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배
소년십단, 월드챔피언을 향해 ①
4월 4일 비씨카드배 4강전에서 창하오와 결승 진출 다퉈
2010-04-02 오전 10:28:43 입력 / 2010-07-10 오후 8:46:57 수정

김지명: 원이 너 지금 몇 시야. 형이 기다려야 되겠니? 동생이 먼저 와서 “형님 뭐 드실래요?”라고 미리 좀 해 놓고 그래야지.
김원: 내가 왜 늦은 줄도 모르고 말야. 자. 내 뒤를 봐
박창규: 허허~ 나 때문에 늦은 거야. 지명아 너무 화내지 마라.
김지명: 엥. 이게 누구야. (박)창규형이네. 형은 여기 왠일이야?
박창규: 아까 원이와 약속이 있어서 만났다가 원이가 널 만난다고 해서 따라왔지.
김지명: 아 참. 춘란배 방송은 잘했어?
박창규: 응. 한국이 이긴 대국(이세돌, 허영호)을 했지. 허영호가 창하오에게 끝내기에서 역전시키더라. 요즘 창하오가 농심배, 춘란배, 비씨카드배 등 세계대회에서 잘 보이네. 이번 주에 또 두던데? 4일(일)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 챔피언십 4강전에서 정환이와 한 판 붙던데?
●○…일류기사들의 개안
김지명: 창하오가 정환이와 한 판 한다고? 굉장히 흥미로운 대결이네. 미완의 대기 박정환과 관록의 창하오와의 정면대결.
김원: 두 기사간의 대결자체도 흥미롭지만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박정환이 지난해 말부터 안정적인 바둑을 보여줬다는 점이지.
박창규: 맞아. 활약도 대단했지. 천원전에서는 작년 박정환과 함께 무적신예의 힘을 보여준 김지석을 3-0으로 보냈고, 십단전에서는 한국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이창호를 상대로 타이틀을 쟁취했으니.
김원: 형은 누가 이길 것 같아?
김지명: 최고의 기세를 보이고 있는 정환이에게 손을 들어 주고 싶은 걸?
박창규 : 나도 같은 생각이야. 예전부터 정환이의 기재가 대단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더 강해졌으니. 요새 정환이 바둑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입단했을 때 보다 바둑을 보는 시야가 굉장히 넓고 깊어졌어.
바둑에서 개안했다고 해야되나? 불도의 진리를 깨달아 아는 일 개안(開眼)이라고 하잖아? 정환이는 바둑에서 개안을 한 거지. 기세와 바둑에 새로운 눈을 뜬 박정환이 아무래도 유리해보이는데.
김원: 프로기사. 그 중 일류기사라면 방금 형이 말한 국면의 보는 눈을 갖고 있어. 그건 박정환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박정환이 확실히 성장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것만 가지고 박정환이 승리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형들은 정환이에게 손을 들어 주지만 난 이번 대결은 아직 창하오가 유리할 것 같아. 창하오도 잉씨배,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 세계대회에서 3번 이나 우승을 차지한 만큼 경력이 많고 기사고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2007년 제11회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창하오는 이창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박창규: 창하오도 대단한 기사지. 과거 네웨이핑, 마샤오춘이 각각 조훈현, 이창호에게 완전히 눌렸고 그 이후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못 냈잖아. 하지만 창하오는 이창호에게 주요 대국에서 번번이 패했지만 결국 2007 삼성화재배와 2009 춘란배 결승에서 이창호라는 존재를 결이겨냈잖아. 완전 인간승리지. 자신의 벽을 뛰어 넘었으니까. 최근 치러진 농심배 최종국에서는 이창호에게 패했지만 내용으로는 이창호가 역전시키는 수순을 보여주기 전까지 국면을 완전히 장악했지..
김지명: 하지만 창하오는 이창호만 이겨냈잖아. 그리고 비씨카드배 직전 치러진 춘란배에서 허영호에게 졌다고. 기세가 한 풀 꺾여다고. 반면 정환이는 올해 15승 2패고 8강전에서 니우위티엔을 완력으로 밀어붙이고 올라왔어. 최근 기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환이가 유리해. 원이 너도 알겠지만 승부에서 기세를 무시할 수 없잖아?

●○…기세vs책임감
김원: 난 형들이 기세라고 말한 부분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은데? 자 위에 표를 봐 창하오는 비씨카드배에서 승승장구했고. 농심배에서 패했지, 그리고 다시 비씨카드배에서 이기고 춘란배에서 패했어.
김지명-박창규: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기세가 꺾인 걸로 밖에는 안 보이는구만.
김원: 콩지에, 구리 등 젊은 강자들이 즐비한 중국에서 35세의 창하오의 위치는 뭘까? 철의 수문장, 마무리 타자, 중국의 자존심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이창호처럼 말이야. 이창호는 세계대회 우승 최다우승자야. 이미 지금 치러지고 있는 여러 세계대회 개인전 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고. 욕심이 덜 날 수도 있어.
창하오도 중국 내에서는 이창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기사니까. 승부나이로는 적지 않은 나이(35세)라 져도 잃을 것이 없지. 그리고 1994년부터 치러온 200판에 가까운 수많은 실전경험은 구리나 콩지에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이지. 아무튼 창하오가 중국내에서 이창호 같은 그런 위치라고 가정하고 하나 생각해봐.
최근 이창호가 (세계대회)어떤 대회에서 성적을 잘 냈지?
김지명: 농심배! 절대 불리한 상황에서 3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에 우승을 안겼지!

▲ 2회 비씨카드배에서 중국은 창하오(오른쪽)만 4강에 올라 있는 상태다.
김원: 바로 그거야. 춘란배는 중국이 주최하는 대회, 그리고 참가출전권이 자국 선수들에게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창하오는 편하게 임할 수 있어. 하지만 비씨카드배는 다르지. 구리-콩지에가 일찌감치 탈락했어. 8강에 자신 말고도 니우위티엔이 있었지만 아마 창하오는 자신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을 거야. 특히 우승을 차지하려면 한국 기사들을 다 쓰러뜨려야되. 개인전이지만 농심배와 같은 상황인거지. 창하오는 ‘난 대륙의 자존심이다.’라면서 농심배에 임하는 각오로 비씨카드배에 임할꺼라고.
박창규: 그러면 더 부담 되서 대국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거 아니야?
김원: 그거야 세계대회 경험이 부족한 신예기사들일 때 나오는 거고. 세계대회에서 200판 가까이 대국한 창하오는 이미 그런 부분은 문제되지 않겠지. 오히려 책임감이 커져서 더 잘둘꺼야.

▲ 제 8회 춘란배 세계바둑 선수권대회 참가선수 명단
●○…바둑의 세계화를 위한 제안
박창규: 원이 말이 일리가 있어. 그런데 앞에 잠깐 춘란배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시드배정(2차-중국 7, 한국 1)이 좀 심하지 않아? 이건 뭐 중국 오픈기전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고.
김지명: 스폰서가 결정하는 부분이지만 조금 심한 거 같아. 특히 최근 열리는 세계대회(개인전)는 삼성화재배, LG배처럼 오픈제가 대세인데 말이야. 한국과 중국이 이제 번갈아 가면서 세계대회 패권을 다투고 있으니 그런 부분은 중국의 유연한 행마가 더 필요하겠지.
박창규: 춘란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한국-중국-일본이 함께 나서야 돼. 하나 제안하자면 아시아 프로리그! 3국의 스폰서가 힘을 합쳐서 리그를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아.
바둑은 스포츠면서 리그가 없어. 3국 기전 따로 방식 따로 룰도 다르지 랭킹도 다르지. 그래서 통합 프로리그를 만들어서 세계랭킹도 매기고 그렇게 바꿔야되. 그래야 팬들도 세계랭킹 1위도 궁금해 할 것이고….각 국 3개씩 9개팀으로 나눠서 하면 딱일 것 같은데. 한국기원-중국기원-일본기원이 나서면 되잖아. 대만기원도 있고!
김지명: 형 말대로라면 아시아만 국한 될 것 없이 유럽이나 미국도 바둑협회가 있으니 다 함께해서 월드바둑프로리그 하나 만들면 좋겠다. 아이디어 좋네. 형님이 한 번 추진해봐. ^^
2편으로 계속 ☞ 박정환에 주목하는 이유 ② 바로가기
TYGEM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