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0 오전 10:28:39 입력 / 2010-06-11 오후 1:53:50 수정
① LG배를
다녀와서
제법 결연했다. 16강 중 11명이 중국선수이며 고작 5명이 한국선수였다. 오죽했으면
대국실을 두 개로 나뉘었는데, 한쪽 방엔 8명중에 최철한 1명만인 한국선수이고 다른 기사는 모조리 중국기사로 채워졌다. 하여튼 근년 들어서
계속 한국이 중국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LG배에서는 극에 달한 듯해 보였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8강에
3자리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는 했다. 게 중 안조영이 구리를 꺾은 것은 대단한 쾌거이다. 한국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 이세돌을 꺾은 구리에게
곧장 복수를 했다는 점은 중국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가 하나 사라졌다는 점에서 안조영은 1승 이상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겠다.
이 참에 우리도 중국처럼 상대팀의 에이스를 꺾으면 소정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을 듯싶다. 예를 들어 자신보다
랭킹이 우위에 있는 기사를 꺾게 되면 말이다.
벌써부터 4강전을 전망하는 것은 이른 듯하지만, 이창호-왕야오,
최철한-파오원야오, 안조영-멍타이링의 대진에서 등 2명 정도는 4강 진출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진이다. 이창호는 우위에 있다고 보여 지고,
최철한은 딱 반반의 확률이다. 또한 안조영은 장기레이스로 판을 이끈다면 조금 우위에 서지 않을까 한다.
씨에루이와의 접선 일전에 나와 씨에루이와 찍은 사진을 보고서 누군가 ‘찐빵형제’라고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와 만 날 때 혹은 사진을 같이 찍을 때는 늘 워러는 술이 덜 깬 상태였던 것 같다.
하긴 그가 한국에
취재를 왔거나 내가 중국을 가게 되는 것이 출장. 따라서 자연스레 저녁이면 한잔 술이 따르곤 한다. 애주가 부류에 드는 워러가 술독에
1박2일 동안 푸욱~ 숙성시켜서 나오다 보니 안 그래도 큰 얼굴이 더 커 보였던 것.
어제도 찍었다. 아니, 찍혔다가 맞다.
같이 호빵처럼 붙어 앉아서 말도 안 통하지만 통역을 대동해가지고 타젬 중국ID의 본명을 알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과정이 이정환기자의 카메라에
담겼다. 워러가 동증배를 위해 이러코롬 열심이라는 인증샷이 될 터.
▲ 누가 진재호 기자고 누가 씨에루이 기자일까요?
그는 워러가
‘m스포츠연구소’를 만들었다고 하자, 귀중한 사진을 하나 건네준다. 바로 고(故) 마오쩌뚱과 네웨이핑이 브리지 게임을 즐기고 있는
빛 바랜 사진 한 장. 그 사진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라며 워러의 USB에 담아준다. 참 고마운 친구다. 이번에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제발 한국말 좀 배워 오거라. 내가 이 나이에 중국말 배우리?
나와의
다짐은 지켜졌는가? 그러고 보니 술 당구 포커 등 몸에 나쁜 것을 안 하겠노라고 했던 그저께 다짐이 떠오른다. 셋 중에
하나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지 않은가. 진짜 안했다. 아니 안 하려고 했다. 조금 했다.
누구누구는 포커의 제왕 워러에게 빨리
오라고 전통을 때리지 않나, 포커챔피언쉽은 원래 나이트경기가 딱 인데, 대낮부터 방마다 노크 질을 하는 그 선수들은 무어란 말인가? 그들은
필시 어젯밤의 패배를 복구하고자 함일 터. 원래 당구 치러가자는 사람이 당구비를 내고 오는 법이다.
워러는 계속된 타 기자들의
꼬임에도 끄떡도 않고 밤공기를 마시며 돗자리를 깔고(은박돗자리임. 점재이빤스가 쓰는 그 돗자리가 아님)맥주나 한 사발 들이키는 것으로 욕구를
달랬다. ‘포커를 끊었다’며 청교도적인 삶을 살겠다고 일단 그들을 되돌려 보냈다. 가장 돌리기에 좋은 말은 자본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운 기원 할아버지 옛날 기원에 가면 바둑돌을 나를 힘밖에 없는
할아버지가 한 분이 있었다. 그 할아버지와는 누구도 바둑 두기를 싫어했다. 맘껏 이기기가 넘 불쌍해 보인다는 적이 그 이유. 그래서 주변에
바둑둘 사람이 없으면 그냥 ‘타임킬러’용으로 한판 두어보는 그러한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였다.
대다수 사람들이 1000원짜리 내기바둑을 둘 때 그는 500원만 하자고 했다. 상대는 싼 맛에 그냥 콜이었다. 그 500원은 늘 그 분의
차지였다. 칼에 베였으되 상대는 의식을 못하는 이름난 명검이었다. 집에 돌아가서야 상대는 크게 좌상을 입은 것을 깨닫곤 했다.
‘어, 내 오른팔이 어디 갔지?’
기원에서는 9시 이후가 되면 으레 ‘골든벨’을 울리는 분이 나타난다. 술과 치킨 족발 등
요기거리를 시켜서 거나하게 타는 목을 축이는 것이다. 그럼 그 할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하며 한잔만 하자며 또 거든다.
상대가
바둑에 흠뻑 빠져있을 때 알짜배기인 다리 날개 등 맛있는 부위는 모조리 해치운다. 따라서 뒤늦게 합류하는 분은 퍽퍽하고 맛없는 부위
앞가슴살만 빨다가 하는 수없이 무 몇 개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냥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늘진 곳에다 쓰리라 그래,
고백하자. 월드포커챔피언쉽을 관전했다. 흠, 조금 했다. 조금 땄다. 다음날 소문이 쫘악 퍼졌다. 워러가 돈 다 땄다고.
하루
대국이 없던 날은 워러가 등판하는 날이다. 그들은 아직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냥 만만해 보이는 이 사람이 장만 서면 따 묵는 이유를.
단지 운이 좋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흐뭇하다.
오히려 그렇게 오해를 하고 있으면 참 편하다. 세계대회가
지속될 때까지 워러의 승전보는 지속될 것이니. 역시 공짜는 없는 법이여. 소시적에 많이 갔다 바친 결과가 훗날 이렇게 나타나다니.
16강전을 마치고 내일이면 곤지암을 떠나 올 시각. 패잔병들은 본전 생각이 났던지 또 워러의 핸폰이 몹시 찾아댄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점이었기 때문. 그런 건전한 이유만은 아니었다. 이미 응급조치만 한 상태의 패잔병 부상병들에게 충분한
탄약이 있을 리 만무했다. ‘패자부활전이나 하라구’.
돈이 없다면서 우예 쳤냐고? 이정환기자를 조용히 불렀다. 정환기자는 두
말 않고 밑천을 대 주었다. 정환기자로서도 이런 투자가 없는 것이다. 몇 시간 후에 20%의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니까 말이다. 왜, 뉴스에도
가끔 나오지 않던가, 꽁짓돈 대주는 분 얘기 말이다.
바둑MC 김××, S사 고문 박××. H사 한××기자. 한국기원 전××,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오늘의 빅판’에서 워러의 스윙에 처참히 깨진 전 월간바둑 이×× 기자 등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제발 다시
만날 때까지 열심히 버세요. 다음주 명인전 강릉대회가 있는데, 그때 다들 보자구요.
② 아쉬워서는 무림의 공적(?) (1~60)
● 아쉬워서
○ lamcoming
중국의 lamcoming은 초일류기사이다. 예전에 엇비슷한 이름 lamGod910(59전 전승)과 함께
주목할 강자라고 소개한 바 있다. 워러가 볼 땐 같은 사람이 만든 두개의 ID가 아닐까 한다. 최근 lamGod910로는 관리가 힘들었는지
두지는 않고, lamcoming으로 자주 둔다.
승강급 전적이 23승16패로 그리 우수해보이지는 않는다. lamcoming은
유명 ID의 세컨드 ID가 아닐까 한다. 그가 맞붙은 대상은 한국 측의 초강자들과의 대국이었고, 그럼에도 그가 동양증권배를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런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
어차피 만나게 될 아쉬워서와 일합을 겨루어 봄으로서 스파링을 대신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쉬워서에게만은 약세를 보인다. 최근 3전 전패. 흑3,5로 굳히는 것은 아쉬워서의 기분전환용이며, 17까지는 이런 정도의 정석.
흑17은 간격이 허술하지만 우상귀에 대 중점을 둔 수이다. 보라, 백18로 걸쳐오자 흑19로 귀를 지킨 수가 그 일환이다.
빠지면 귀를 지키겠다는 수가 아니라, 걸쳐온 백의 근거를 박탈해서 공격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흑21은 당연한 침입이다.
흑33으로 몰아서 수습에 나서려고 하자 백은 34로 하나를 끊어두고서 백36으로 패로 받는다. 초반부터 패싸움이 이어진다.
물론 자체팻감이 있다는 뜻이지만 흑도 좌하귀에 팻감이 있고 자체 팻감도 많이 나오므로 패싸움을 승자를 예측할 수는 없다.
백42까지 피차 일단락되는 가 했지만 흑43으로 건너 붙이는 것으로 보아, 패싸움은 후반전을 곧 맞을 듯하다. 백44로 뿌리째
끊어간다. 그리고는 흑49로 천지대패를 들어간다. 초반부터 끝장내자는 얘기이다.
확실한 팻감 흑51이 있다는 것이다. 백52로
후퇴하자 흑53으로 시원하게 빵때림을 하고 만다. 흑이 우세한 느낌이 들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