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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배

아마의 역습, ‘오늘 정선으로 간다.’

제8회 동양생명초청 추억의 프로아마대항전 제5국 제2보(51~100)

2010-08-26 오후 12:39:54 입력 / 2010-08-26 오후 2:55:30 수정

 

① 추억의 치수고치기 이야기

치수고치기의 시발은 ‘오청원시대’이지만, 한국에서 오히려 유행을 탔다. 한국최초의 치수고치기는 1956년 연합신문사 주최로 조남철-김봉선의 대국이 있었고 (5-1조남철 승) 김명환이 신호열 장국영 민영현 등을 역시 5-1로 이긴 바 있다. 또한 김명환-김봉선의 10번기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1985년 월간‘바둑’ 주최 조훈현-도전5강의 치수고치기인 ‘위험대결' 이 치수고치기의 원조로 인식한다. 위험대결은 당시 한국바둑계를 휩쓸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조훈현과 ’3인자 그룹‘을 형성하고 있던 ‘도전5강(장수영 서능욱 강훈 김수장 백성호)’이 번갈아가며 정선 치수로 도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2연승시 한 단계씩(정선→두 점→석 점) 치수를 고치는 스피디한 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

당초 정선이면 조훈현이 버거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히려 도전5강이 연전 연패하며 두 번이나 두 점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당해 큰 화제가 되었다. 결과는 비록 제자리인 정선으로 끝났지만, 정상급을 자부하던 도전5강으로서는 톡톡히 망신을 당한 꼴이었다.

당시는 한국바둑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비아냥을 듣던 시절임을 감안할 때 조훈현의 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반증시킨 독무대가 된 셈이다. 조훈현-도전5강은 지는 쪽은 대국료를 아예 안 받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절대자의 실력에 대해 알고 싶어 했던 순수성은 박수를 받아도 될 터.

사실 정선은 위험한 치수이다. 같은 정상급 프로로서 도전5강은 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똥줄’이 타서 “그래 한번 붙어보자”고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주지하다시피 두 점에도 사실은 도전5강이라는 그룹에서 사실은 패했다.

그러나 도전5강은 열심히 싸웠다. 정선에도 이긴 바 있고 또 호선에도 이긴 판이 있었다. 그런데 가장 피크에 이르렀을 때의 결과만 가지고 자꾸 침소봉대하여 ‘조훈현이 세다’는 사실만 부각이 된 셈이었다.

위험대결이 인기를 끌자 월간 ‘바둑’은 이듬해 당시 신예유망주로 각광받던 신풍 3강, 양재호 유창혁 조대현을 내세워 ‘탐험대결'을 개최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신예들이 기대 밖으로 분전하면서 정선과 호선을 오르내리는 양상을 보인 끝에 정선으로 끝났다. 특히 비록 정선 치수이긴 하지만, 루키 유창혁이 천하의 조훈현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어 스타덤에 올랐었다.


② 조병탁을 응원한다

어제 포항의 박강수 아마7단이 김수장 9단에게 두 점 바둑으로 쾌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추억의 프로아마대항전이 중반 아마측의 분전으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사실 이번 대구․포항시리즈에서 아마측은 정선으로 돌아가겠다는 맘을 단단히 먹고 있다. 일단 이번에 등장하는 아마측이 맹장이란 점이다. 프로측도 김수장 서능욱 등 과거 도전5강 그룹이지만, 비슷한 연배의 TK 용사들은 앞서 등장했던 김철중이나 강열일 보다는 좀 더 세다는 평을 듣던 기사. 아니나 다를까. 포항주먹의 매운 맛을 보여주며 박강수는 쾌승을 거두었다.

오늘 드디어 조병탁이 서능욱 9단과 선-덤5집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과거 1980년도 조치훈이 명인을 따고 금의환양했을 때 대학패왕전 우승자의 자격으로 명인과의 두 점 바둑에서 쾌승을 거두었던 조병탁이다. joonki도 훌륭하지만 조병탁의 선전을 응원해 본다.


③ 치수가 안 맞다?

백1부터 흑10까지는 이런 정도의 처리. 최규병은 백11로 이으면서 나름대로는 흑을 잘랐다고 본다. 그러나 흑12로 밀고 나가는 좌상귀는 잡을 수는 없는 돌이고, 우상귀는 백13으로 중앙을 덮어가며 위협해야 하기 때문에 흑14로 탈출하게 되면 입맛을 다셔야 한다. 아직까지는 흑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백17로 호구 칠 때 손을 돌려서 흑18로 밀어 올리는 타이밍이 참으로 아름답다. 흑20으로 귀를 끊어서 흑24까지 귀살이를 하는 것이 알뜰하다. 문제는 우변을 넘어가는 수를 남겨놓고 흑26으로 백 한 점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김동근으로서는 우변이 만약 막힌다고 보면 온통 백 천지라서 눈 딱 감고 넘어둘 만하다. 그러나 지금은 여유가 있다. 따라서 상대의 입장이라면 어디를 가장 탐내겠는지를 생각하면 쉽다. 바로 상변 흑 무리일 것이다. 그리고 26은 공격이기도 하다.



좌변을 흑78 이후 닦아가는 것도 판을 잘 정리한다는 느낌이다. 아마 최규병은 이런 김동근의 솜씨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 한다. 그는 대국습관 가운데 상대의 좋은 수가 나오면 항상 끄덕끄덕 하는 습관이 있다.

흑34,36이 흑을 돌보면서 또한 중앙 백을 위협하는 일석이조의 수. 잠시 하변을 백37로 젖혀본다. 흑38로 받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최규병은 이 시합의 패배를 직감했을 것이다. 이 한수로 말미암아 흑이 결코 주눅 들지 않았으며, 이겨가는 길을 멀리서 꿰뚫어 보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흑40으로 침입해온다. 거의 결정타이다. 흠집이란 흠집을 다 만들어 놓고 흑46으로 얄밉게 넘어간다. 백은 끊어질 곳을 모조리 이어가면서(그 또한 공배이다) 흑48로 중앙을 향하는 ‘쇼생크탈출’을 하자 백49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라.

흑50은 정말이지 맛있는 한 수. 하변이 말을 한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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