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2 오전 10:44:25 입력 / 2010-08-02 오전 11:56:19 수정
① 전설과 같은 마라톤대국
404
때는 기원전 500년쯤 되었을 것이다. 페르시아왕은 아테네와 스파르타에게 사신을 보내 무조건
항복하라고 명령했다. 그리스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며 오히려 사신을 우물 속에 넣고 매장시켜버렸다. 전쟁은 불가피해졌다.
전함
6백척, 보병 10만명, 기병 1만명 등 실로 어마어마한 대규모 페르시아 병력이었다. 아테네 동북방 42Km지점에서 양군을 대치했다. 그곳이
바로 마라톤 평원. 바로 여기서 역사적인 마라톤 전쟁은 개시된다. 우세한 병력을 보유한 페르시아군을 궤멸했고, 이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사신은 마라톤평원에서 약 42Km의 거리를 단숨에 달려간다.
마라톤의 전설은 타젬바둑에서도 나타났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번개소문(P)은 마라톤맨의 기나긴 레이스 끝에 42.195km를 완주했다. 7월 랭킹 1위이다.
아마도 1위가 확정적이 되면서
지난 주말 동안은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되었다. 아마 몸져누웠을 것이다. 그러나 헉스! 30일도 16판, 31일도
5판(이상)을 두었다. 이쯤 되면 관성의 법칙을 논해도 될 듯하다. ‘형님. 졌소!’
벙개사범의 레이스는 정말 마라톤맨처럼
자신과의 경주였다. 눈이 충혈이 되는 줄도 모르고 밤을 밝힌 적인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게다. 하긴 이렇게 대학입시 공부를 했다면 지금쯤
한국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인물이 되었을 듯^^. 아니, 드라이한 입시공부는 이렇게 할 수가 없지 않았을까.
100만점 돌파는
같은 생계형 대국을 가졌던 국산바(P)라는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있어서 가능했던 레이스였다. 사실은 쌈바 사범도 100만점 돌파를 위해
주말동안 피터지게 노력했다. 자칫 재주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이러한 대국수 노력을 해야 프로인 것이다.
벙개사범은 한 달 동안
무려 400대국을 돌파했다고 한다. 모두들 박수를 아끼지 말자. 진심으로 축하해주자. 짝짝짝~.
② 이 한판 가지고서 어찌 영욕을
세월을….
● joonkimomo ○ 번개소문(P) - 동양생명배 7월랭킹전 제3보(101~154)
흑1로 하나 젖혀 놓은 다음 흑3으로 큰 곳을
찾아가는 joonkimomo. 그만큼 바쁜 형국이라는 반증이다. 물론 이 수는 백4로 한수를 더 들였으니 선수가 된 셈이다. 그래서 또다시
큰 곳 흑5로 막아선다. 이래서는 좌변이 35집에 이른다.
번개소문(P)도 백8로 센터링한 다음 백10으로 슬쩍 빠져오는 수가
크다. 그러나 백은 집으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는 장면이라서 실리를 서둘러 차지하기 보다는 계속 연결 연결을 꾀하며 사고만 일어나지 않으면
무난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백12,14,20 등이 바로 그러한 수들이다.
백32로 이제는 큰 곳이 모두 두어진다. 대략
계가를 해봐야 할 단계이다. 먼저 흑 집은 좌변 35집. 상변 7집. 우하귀 6집. 하변과 중앙 6집. 따라서 54집정도이다. 반면 백 집은
하변 33집. 좌하귀 16집. 우상귀와 상변 2집. 덤 6집반. 토털 58집 정도이다. 따라서 4집 정도는 확실히 우세하다.
조그마한 사건이 벌어진다. 흑35로 젖힐 때
백36으로 곧장 막아서 패가 생겨난다. 얼핏 보게 되면 하변 백 집에서 패싸움이 일어나서 의아하게 생각되겠지만 흑도 패를 지게 되면 대마
전체가 위협받는 상황인지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패싸움이라면 팻감이 문제이다. 흑으로서는 패를 내었으나 팻감이 없는
상황이다. 흑45로 억지 팻감을 썼으나, 불청하고 백46으로 다시 때리자 흑은 그만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양만 패싸움이지 패의
공방은 흑의 판정패로 끝이 난다.
결국 이 바둑은 번개소문(P)이 7집반승을 거둔다. 그러나 이 한판으로 두 사람의 영욕을
세월을 논하기엔 턱없이 무족하다. 그냥 수많은 판 중 그저 한판이라고 보면 된다.
③ 톨게이트 회군
7/31~8/3 전남 해남.
8/6~8/10 경기 용인. 8/13~14 부산. 8/25~27 제주.
8월엔 휴가를 많이도 떠난다. 사실은 모두
바둑행사 참여차 가는 길이지만, 뭐 휴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워러에겐 물보다는 술이 더 가까운 시기이다. 못 떠나는
유저들 입장에서는 되게 부러워할 스케줄일 것.
때가 때인지라, 휴가 간다고 새벽부터 기습 낙향작전을 펼쳤다. 작전명 ‘새벽을
깨워라!’ 가스밸브 창문 확인하고 옷가지 챙기기를 몇 시간째 하고 있다. 그 엄격하다는 해병대에서도 매번 행군준비 할 때마자 하나씩 꼭 꼭
빠지는 게 있다고 했다. (워러는 방위출신임. 친구한테 들은 얘기임. 오해 없도록!)
얼마 전 사무실 개소식에 들어온 화분 몇
개를 집안에다 들여놨다. 따라서 물 주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화분 물도 넉넉히 주어 놓는 것도 일이다. 팔자에 없는 시집살이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각종 시건장치 다시 점검하고, 집 앞 대문에 쌓일 신문 처리법 해소하고 나니, 새벽 5시40분. 이제야 출발이
가능하다.
7월의 마지막 날부터 신나는 맘으로 차를 몰았다. 해남행이다. 집을 떠나는 것은 아이들에겐 즐거운 일이지만 어른이
되니 이것도 노가다의 일종이다. 휴가철이라서 이렇게 일찍 나서야 한다.
‘이렇게 일찍 출발하면 아무도 못 쫓아오겠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상을 하며 맞이한 톨게이트. 흐흐흐 더뎌 ‘표받는곳’이 500미터 앞이다!! 500미터만 지나면 ‘탈
서울’이야~~~~~~! 숨 넘어 간다.
엥? 이게 뭔가? 500미터를 진군하는데 무려 3시간이다.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더라도
그것보다는 낫겠다. 이런 속도로 땅끝 해남까지 어떻게 하루 만에 간단 말인가. 어느새 아침 해가 작렬하자 지치기 시작한다. 폼 좀 잡으려고
장만한 선글래스를 차 막히는 한 가운데에서 촌스럽게 끼어보기는 첨이다.
서울 1000만 인구가 대단한 숫자였다. 나처럼 생각한
사람, 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새삼 남들과 똑같이 살아서는 힘들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진군 또
진군하여 겨우 톨게이트를 지나왔다. 통행증을 받아오는데 천국형 출입증명서를 받는 것처럼 기뻤다. 벌써 차에서 먹을 간식거리가 동이 났다.
얘들이 일어나면 어떻게 말을 둘러댈 것인지 고민스러웠다. 그래도 가는 게 어딘가. '룰루랄라~'
‘아뿔싸’
이게 또
뭔가. 500미터 행군은 ‘저리 가라’이다. 워러가 객지생활을 한 지 어언 25년. 그러나 어떤 추석도 어떤 설날도 이렇지는 않았다.
인산인차(人山人車)였다.
고기파티하려고 재갔던 고기가 걱정되는 부인님, 명사십리를 가겠다면 물놀이 기구에 아쿠아슈즈까지 신고서
차에서 잠든 얘들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렇다!’ 이렇게 허비할 순 없다. 워러는 결단이 빠른 인물이다.
‘내일 새벽
3시에 출발할게요. 너무 막혀서 안 되겠네요.’ 재빨리 처가에 회군한다고 전하고서 서울로 도돌이표를 찍었다. '이런 젠장!' 서울로 회군하는
길도 막힌다. 짜증났다. 그런데 갑자기 더 큰 악몽이 미리 그려지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내일 새벽 3시경에도 이렇게 체증이 극심하게 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