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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Good bye! 정연주 기자

타이젬을 떠나는 정기자를 보내며

2009-07-09 오후 5:27:21 입력 / 2009-07-09 오후 5:55:22 수정

S#1. 경쾌한 그녀가 떠나간다.

‘넹넹’은 경쾌한 마음의 부호라는 표현으로 유저수첩 10회 주인공으로 타이젬 정연주 기자를 소개했던 적이 있다. 취재 대상자와 문자로 인사를 나눌 때 그녀는 일단 ‘넹넹~’사인부터 날리고 본다. 고양이 걸음처럼 가벼운 탄성에 대부분의 상대들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

2004년 6월부터 2009년 오늘까지 5년 동안 타이젬 콘텐츠 팀의 기자로 열심히 바둑계를 뛰어 다녔던 정연주 기자가 7월 17일 자로 퇴직한다. 세계적으로도 몇 명 찾아보기 힘든 여성 바둑기자 중에서도 거의 독보적으로 맹활약을 했던 경쾌한 행보의 정 기자가 떠난다니 섭섭할 분들 많으리라.

바둑계에서 5년 수업을 쌓았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공이 실린 필봉을 휘저을 법한 시기인데 조용히 펜을 내려놓는다는 게 참 아깝다. 왜 갑자기 떠나는 것일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둘러보고 싶어요."

그녀, 언제나 지적 호기심이 가득해서 기자로 활동하는 틈틈이 해외 여행을 자주 다녔었다. 알려진 관광지보다 인도, 이집트 등의 오지를 일부러 찾아다닌 것이다. 또 그 바쁜 와중에도 대학원에서 언론정보학 공부를 했었다.

1년 정도 어학연수를 위해 타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싶어 결행한 계획이니 어찌 말릴 수 있으랴?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타이젬 회원들에게 바둑계 소식을 성실하게 전해줬던 메신저 정연주 기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장도(壯途) 기원의 메시지를 유저수첩을 통해 전한다.


S#2. 행복한 바둑기자

그녀가 바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때, 수원에서 송태곤, 조혜원, 한해원 등과 함께 도장을 다녔던 바둑 꿈나무 출신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학업과의 병행 문제로 프로의 길을 접어야했다. 그러나 어려서 접한 바둑이 늘 영혼 깊숙이 자리 잡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명지대 바둑학과에 진학해 바둑의 본질에 관해 학문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타이젬에 입사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자생활을 해왔으니 거의 프로 기사에 버금가는 바둑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바둑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바둑판 사건 때 재판 과정 취재를 위해 수 없이 서울 부산을 왕복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정연주 기자의 이름이 바둑매체들 사이에서 반짝 떠올랐던 시기가 바로 바둑판 사건 공판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워낙 불미스럽고 여러 사람의 명예가 걸린 사안이라 기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까다로웠는데 그녀는 야무지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금기에 가까운 기사를 타이젬 대문짝에 걸었던 것이다.

실로 조심스러웠지만 그 취재를 통해 진실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투영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엘지배 32강전이 끝나고 백담사 계곡 길을 이창호, 이세돌 사범과 오래도록 함께 걸었던 장면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세계적인 승부사들과 그런 시간을 갖기는 좀처럼 어렵잖아요? 그 눈처럼 맑고 순수한 웃음을 지어보였던 사범님들이 그땐 정말 어린애들 같았지요."

그런 상황에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이 바둑기자들에게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태백산 천제단 대국 때 이창호, 최철한 사범과도 산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갔었어요. 먼 길을 동행하면서 모처럼 바둑을 떠나 친구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마음 편하게 나누었던 기억이 새롭구요."

그렇게 바둑대회 현장을 찾아다니다 보니 세계의 대표적인 기사들과도 친해져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보통 한중일 대표기사들은 취재하기도 어려운 판인데 이제는 국제대회 전야제 행사 때 외국의 기사들이 먼저 정 기자에게 다가와 인사를 전하기도 할 정도니 이쯤 되면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직함 앞에 붙어도 되는데 일 좀 할만한 타이밍에 이별이라니 아쉬울 따름이다.


S#3. 승부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요

"큰 승부에서 승리한 챔피언보다 패자와 심도 있는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기자 직을 접으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중요한 대회 결승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 대국자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바둑을 두는지 실감하게 된다.

"승부가 끝나면 승자나 패자나 녹초가 돼서 숙소로 돌아오면 그대로 쓰러지곤 합니다. 그래도 승자는 승리의 기쁨 때문에 피로가 덜하겠지요. 패자는 자책감과 아쉬움에 시달립니다. 또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지요. 그러나 제가 볼 때 명국의 현장에서는 승패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정말 두 사람이 결정적인 길목에서 최선을 다해 기량을 겨루는 그 자체가 예술이라 생각되더라구요. 그런 명국을 함께 연출하고 나면 승자와 패자 모두 뿌듯할 수 있지요. 다정하게 복기도 하고 이후의 만찬에서도 흔쾌히 건배할 수 있는 모습, 아름답지 않나요?"

그러므로 승자에게 할애되는 지면만큼 패자에게도 조명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가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제가 존경하는 이창호 사범이 우승을 했으면 싶었는데 계속 준우승만 하시는 거예요.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에 편안한 인터뷰를 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런가? 하긴 국보 급 이창호 국수의 우승 소식을 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떠나는 길에도 인터뷰 욕심을 살짝 피력하는 정연주 기자. 쉽지 않은 모험을 결연하게 택하는 용기가 가상하면서도 어쩐지 다시 돌아왔을 때 틀림없이 좀 더 진화한 모습으로 바둑계를 스케치하지는 않을까? 예측해본다.

타국에서 다른 공부를 하더라도 타이젬은 늘 곁에 두길 바란다. 정연주의 칼럼도 쓰고 아메리칸 콩그레스 바둑대회도 특파원으로 취재하고 대국실에도 들러 기우들과 틈틈이 정겨운 대화 나누길.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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