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사랑스러운 협객 이민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리파, 현재 '무여회' 활동 등 바둑공부에 전념
2010-05-09 오전 9:49:20 입력 / 2010-05-09 오후 1:19:25 수정
S#1. 정관장배 8연승의 신화를 쓴
아마조네스
이민진 5단은 정관장배를 통해 스타가 된 기사다.
2007년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파죽의
5연승을 거두며 중국의 3회 연속 우승을 저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듬해 2008년에도 3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그때
그녀는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3위에 오르며 효자종목 바둑과 담배인삼공사의 정관장배를 전 국민들에게 홍보했다.
바둑매체보다 타 언론에서
요란하게 이민진 5단의 ‘중국 격파’소식을 전하며 ‘정관장 신데렐라’‘한국의 수문장’ 등등 그녀에게 다양한 별명이
붙여졌다.
뭔가 강렬한 포스를 풍기는 여전사 이민진 5단이 타이젬에 합류해 동양증권배 해설진에 합류하면서 타이젬포커스에
포착됐다.
5월 7일 오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 21층 회의실에서 만난 이민진 5단은 첫인상은 의외로(^^)
화사했다.
필자 : 헉, 왠 미녀가?
민진 :
안녕하세요?
필자 : (눈을 비비며) 뭐 이렇게 예뻐요?
민진 : 어머, 저 원래 예쁜데요.
길다란 생머리에 큼직한 눈망울이 인상적이고 가지런한
치열이 시원시원한 성격을 보여주는 듯싶다. 특히 서글서글한 눈매가 3초쯤 ‘개인의 취향’ 여주인공 손예진을
연상시킨다.
필자 : 미녀기사라는 말들 많이 쓰는데 오늘 그 단어 제대로 써도
되겠네요.
민진 : 치이, 타이젬포커스 김미리, 김효정 편 다 읽었어요. 너무 남발하진
마세욧.
필자 : 읔! 아무튼 반갑습니다. 2007년 2008년 정관장배에서
통쾌한 8연승을 거둔 아마조네스 이민진 5단을 만나 영광입니다.
민진 : 작가님, 근데
저 아마조네스 쪽이 말고 조신하고 상냥한 처녀, 그러니까 테스나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스테파네트, 뭐 그런 쪽 이 미지로
소개해주시면 안되나요?
필자 : 아,
네(!@#$%^&*()@#$%^&*)
민진 : 있잖아요. 저는 취미가 요리하기, 십자수, 독서 그런 것들이거든요. 또 보기와 달리 소심한 A형이구요.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스물 일곱 살 꽃띠란 말에요.
필자 : 음(- -;;) 적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민진 : 타이젬포커스는 캐리커처가 들어가던데 요리하는 민진이로
그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대화가 분명히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교환된 멘트들이다. 대화록을 그대로 소개하는 이유는
여기에 그녀의 쿨하고 발랄한 성격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와서 캐리커처 담당 상아와 끙끙 앓으며
이민진 5단의 요리 장면을 그리느라 애먹었다.
현모양처 형임을 끝끝내 강조하는 그녀를 우리는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었다. 또 가능한
한 무조건 예쁘게 뽀샵해 줄 것을 강요하는 바람에 ‘리얼리티’의 일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S#2.
이민진은 사랑스런 협객이다
1984년생으로 어렸을 때 길을 가다 우연히 바둑교실 간판을 보고 ‘저기 다니고
싶다’로 시작된 바둑과 인연을 맺게 된 꼬마 숙녀 이민진은 김원 도장에서 본격적으로 내공을 키우고 1999년에 입단했다.
그녀의
사부 김원 사범에게 인물평을 청했다.
“민진이요? 에효, 내가 수없이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지만 그 중 최고로 애먹었던 아이가
민진이었습니다. 민진이는 바둑을 두다 지면 그냥 집에 가버려요. 승부욕의 화신이죠. 나는 지금도 민진이가 무서워요.”
김원
사범은 통화를 끝내면서도 후환이 두렵다는 듯 인물평의 미화와 각색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일을 어쩌랴! 통화하는 현장에 그녀가 함께
있었으니.
“사범님! 잠깐만 저 좀 뵈어요.”
그녀가 수화기를 토스하라고 손을 내밀었으나 이미 상대는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
“아띠, 그럴 줄 알았어요. 왜 김원 사범님은 이렇게 예쁜 민진이를 여기저기 험담하고 다니신담. 누구 혼사길 막을
작정인가 봐.”
연구생 시절 이민진은 적잖게 사부의 속을 썩였던 소녀였던 모양이다.
가치관의 갈등으로 사부와 맞서
오후부터 새벽까지 맞섰는가 하면 어떤 아마추어 사범이 부당하게 친구를 혼내자 몸싸움을 벌이며 ‘연구생의 인권’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녀의 강직한(--;;) 면모의 에피소드는 그밖에도 수두룩하나 필자도 이쯤 접기로 하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러나 말이 나온 김에 김원 사범를 비롯한 바둑계 인사들의 이민진 인물평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의리파다, 통이 크다,
호불호가 분명한 처녀다, 선이 굵은 보스 형이다. 아름다운 협객이다.
S#3
'무여회'를 아시나요
바둑계에 꽤 많은 모임이 있는데 이민진은 ‘무여회’ 소속이다.
생소한 이름이라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까르르 웃으며 대답해준다.
민진 : 무서운 여자들
약칭입니다.
필자 : 멤버들은요?
민진 : 김혜민, 박소현, 김혜림, 문도원, 박지연, 김윤영, 저까지 7명입니다. 순서는 친분과 관계없음을 꼭 밝혀
주세요.
필자 : 음 7공주파군요.
민진 : 그런 셈이죠.
필자 : 7공주파 보스가 바로 이민진
5단이구요.
민진 : 호홋, 보스는 아니구요. 제가 먹여 살려야 할 식구들이죠
뭐.
필자 : 이민진 라인이라 이거네요?
민진 : 뭐 그 정도로 소개해도 무방할 듯 싶은데요. 후후
‘무여회’는
올해 3월 24일 만들어졌다고 한다. 활동상황을 체크해봤더니 진짜 무섭다.
매일 오전 10시에 한국기원 5층 다락방에 있는
무여회 연구실로 모여야 하는데 지각하면 1만원 벌금, 결석하면 5만원이 부과된다.
1시간에 32문제 사활문제를 풀고 7명 중 꼴찌를
하는 멤버는 벌칙으로 인터넷 대국을 해야 한다.
또 특정기보를 정해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설을 하고 그 내용을 박영훈 9단,
원성진 9단 등에게 보여주고 검토한다.
대국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멤버 모두 그 방에 모여 하루 종일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민진 : 그리고 멤버들이 정규대국에서 1승을 하면 의무적으로 5천원을 내게 게 되어
있습니다. 기금이 많이 모일수록 한국 여자바둑이 강해지는 거겠 죠? 무여회를 만들고 난 이후 바둑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필자 : 고무적인 현상이네요?
민진 : 중국 여자바둑이 왜 강하냐면 남자기사들과 집단연구를 하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부쩍 세졌습니다.
우리도 바둑을 택한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연탄재처럼 완전 연소해 볼 필요가 있거든요.
필자 : 멋진 표현이네요. 요즘 목표는요?
민진 : 광저우
아시안 게임 선발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상금이나 특혜는 없지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멋지잖아요.
필자 : 민진 사범은 단체전에 유독 강한 느낌인데요?
민진 :
저도 확실하게 그걸 느껴요. 저는 축구나 농구를 했으면 참 잘했을 것 같 아요. 뭐랄까 우리 편이 지는 거 죽어도 싫거든요.
그녀는 피아구분이 확실한 스타일이다.
주적개념이 분명하고 아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옥에 가라
해도 성큼 자원할 뜨거운 피를 가진 처녀다.
그래서 정관장배 8연승을 기록하고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과 상대전적 4승 3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같은 멤버들과 영혼을 섞다보니 승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살짝 고백한다.
민진 : 내 너를 어이 밝고 전진하랴! 뭐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프로기사들도 솔직히 상대를 갈구는
작전이 있거든요. 얼굴을 빤히 쳐다본 다던가 두다가 화장실을 간 다던가 열 받게 하는 방법 들이 있는데, 후훗 그게 안 된단 말이에요. 저는
바둑을 둘 때 그래서 절대 상대의 얼굴을 안 봅니다. 바둑판만 그냥 봐요.
필자 :
바야흐로 때는 봄이고 그대 역시 꽃처럼 물이 올랐는데 사랑에 관한 생 각은?
민진 :
아! 사랑하게 되면 저는 아마 푹 빠져 버릴 것 같아요. 바둑을 만난 것도 후회하지 않지만 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후회 없이 몰입할 것
같아요.
프로에
입단하면서 그녀는 어머니께 3억을 꼭 벌어서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왜 하필 목표가 3억인지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지금까지
그녀는 약속한 금액을 거의 채워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야무지고 거칠 것 없이 당당하고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여자이고 싶은 이민진 5단.
그녀와 ‘무여회’ 여전사들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TYGEM / 김종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