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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배

감히 3:0을 말하다

4월랭킹전 특선보④ 제3보(1~39)

2010-04-25 오후 9:31:57 입력 / 2010-04-26 오전 9:15:27 수정



● 9단 철이(P) ○ 9단 Sharp(P)

① 무적 쎈돌

주말 동안 아침부터 한국기원에 진을 치고 있었다. 워러는 빅승부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그 장면을 머리 속에 담아두기 위해 꼭 관전을 한다. 바로 제2회 비씨카드배 결승 이세돌-창하오의 대국 때문이었다.

이세돌은 복귀 후 너무 강성해졌다. 그가 연승을 해 가는 과정에서 예전과 많이 달라져있음을 발견했다. 이미 처자식까지 둔 사람에게 약간 실례가 되는 표현이지만 일단 어른스러워졌다.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신중해졌고, 인터뷰 때는 표현 하나까지도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한 끝에 내뱉는다. 그것은 조심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이 바둑에도 고스란히 붙어난다.

더불어 대국 태도가 무척 각별해졌다. 마치 이 한판에 모든 것을 다 걸고 두는 사람처럼 대국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이번 시리즈가 3억원의 우승상금이 걸어 놓았기 때문이겠지만, 그 이전에도 이세돌은 충분히 한판 한판에 애정을 보인 바 있다.

대국시간 10분전에 도착하여 정안수를 떠 놓고 기도하듯 충분히 반상에다 자신의 구상을 그려본다. 사실 스튜디오 대국은 조명이라든지 일찍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에서 모델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성가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잡다한 것에 대해 초월한 느낌이다. 오로지 명경지수와 같은 밝은 맘이 우선이라고 여긴다.

2-0으로 앞서간다. 이제 한판이 남았다. 물론 한국내의 분위기이긴 하지만, 사실 이번 시리즈가 다가오면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워러는 이세돌 창하오전의 전망을 묻는 바둑TV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3-0을 예상했다. 소위 전문가가 만인이 보는 앞에서 감히 3-0을 예상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3-1을 예상하기 마련. 그러나 이세돌을 꾸준히 봐온 워러의 시각으로는 ‘과연 누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해 보면, ‘아무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창하오? 구리? 콩지에? 박정환? 다들 이세돌에게 최근 패점을 기록했다.

그의 연승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그는 이미 2000년에 32연승도 기록한 바도 있고 한국최고기록 41연승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창호가 10여 년 전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후회하지 않을 바둑을 두어보고 싶습니다.”

② 강성했던 철이(P)는 어디가고

5월의 가정의 달이다. 팬들의 눈과 귀를 한 데 모을 세계대회도 5월에는 없으며 오로지 한국바둑리그가 초점이 된다.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바야흐로 제7회 동양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이 개막된다.

오늘부터 3~4일간 4월랭킹전도 마감이 된다. 마지막 본선행 열차를 탈 손님을 기다린다.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나면 타이젬과 함께 동양증권배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AllKill(P) Sharp(P) 생각이나 가 1~3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변수는 4위를 달리고 있는 철이(P)이다.

타젬 절대강자 철이(P)의 요즘성적이 ‘들쑥날쑥’이다. 어차피 동양증권배 본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지금쯤은 제대로 된 컨디션을 발휘할 때이다. 4월 들어서는 4~5연승도 쉽게 하고 있으나 2~3연패도 거의 주기적으로도 하고 있다.

백1은 적시의 침입. 철이(P)가 오랜만에 뒤지고 있는 느낌이다. 흑2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깥의 백이 워낙 두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쉽게 탈출하는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Sharp(P)는 백1 한 점의 안위가 문제가 아니라 백5로 침입하면서 아예 여기서 끝장을 보잔다.




백5는 귀로 파고 들어가는 수와 변으로 연결하는 수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철이(P)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 흑6,8로 일정 정도는 떼어주면서 귀를 확보하려고 한다. 일단 백에게 어느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백17까지 흑의 귀를 갈아내고 비교적 많은 실리를 백이 확보했다. 이래서는 백이 계속 순조롭다. 흑18로 건너 붙여서 흠집을 내자고 덤빈다. 백23까지 되고 난 후 흑24로 일단 크게 집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때 백25로 찌른 수가 날카로운 응수이다. 그래놓고선 백27로 뛰어두니 앞서 흑24 한 점이 쑥스럽다.

흑28로 침범해오는 물줄기를 억지로 막으면서 상변 전체를 획책하려 들자 백은 29,31로 아예 폭파를 시도한다. 과연 철이(P)를 상대로 이렇게 휘몰아치는 Sharp(P)는 과연 힘이 장사이다.

백33,35로 자충을 만든 다음 백139로 꽉 잇자 어느 정도의 상변 흑 세력의 함몰을 불가피하다. 이래서는 백이 거의 압승 무드이다. 수순은 조금 더 진행이 되었으나 결국 상승세의 Sharp(P)가 강타자 철이(P)를 물리쳤다.

③ 좋은 손님 생길 것 같은 예감

오늘 부동산중계소를 갈 일이 있었다. 한국기원 부근에다 개인사무실을 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이 바둑을 두고 있는데 모니터를 본능적으로 쳐다보니 타이젬을 켜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4단이었다. 하긴 사장님의 짱짱한 기력이나 골수팬들이 노니는 타이젬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아, 또 그 분의 만만찮은 구력이 적힌 인상으로 보나, 소싯적 기원에서 매번 줘 터지면서도 박박 기를 쓰고 도전해오던 어느 아저씨를 꼭 닮았다.

워러가 바둑 동호인임을 말하자, ‘몇 급 둬요?’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뭐, 몇 급? 내가 급으로 보이남?’

순간, 발끈 했지만, 워러는 동물적인 순발력을 발휘했다. 갑자기 워러는 이 사장님과 자주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굳이 물8단이라는 사실을 말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숙명적인 예감이 들었다. 워러가 보고 있는 사무실은 그 공인중계소 위층에 위치해있었던 것.

‘5단쯤 됩니다. 가끔은 4단으로 내려옵니다. 타이젬에 좀 힘들어서요.’

‘아, 그래요? 전 4단인데 자주 뵙겠네요.’

‘복비는 얼마입니까?’

예상보다는 훨씬 많이 나왔다. 그런데 차마 입에서 좀 깎아 달라는 얘기가 나오질 않았다. 요즘 공인중개소 경기를 잘 아니까, 영업도 잘 안되고 할 것이니, 그냥 그분이 원하는 대로 지불했다. 속으로는 엄청 아까웠지만, 차마 바둑동호인 체면에 깎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복비 많이 받아요. 어차피 (사무실로) 올라오면 도로 토해 내야 할 것이니….’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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