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2 오후 1:45:32 입력 / 2010-09-03 오후 2:31:23 수정
① 名不虛傳 서봉수
대부분 유저들은 “역시 徐名人은 달라!”라는 제목의
의미가 어제의 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제 충주에서 서봉수 9단과 임동균 아마7단의 추억의 프로아마대항전 제8국이
벌어졌다.
물론 대다수 유저들의 예상이기도 하고 워러의 예상이기도 했다. 역시 여전히 날카로운 발톱을 지닌 서명인에게는 임동균
사범이 정선으로는 조금 벅찬 느낌이었다. 아마바둑계의 휴지사와도 서명인을 만나니 긴장이 되었던지, 승부를 자꾸 서두르면서 완패한 바둑이었다.
어쩌면 치수의 문제이기 이전에 내공의 차이에서 승부가 난 셈이다. 나중에 기보를 소개하겠지만, 크고 작은 전투에서 단 한번의
잽을 허용하지 않은 채 서명인의 강함만 재확인했다. 임사범으로서는 아쉬움이 컸을 듯.
청주로 내려가는 길에 차 안에서
서명인에게 ‘제발 좀 져 달라. 그래야 대항전이 재미가 있어진다’며 신신당부를 했건만, ‘벳해서 먹으려고 하지?’하면서 매정하게
청탁을 거절하는 서명인이었다. 뭐, 애걸복걸한다고 해서 들어줄 사람도 아니지만, 임동균 사범의 경우 타이젬에서 매일 저녁 연속극하는
시간에(부인께서 리모콘 소유권을 주장하므로) 이 시합을 위해 트레이닝을 꽤 한 것을 잘 알기에 하는 말이다. 참고로 워러는 무소유임돠.~ 벳바둑은 안합니다요.
② 어익후! 역전이넹?
● 조병탁
아마7단(정선+5집) ○ 서능욱 9단 (51~100) 흑1은 실리가 탐나서가 아니라 백의 실리를 빼앗기 위한 점이다.
백2로 결정하고 만다. 그러나 흑3,5로 하변은 원체 흑이 강한 곳이라서 이 정도로 깎아 내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 때
처음으로 조병탁에게서 완착이 나온다. 백6으로 들여다 볼 때 흑7을 선수한 것이 바로 그것. 이곳은 안 그래도 흑이 먼저 둔다면 상당히
곤란할 지경이어서 백은 안 그래도 8을 보강하고 싶었던 곳이다. 물론 흑9로 하변을 키기고 싶은 맘이었던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냥 흑7을
생략하고 9로 곧장 받아도 별 다른 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흑이 유리한 상황이다. 덤 5집이 있을 뿐 아니라
하변이 아무런 맛이 없을 만큼 큰 집이 형성되어있다.
백10으로 하나 남은 큰 곳을 지키자 흑13으로 눌러간다. 백14로
응수하자 흑15로 입구자로 미끄러진 후 흑17로 밀고 간다. 이미 중앙에서는 흑이 제법 말을 하는 상황이니 이렇게 귀를 뽑아버리게 되면 전체
실리에서도 흑이 백에게 뒤질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백18,20은 새끼줄로 맹수를 엮으려는 모습 같지만, 백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흑21로 뚫자 백22로 귀를 막는다. 이때 흑23으로 뿌리째 끊어간다. 이 수가 된다면 기세로는 흑이 완승 분위기이다.
백24,26으로 뚫고 나오자 흑27로 단수를 친다. 이 수로는 하변을 끊어 잡을 수도 있다.
흑31로 빵때림하면서 흑은 순조로운 중반이다.
이쯤에서 해설을 맡은 김혜림이 오히려 서능욱을 걱정한다. “흑이 너무 안 좋아요. 초반부터 너무 엷네요.”
백32는 조금이나마
백이 기분 좋은 응수. 그리고 백34로 일단은 갈랐다. 그런데 여기서 흑35로 한 점을 또 때려내면서 조병탁은 만족한다. 물론 이렇게 된다고
해서 흑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할 때 해야 하는 것이다. 벌 때 벌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으로 어떻게든 뛰어나가서 뚫어버리는 것이 더
나았다.
흑37,39로 계속해서 밀어가는 것은 조병탁의 뒤늦은 분발이다. 그러나 백40으로 막상 끊어서 42로 막아서자
흑43,49로 두 점을 잡는 동안 백은 좌변에서 엄청 벌어들였다. 이래서는 역전이 아닌가 한다.
③ 그놈의 깜깜이
멤버들은 9월 로스터 확장으로
말미암아 마이너리그 딱지를 떼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야구선수는 아님^^) 마이너에서의 경력은 실로 화려하다. 사실 15년간 취재
경력의 유모 기자는 바둑기자들 사이에는 ‘지존 주윤발’로 불리는 사람이다. 승률에 대략 90%에 육박한다.
반면 워러는
80%의 승률을 보여주지만, 많은 이들에게 '따도 운으로 땄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엄모 기자 역시 삼일 굶은 늑대와
동침하여 다음날 아침 늑대의 뼈다귀를 추려주었던 이력의 소유자.
김모 사장은 지난 삼성화재배에서부터 멤버가 되었는데, 폼은
억수로 근사한데 이기는 꼴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는 드물게 돈줄이 빵빵한 사장님이어서 멤버에 넣어 준 것이다. 이 분은
하자면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는 소위 ‘봉’의 자질마저 보이는 귀한 VIP이다. 모두들 그의 사업이 잘 되기를 학수고대할 정도.
익히 알다시피, 프로기사는 모든 앉아서 하는 머리돌리기의 총아인 바둑의 대가. 따라서 아류인 포커도 그들의 능수능란한
수읽기는 이미 ‘밥’들의 몸매까지 투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맞아도 금가락지 낀 손에 맞는다고, 서명인에게 맞는 것임에 즐거운 맘으로 뺨을
내밀고 있다.
밤 10시에 시작한 챔피언십은 제한시간이 새벽 3시까지 5시간 동안이다. 포석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워러가 늘
그랬던 앞서나간다. 도통 수중에 모여든 흰 바둑알이 수북해져서 빠져나가질 않는다. 뭐, 흔드는 것은 생략하고 나눠먹기만을 하니 안전빵이다.
흰 바둑알은 1만원 칩 대용이다.
12시를 넘기자 서서히 계가를 해보는 일이 잦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인건비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판돈이 너무 작은 것이었다. 억수로 이겼는데도 별로 불어나지 않았다. 차비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차비가 비행기
삯이니 좀 비쌀 것임)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판돈을 좀 올리자고 계속해서 보챘다. 서명인은 너무 크다며 우는 소리를
해 댄다. 아무래도 워러의 말보다는 서명인의 말이 채택될 가능성이 큰 고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카드 짝을 계속
돌려댔다. 그 때쯤 해서 서명인도 별 것 아니라는 오만방자함이 슬슬 발동했다. ‘뭐, 허구한 날 패 받아보고 죽기나 하고, 뭐 이게
메이저리그야. 서명인님도 별 것 없구먼?’
계속 해서 허리가 아프다느니, 체력을 열세를 한탄하던 서명인은 새벽 2시가 되자
피곤한 듯 한마디를 내뱉는다. “20년 만에 치니까 잘 안보이네. 우리 내일 일도 있는데, 깜깜이로 돌리지 뭐. 돈 놓고 돈 먹기지…. 빨리
치고 자자구.”
헉! 워러가 바라는 그 말. 돈놓고 돈 먹기….
‘흐미 좋아라~! 빨리 하입시더.’ 카드를 엎어서 5장을 뿌려주고서 1~3회에 걸쳐서 카드를 체인지 해주는 게임이었다. 뭐,
근본적으로 하이로우인데 별 차이가 있겠나 싶어서 모두들 오케이사인을 냈다.
서명인이 갑자기 허리를 세우는 일이
잦았다. 돈을 갈구리로 쓸어 담느라 바빴다. 어쩌면 서명인이 따는 게 아니라 우리가 퍼 주는 것이었다. 우리? 솔직히 워러가 다
퍼주었다. 그간 딴 돈은 한방에 까놓은 호박씨 털어 먹듯 다 털어먹었다.
급기야 4시간동안 전혀 꺼낼 필요 없었던 나의 소중한
지갑을 보여주고서 '증자'를 거듭하고서 마지막 천 원짜리까지 탈탈 털어주었다. 4시간을 이기고 단 20분 만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이런
우라질레이션! 20년 동안 포커 안 쳤다더니만….’ ‘승부사가 우예 예의도 없나? 갖다 바치는 사람 앞에서 낄낄낄 웃어나 대고 말이야.’
역시 포커는 많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우리네 마이너리그는 막판까지 가서 ‘쥐어!’하는 짜릿짜릿한
짤짤이를 하고 싶은 욕심에 매판 결승전까지 출전하고 본다. 그러나 결승전은 금메달 은메달을 결정하는 승부가 아님을 간과하고 있었다. 금메달과
돌메달을 가르는 승부임을 잘 알면서도 매번 당하고 마는 난, 영원한 하수인가보다.
그날 밀림에서는 커다란 들소가 자살하는
바람에 악어 사자 하이에나 표범 그리고 독수리 심지어 이름모를 곤충류까지 엄청나게 포식을 했다. 과연 서명인은 지루하게 기다릴 줄 아는
승부사였다. 바로 딱 한 순간, 먹잇감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달려드는 그는 맹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