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불새’는 MBC에서 2004년 4월 5일 첫회를 시작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해 총 26회까지 연장 방영했다. 드라마 불새의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에 내가 그 사람을 지금 만났더라면······. 사랑은 시기(始期)가 중요하다. 옛사람을 덜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상황이 맞을 때 그 때라는 것이 평생의 짝을 정해주는 것 같다. 사랑했지만 그 때라는 것이 아직 아니었기에 헤어졌던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둘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다. 게다가 운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상황을 서로 뒤바꾸어 놓았다.
오렌지족 아가씨였던 여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파출부가 됐고, 고아 출신의 가난한 고학생이던 남자는 남부러울 것 없는 기업가가 됐다. 이제 두 사람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 철부지였던 여자는 이제야 세상을 알았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남자는 성공을 통해 여유로움을 알았다. 비로소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면서 그들의 사랑은 시기가 무르익어 갔다. 며칠 전 제 1회 Sky바둑배 시니어 연승 대항전 시상식이 있던 날이었다. 우승을 차지했던 명인팀 선수들의 짤막한 인터뷰. 그리고, 5연승과 6연승을 달성했던 조훈현 서능욱 두 기사는 연승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고기를 뒤집고 있던 나의 양 옆과 건너편에는 세 명의 전문기사가 바둑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다. 필자: 요즘 인터넷 대국은 자주 하십니까? A: 두다가 지면 어찌나 시끄러운지 쌍시옷자가 나와요. 그래서, 자중하죠. 저는 인터넷 장기도 그것 때문에 끊었거든요. 하지만 관전용 아이디로는 가끔 타이젬에 들어옵니다.
필자: 중국 기사들 바둑 공부를 많이 하는 거 같죠?
A: 전에는 저랑 자주 두던 아이디가 있었어요. 최근 그 선수 바둑이 늘어서 이제는 나하고 안 둬줍니다. (웃음) 그리고, 중국 선수들이 아침에 타이젬에 접속해서 joonki를 8단으로 끌어내리면 흐뭇하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이번에 소개할 ‘아쉬워서’는 상당한 기량의 소유자다. 2006년 8월 22일 중국의 rrx와 첫 9단 대국을 시작한 아쉬워서는 9단 통산전적이 647전 405승 242패로 승률은 62.6%를 기록하고 있다.
아쉬워서는 항상 용돈이 모자랐던 것일까? 아니면 한 판의 바둑이 끝나면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복기를 하며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에 제 6회 동양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에 실명으로 출전했던 박지은 九段은 “한국·중국·일본·대만 중에서 눈여겨 보는 아이디가 있습니까?” 라는 기자의 물음에 아쉬워서를 꼽았다.
“아쉬워서가 대국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강하더라고요. 승률도 좋고요. 아직 아쉬워서랑 둔 적은 없지만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이번이 기회가 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이 대회에서 아쉬워서는 32강에서 중국의 RENNE에게 박지은 九段은 16강에서 철이(P)에게 각각 패하는 바람에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아쉬워서에게도 잊지 못할 아픈 과거가 한 차례 있다. hua·daxiang·lovevivien·4k_grubby에게 각각 2패 thestar·xibuch·jufzhn·원흥사·tiankong에게 각각 1패를 당하면서 계획에 없던 2군행을 통보 받았다. 아쉬워서의 대국을 살펴본 결과 그의 기풍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세를 중시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 둘째, 선이 굵고 수비적인 수 보다는 공격적인 수를 더 많이 둔다. 셋째, 맥,사활을 비롯해 기본기가 튼튼하고 초속기 중에도 실수가 적다. 넷째, 유일한 단점은 기복이 큰 편이어서 가끔 그의 팬들을 당혹케 한다.
아쉬워서와 대국한 주요 아이디를 분석해 보았다.
1. 아쉬워서 vs sxkr = 16 대 4 2. 아쉬워서 vs lxlx = 20 대 5 3. 아쉬워서 vs heibeil = 10 대 5 4. 아쉬워서 vs kongjugan = 12 대 4 5. 아쉬워서 vs 4k_grubby = 18 대 9 6. 아쉬워서 vs ysqs = 7 대 4 7. 아쉬워서 vs lfhs = 8 대 5 8. 아쉬워서 vs daxiang = 33 대 20 cf. daxiang(P)도 포함 9. 아쉬워서 vs gaoshan = 6 대 1 10. 아쉬워서 vs Lucky(P) = 4 대 0 11. 아쉬워서 vs 울아가(P) = 4 대 2 12. 아쉬워서 vs tryortry = 13 대 10 13. 아쉬워서 vs xxoopp = 12 대 11 14. 아쉬워서 vs thestar = 8 대 7 cf. thestar(P)도 포함 15. 아쉬워서 vs hua = 18 대 14 16. 아쉬워서 vs emaciated = 4 대 3 17. 아쉬워서 vs tdqm = 4 대 3 18. 아쉬워서 vs qitianxia = 5 대 3 19. 아쉬워서 vs mijiaer = 5 대 3 20. 아쉬워서 vs allKO(P) = 1 대 2 21. 아쉬워서 vs 블링블링(P) = 2 대 4 22. 아쉬워서 vs 의천검 = 1 대 3 23. 아쉬워서 vs GoldHammer = 4 대 5 24. 아쉬워서 vs lovevivien = 6 대 10 25. 아쉬워서 vs dangni = 3 대 5 26. 아쉬워서 vs jufzhn = 2 대 6 얼마 전 제 14회 삼성화재배 32강전의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 5명 중국 10명 일본 1명으로 한국이 중국에게 숫자면에서 크게 뒤진 것이다. 많은 인구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집단 연구를 하는 중국이 자율 경쟁 체제인 한국을 앞서 가는 것은 어쩌면 미리 예상된 수읽기이고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보다 먼저 덤 7집반의 룰을 채택했고 그 결과 포석 연구를 거듭해 세계대회가 열리면 중국 기사들은 초반에 타국 기사들 보다 우위를 점한다. 중국의 주장인 구리九段과 부장격인 창하오九段의 포석은 한국의 전문기사들도 인정을 해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창하오九段은 세계대회에서 이창호九段에게 번번히 무릎을 꿇었으나 꾸준한 정진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했다. 그 결과 제 11회 삼성화재배와 제 7회 춘란배에서 이창호九段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제 1회 강원랜드배 한·중 대항전에서 4연승 제 9회 농심배에서 4연승으로 우승하며 단체전에서도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요즘 성적을 내는 신예기사들은 대국이 없는 날이면 입단 전에 다녔던 바둑도장에서 연구생들과 함께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바둑 공부에 매진한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오직 그들만이 한국 바둑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 또한 한국도 덤 7집반을 채택해 중국과 맞서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다음은 중국의 신흥 강자인 allKO(P)와의 대국으로 아쉬워서가 흑을 잡았다. | | | 최근 중국의 신흥 강호인 allKO(P)와의 흥미로운 대결이다.흑3으로 붙였을 때 백4로 응수를 물어보고 백6으로 되젖히며 우변에서 격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흑21까지 강수 연발이다. |  | | | | | | 백1부터 어려운 수싸움이다. 백11로 늘었을 때 흑12로 찌르고 흑14로 끊어서 두점으로 키워 죽인것이 어려워 보이지만 외길 진행이다. 우상귀는 단패가 됐고 흑은 그 댓가로 좌하귀를 연타했다. |  | | | | | 백1이 우변 흑 모양을 가르는 급소다. 흑2로 연결 자세를 취할 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흑은 상변을 지켰지만 백은 시원하게 한 점을 빵따내고 백 25로 다시 우변 흑을 핍박해온다. 어려운 중반전투! |  | | | | | 흑7까지는 행마의 요령. 흑11로 끊는 수가 좋았다. 백이 차단하고 싶지만 그러면 백도 자충이다. 즉 끊을 때 모 붙이는 수로 백이 응수 두절이다. 우변 백12로 넘어갈 때 흑13으로 역공을 취해서는 흑이 단번에 승기를 잡았다. 백이 자충을 깜빡했던 것 같다. 백20으로 중앙을 지키자 흑21로 백 모양의 급소를 찔러온다. |  | | | | | 백 11을 생략할 수 없을 때 흑16까지 백의 모양을 사납게 하고 흑18로 하변을 지켰다. 흑22가 냉정한 수! 중앙 백이 탈출하는 사이 흑은 30으로 좌변의 요처를 차지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  | | | | | 중앙에서 패를 둘러싼 복잡한 전투의 결말은 백의 후수빅이다. 불리함을 느낀 백은 1로 좌변 흑진영에 뛰어들어가 최후의 강수를 터뜨린다. 흑10이 침착했다. 이수로 흑은 중앙의 백과 좌변의 백 둘 중 하나를 잡을 수 있어서는 백이 더이상 버틸 수 없다. 하중앙 백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흑의 결정력이 돋보인 한 판이다. 앞으로 아쉬워서와 allKO(P)의 대결이 흥미로울 것 같다. |  | | | | | 드라마 불새를 보면 장세훈(이서진 분)이 이지은(이은주 분)에게 이런 말을 한다.
“불새는 아라비아 사막에 산다는 상상속의 새야. 600년을 살고 나서 사막 한 가운데에 향목을 삼고 태양광선으로 불을 붙이지. 그리고는 날개를 파닥여 불을 지핀 후 스스로 그 불 속에 몸을 던져 죽는데. 하지만 그 재에서 다시 어린 불새가 태어난다니까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어.”
아쉬워서가 최근 큰 무대에 올라갔다고 한다. 아쉬워서는 불새의 비상을 바라는 수 많은 한국의 바둑팬들을 향해 과연 어떤 낭보를 전해줄지 그날을 몹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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