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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

제주 바둑기행 (1)

2011-05-05 오전 11:41:18 입력 / 2011-05-05 오후 3:17:43 수정


S#1. 너희가 바둑의 미래란다

봄이 오면 우리는 제주도로 떠난다.
그 섬의 올레길 아무 곳에서나 바둑판을 펼치고 아이들과 만난다.


행마를 몰라도 좋고 바둑알로 소꿉장난을 해도 좋다.
흰 돌 까만 돌 노란 바둑판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이라면 다 좋다.


그렇게 19로 한 눈금씩 걸어가다 보면 눈높이만큼 이 세상이 들어오겠지.
그래서 우리는 5월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너희는 우리 바둑의 미래이므로.


S#2. 우리가 전할 수 있는 것들

제주도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불현듯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부산이나 목포보다 가기 편한 곳이지만 바둑으로 어린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클럽 A7 팀은 바둑용품을 승합차에 싣고 응암동을 출발해 목포로 간 뒤 카 훼리를 이용해 제주도에 도착했고, 아바사(아마바둑사랑)의 기사들은 각각의 스케줄에 따라 항공편을 이용해 날아왔다.

접선장소는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
산방산 기슭으로 제주도를 한 바퀴 감싸는 올레길 중 가장 풍치가 좋은 곳이다.
바다를 끼고 도는 올레길 한 구간을 모두 함께 걸으면서 그제야 인사를 나눈다.

▲좌로부터 박장우 한국기원 보급팀장, 황원순 부단장, 박창규 대바협 본부장, 박성균7단, 임동균7단, 백규환 단장, 한공민 부단장, 심우섭7단, 홍시범 A7대표

▲술잔 부딪히는 아마사범들.

아마 바둑계에서 면면이 화려한 리더들이 남국의 바닷가에서 건배를 외친다. 김밥과 해삼 안주가 소박한 듯 푸짐하다.

▲황원순, 백규환

황원순 6단과 백규환 단장은 한양대 동문이다.
그들의 우정이 제주도에 인코배 어린이 바둑대회를 만들었다.
“어이구,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저 친구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올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동안 인코 배는 지속될 겁니다.”
백 단장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벌써 6년째 소리내지 않고 제주도의 어린이 바둑대회를 후원하고 있었다.

▲클럽A7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주도 어린이 바둑대회를 만들고 묵묵히 실행하고 있는 클럽 A7가족들.
제주도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홍시범 대표의 고향 사랑은 애틋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 것뿐이잖아요?”
그가 제주의 어린이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과 아들 맑은샘의 유년기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알기에 아마기사들은 조건 없이 몇날 며칠을 따지지 않고 제주도로 노력봉사를 오는 것이다.
누군가 뜻을 세우고 누군가 경비를 댔으니 또 누군가는 재능을 얹어야 삼박자로 일이 되는 법.
인코 배는 그렇게 돌아가는 바둑대회다.

▲새연교 다리

S#3. 인코 배 어린이 바둑대회

이튿날 제주도는 비가 내렸다.
원래 대회장소는 서귀포와 새섬을 연결하는 새연교 한가운데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악천후 때문에 천지연 폭포 입구의 광장으로 변경했다.

▲한공민 부단장

서귀포에서 유일하게 바둑교실을 운영하는 한공민 원장.
그는 일년내내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제주 바둑여행에 그는 승합차와 운전을 기부했다.

▲어린이 바둑대회에 앞서 제주도의 기우들과 수담을 나누는 아바사 기사들. 왼쪽 큰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심우섭 7단의 강의, 김동섭 7단의 대국, 조민수 7단의 대국, 임동균 7단의 대국 

▲가위바위보로 돌가리기를 하는 아이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

▲부모의 관심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영양분이다.

▲인기폭발! 삐에로의 선물. 

아기를 위해서 엄마가 먼저 배워야지.
삐에로가 주는 선물도 집중력을 끌어올리는데 효과만점!


S#4. 봄이 오면 서귀포에 가리라

폭풍우로 여객기가 회항하고 대회장이 변경되었어도 제주 바둑행사는 차질 없이 치러졌다.

우리들은 아무도 우리끼리 바둑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청춘과 함께 한 바둑이 과연 빛나는 훈장인지 우리는 확신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아픔인지도 모르지.
바둑이 시대와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나 적어도 어린 너희들에게 바둑은 빛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희들에게만큼은 바둑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제주도의 경치를 감상하는 아마사범들.

봄이 오면
서귀포에 가리라
오름과 추억 넘어
외줄기 길을 따라
산그늘처럼
찾아가리라



세상의 모든 길들이
옷고름을 푸는 곳
서귀포에 가면
돌담에 기대
머나먼 수평을
바라만 보아도 좋으리



서로의 슬픔을
말하지 않은 채
서귀포에는 그리움뿐이려니
그곳에 앉아서
오지 않을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좋으리.



쓸쓸한 바람이 불고
온 천지에 꽃이 가득하여
홀로 술잔을 들며
봄물 오른 서귀포를 사랑할지니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그대를 사랑할지니
봄이 오면
서귀포에 가리라


서귀포에 가면
그리운 사람의 청아한 노래가 들리니
시골아이 웃음소리
여나믓 남은 분교장 너머
감귤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청춘의 시간을
묻어도 좋으리.


내일 5뤟 6일에는 제주 바둑기행 2화
“봄날은 간다” 편이 소개됩니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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