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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원정대

우리는 바둑을 '늘사랑'합니다

2006년 만들어진 1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인 늘사랑 동호회

2011-05-28 오후 1:12:05 입력 / 2011-05-29 오후 10:22:08 수정

치열한 생활전선과 빠듯한 일상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면 가끔씩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그 느낌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 필자에게, 아니 우리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되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단연 여행이 최고의 약이라 생각한다.

일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가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싱그러운 봄바람이 코끝을 맴돌며 필자를 기다린다. 여기에 맛난 음식에, 바둑을 둘 수 있는 호적수가 곁에 있다면, 바로 그 곳이야말로 바둑인들의 무릉도원이 아니겠는가?



▲수지산장 근처 개울가/동호회원정대가 찾아간 곳인 수지산장.  

서두가 장황했던 이유는 그 동안 필자가 동호회원정대를 찾았던 곳 중 가장 무릉도원에 가까웠던 대국 장소 때문이다. 빌딩이 숲처럼 빽빽이 들어찬 서울을 지나고, 용인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고기리 유원지'라는 곳이 있다. 그 유원지에 위치한 수지산장이 오늘의 대국장이자 숙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개울가에 위치한 대국장은 운치가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물론 비 때문에 대국은 실내에서 치러져 아쉬웠지만, 만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욱 멋진 장관 속에 대국을 치렀으리라.

▲늘사랑 동호회 회원들과!

이런 멋진 곳에서 함께할 동호회는 이름이 참 아름다운 늘사랑 동호회다. 타이젬 내에서 상당히 큰 기우회에 속하는 늘사랑 동호회는 2006년에 만들어졌는데 현재 100 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회장님은 늘사랑해요 3단으로 활동하는 김광승 님이다. 국방부에서 30년간 근무한 공무원 출신의 바둑 광(狂)인 그는 바둑을 두는 것만큼 사람 만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분을 만나고 나니 왜 기우회 이름이 늘사랑인지 알겠다.

동분서주하게 움직이는 늘사랑 올페 총무님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삐쩍 마른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에너지와 한 입심(?)한다는 자칭 입심 9단 필자보다 한 치수 이상 앞서는 상당한 입심(?)의 올페님이 있어 늘사랑 동호회는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 두 명의 조화에 완벽함을 더해 주는 또 한 명. 바로 젊잖게 묵묵히 늘사랑 동호회를 지켜보는 내눈에이슬 2단 부시삽도 뻬놓을 수 없다.

늘사랑해요, 올페, 내눈에이슬 이 세 분을 보고 있자니 조화가 잘 된 오다케 히데오의 바둑을 보는 듯 하다. 바둑계에 이런 분들이 많아질수록 훨씬 풍요롭고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 본다. 아름다운 이름의 동호회를 찾아서일지 가는 멤버들이 빵빵하다. 해설자에 서능욱 9단, 대국자 김영환 9단, 진행에 박창규 아마 6단. 그리고 글과 사진에 필자(죄송합니다.)까지 하나로 뭉쳤다.

▲늘사랑동호회의 폭우 6단.

늘사랑 동호회가 자신있게 내보낸 선수는 폭우 6단으로 활동 중인 박화수씨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서 인테리어 업을 하는 사업가다.

"상대가 영환도산데. 좀 놓으셔야죠?"
"배우는 것이니, 넉 점 놓으려고요."
"음. 그래도 다섯 점 놓으시는 것이 편하실 텐데요?"
"제가 타이젬에서 6단으로 만판을 뒀는데 체면이 있지요. 넉 점 놓겠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타이젬 선수는 누군가요?"
"한국선수는 철이(P). 중국선수는 daxiang을 좋아합니다. 두 아이디가 두면 철이 응원, 따로 두면 지금 이야기한 선수에게 베팅을 하곤 하죠."

철이와 daxiang을 좋아하는 것으로 추측해 볼 때 본인 기풍은 전투라는 이야기인데. 상대가 영환도사라 더욱 걱정된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김영환9단이 아직 전날(당일새벽)마신 알코올이 혈액에 남아 있다는 것.

필자와 박화수씨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동호회원들은 베팅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타이젬 회원들 아니랄까봐. 회장님은 폭우 6단에게 응원 베팅을 한껏 올린다.

대국이 임박하자 동대문구 고형옥 바둑협회장을 비롯해 여성회원들까지 30명 정도 되는 응원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여성회원들은 응원 차 놀러 왔다며 한껏 신이 난 모습이다.

▲김영환 9단과 폭우 타이젬 6단의 대결!

드디어 대국시작. 예상한바와 같이 전투에 전투다. 흐름은 도사답게 김영환 9단이 주도하고 있다. 도사가 반상에서 펼치는 도술에 주눅이 든 것일까? 폭우님을 슬쩍 보니 잔뜩 얼어있다. 결국 대마가 잡혀버린 폭우님의 불계패.

예상치 못한 영환도사의 대마사냥에 방송사고가 나버렸다. 덕분에 양 대국자는 긴 복기를 나눌 수 있었다.

"조명에, 카메라에, 상대가 영환도사라, 제 실력이 안 나왔어요."라며 아쉬워하는 폭우님. 괜찮아요. 다음에 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동호회 원정대를 꾸준히 정독하시는 타이젬회원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대국보다는 그 후가 메인이벤트다. 대국 전부터 유독 눈길이 갔던 수지산장의 족구장. 반상에서의 쓴 패배를 족구로 갚겠다며 회장님이 족구 제의를 한다. 그래서 즉석으로 타이젬- K바둑 연합팀과 늘사랑 동호회의 즉석 족구가 펼쳐졌다.

무슨 내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족구도 늘사랑 동호회가 패하고 말았다. 내기야 어찌되었든 늘사랑 동호회, 이날 만큼은 ‘물(?)사랑’으로 개명해 드렸다.

족구도 신나게 했으니, 이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담을 나누는 일만 남았다. 전문 식당이라 그런지 음식이 예사롭지 않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닭백숙, 닭볶음탕, 오리로스까지 비행기 삼종세트가 등장한다. 후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또 다시 군침이 돌 정도다.

 
▲서능욱 9단과 서9단의 팬.

한창 맛있게 식욕을 과시하고 있는데 어떤 미인이 “바둑 프로 중에 서능욱 사범님이 가장 좋아요.”라며 서능욱 9단에게 접근(?)한다. 서능욱 사범님은 헤벌쭉 마냥 좋단다. (형수님한테 전화할까?)

밤이 깊어간다. 노래방팀, 훌라팀, 음주팀, 바둑팀, 수면팀 까지 다섯 팀으로 나누어져서 어울린다.


▲맛있는 음식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필자는 그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물소리, 산새소리에 바둑 알 놓는 소리까지 귓가에 맴도는 달콤함을 즐겼다. 왠지 몽롱하게 느껴진다. 지금이 꿈인가 생신가. 오늘 나는 신선이다.

추신: 회장님 너무 많이 쓰신 것 아닌지 걱정됩니다. 그런데 다음 모임에도 또 불러주실 거죠?
TYGEM / 김지명 아마 6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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