가 드러난다.

▲ 2003년 용인시장배 팔씨름대회에서. |
용인 토박이로 태어나 그 동네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수재인 것도 모자라 힘이 장사고 노래면 노래, 그림이면 그림 두루 못하는 게 없으니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화사한 색감을 자랑하는 그의 그림을 몇 커트 소개한다.

▲ 그림이 천진난만하고 색감이 화려하다. 윗줄 그림 설명(왼쪽부터) '와아~ 박태환', '아자 히딩크', '발바닥' |
그렇게 다양한 취미생활의 종착역이 바둑이라고 했다.
“경희대학교 교수회에 바둑클럽이 있습니다. 처음에 7급 정도 실력이라 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바둑을 못 두면 그 클럽에서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두기 시작했죠. 그러다 여기까지 온 겁니다. 이제는 바둑이 최고에요. 타이젬의 좋은 친구 동호회가 남부 50명 북부 50명 그렇게 100명이 모여 활동하는데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사회 각계각층에 많은 커뮤니티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바둑동호회 벗들이 가장 반갑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고 바둑판과 돌만 있으면 흔쾌히 어울릴 수 있는 그 순수함 때문에 끌림이 강한가 봐요.”
S#3.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는 법과 바둑이 좋습니다
‘용인친구 1단’ 김종국 변호사는 환경전문 변호사로 언론지면에 자주 알려진 인물이다. 천성산 터널 분쟁 때 TNT발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문제화했고, 용인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인근 골프장의 책임을 완벽하게 밝혀내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도 했었다.
골프장 너머 반대편 산사면이 무너져 내렸고 천재지변으로 넘어갈 법한 일이었는데 그는 골프장 조성 때 암반발파 방법을 주도면밀하게 조사하고 용인 지역의 역대 강우량을 분석해 사고의 원인이 골프장에 있음을 입증해냈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사건에 따라 화학, 물리학, 심리학, 역사 등 모든 학문을 연구해야 하므로 그런 지적탐구가 자신을 항상 긴장시켜서 좋다는 것이다.
그런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취미도 필요하기에 음악과 미술, 운동 등 닥치는 대로 섭렵했는데 그 끝에서 만난 바둑의 이치가 너무 오묘해 미치겠다고 부르르 떤다.
참 유쾌하고 구김살 없는 캐릭터의 소유자다.^^

▲ 제자들과 함께. |
“누구나 낯선 길은 두려워 하잖아요? 저도 처음 바둑을 못 둘 때 바둑 두기가 겁났지요. 그래서 일부러 장기에 전념했어요. 책도 사 보며 연구하니까 장기는 금방 늘더라구요. 그런데 장기를 둬줄 파트너가 찾기 힘들었어요. 어쩔 수 없이 바둑을 공부해야 했지요. 하하하.”
현재 타이젬에서 1단을 두지만 아직 1단 기력은 아니라고 솔직히 밝힌다.
“동호회 회원들이 상향조정해준 겁니다. 유럽 가는데 그 정도 간판은 필요하다나요. 하하하 앞으로 타이젬 대국실에 자주 들러서 바둑을 둘 겁니다. 유저수첩을 통해 저를 기억하게 될 고수님들 계시면 겸허하게 한 수 지도해 주십사 당부 드리고 싶네요.”
유쾌하다 못해 발랄하기까지 한 김종국 변호사를 여름 유저수첩 주인공으로 소개해드린다. 바둑 친구로도 좋지만 법적인 문제로 고민하시는 기우님들 있다면 ‘용인친구’ 아이디에 SOS쪽지를 보내셔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