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젬9단분석
팔달시장- 산(山) 사나이
팔달시장- 산(山) 사나이
2011-05-15 오전 10:48:19 입력
2주 전 일요일 모처럼 선배 Y와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이북5도청 앞에 모여서
라면, 김밥, 생수를 구입한 후 구기분소에서 출발했다. 대남문·대성문·대동문을 거쳐 진달래능선으로 내려오는 여정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추위가 물러가고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곳곳에 자태를 드러낸 북한산은 봄기운으로 가득헸다.

▲봄 향기로 가득찬 북한산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
이유는 체력단련과 일에 지친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필자는 가끔 산에 오르지만 산을 좋아하는 바둑 애호가들의 숫자는 꽤
많은 것 같다. 강릉에서 바둑보급을 하고 있는 배희선 원장은 2004년 9월부터 약 2년 동안 백두대간의 산행 기록을 담은 '산이 부르면
간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주인공은 '팔달시장'이다. 한 달에 열 차례쯤 산에 오른다는 산 사나이
팔당시장. 많은 인터넷 대국을 치르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산행은 필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팔달시장은 2005년 8월6일 tears747과 첫 9단 대국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전적은 140승 109패 승률은
56.2% 강단 기록은 한 차례다. 그는 일본의 전설적인 기사 3586과 37판을 겨뤄 17승 20패를 기록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아버님 따라 기원에 갔다가 우연히 바둑을 배우게 됐고,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바둑은 내 운명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장 잊을 수 없는 대국은 공식전적 7전 전패를 안겨준 상대방에게 아마 대회 결승에서 처음으로 이겼던 날 너무 기뻤다고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 기사는 조혜연 9단이다. 1996년 천리안에서 알게 된 이후 그녀와 100판 가량 두었고,
아마추어 강자들과의 실전 대국으로 경험을 쌓은 그녀는 이듬해 전문기사가 됐다.
팔달시장은 주중에 친구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고
바둑을 좋아하는 친구의 바둑 사범 역할도 겸하며 틈틈이 초고수들의 경연장인 타이젬으로 들어와 혼이 실린 대국을 한다. 본인은 30초
초읽기로 보다 여유 있는 대국을 하고 싶지만 중국 기사들 거의 대부분이 20초 초읽기로 대국 신청을 해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40세 이상만 출전하는 시니어 전국 아마 바둑대회에 아마 여자 기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이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피력했다. 그는 또한 라이벌 A와 천 판쯤 두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고백했다.
팔달시장은
타이젬 대국을 하면서 대국 신청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좋고, 강9단과 대국을 하고 싶지만 자신은 2부 리그 선수이므로 1부 리그 선수
대국이 끝나는 시점인 0시~2시 무렵이 되야 기회가 온다며 웃었다.
팔달시장의 바둑은 산에 오르는 것처럼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다. 등산할 때 조금이라도 과속을 하면 결과는 관절 이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듯이 한판의 바둑을 두면서 무리수가 나오면 그로 인해
두고두고 가슴을 졸여야 한다.
그러나, 그가 항상 참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설렁설렁 두는 것 같지만 중요한 장면에 도달하면
예리한 더듬이로 상대방의 실수를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기본기가 잘 다져 있어 속기 대국에서도 실수가 적은 편이고, 온라인과 실제
대국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아마도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인터넷 대국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대국 경험은 개인전이나 단체전에서 꽤 오랫동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원천이 되고 있다.
팔달시장의 기풍을 요약하면
두터운 실리형으로 노림수가 많은 편이다. 난전을 즐기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경우 결코 물러서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이런 난전을
통해 그의 깊은 수읽기 능력을 감상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팔달시장의 바둑을 감상해 보자. 선정한 대국은 일본의 3586과의
대국으로 팔달시장이 백이다.

▲실전보1 (●3586 : ○팔달시장)
실전보1에서 흑1은 3으로 밀 때
좌변을 갈라치는 것과 백의 두점 머리를 맞보겠다는 계산. 하지만 백도 4로 반발했고, 흑7로 끊어 급전이 되었다. 백14로 귀를 잡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손을 돌리면 일선 치중수로 귀가 잡힌다. 흑17까지 되고 보니 우하귀에 침입한 백18이 너무 통렬하다. 하변에 떠 있는 백의
미생마는 탄력이 있어 쉽게 공격하기 어려운 모양인 것을 흑은 간과한 듯 하다. 필자라면 흑7로 우하귀를 입구자로 지키고 나중에 7로 끊는
수를 노릴 것 같다.

▲실전보2
백은 우하귀에서 패를 걸어 그 대가로 우상귀를 연타한다. 실전보
2의 흑12로 젖힐 때 13으로 웅크리고 넘어가며 중앙 타개는 자신 있다고 외친다. 하지만 백도 아래에 떠 있는 백의 미생마가 은근히
걱정된다.

▲실전보3
실전보 3의 흑1은 공방의 요처. 백이 8,10으로 이단 젖혔을 때
흑11로 늘어 둔 수가 완착 같다. 백이 재빨리 아래쪽으로 손을 돌리니 흑의 공격이 미흡해 보인다.

▲참고도1
필자라면 참고도1의 흑1로 아낌 없이 단수 교환하고 5까지 중앙을
밀어서 아래 백 대마를 크게 공격하고 싶다. 다음 중앙에 두 점을 단수치는 모양도 좋고, 아래 백에게 힘을 가할 때도 훨씬
낫다.

▲실전보 4
실전보 4를 보자. 흑은 위아래 백 대마를 살려주는 대신 중앙에서
빵따냄을 얻었다. 흑7로 급소 일격을 가하고 뒷맛을 보류한 채 좌변에서 수를 내자 백도 상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좌상귀의 백진영은 그대로
집이 되는 것일까?

▲실전보5
실전보 5의 흑3으로 붙여서 좌상귀에서 패가 발생했다.
참고로 단수치지 않고 12로 늦추는 것이 배워둘만한 좋은 수다. 늦추지 않고 성급히 단수를 결정하면 좌상귀 흑이 살기
때문이다.

▲실전보6
팻감 공방으로 진행이 된 국면이다. 흑도 실전보 6의
4로 나오면서 험악해졌다. 좌상귀 패싸움에서 중앙으로 전쟁터가 옮겨졌다.

▲실전보7
실전보 7의 백1로 따고 흑2로 끊자 백5까지 갑자기
중앙 흑 대마의 사활이 걸렸다. 이후는 흑이 두어본 것에 불과하다. 흑은 중앙에서 참고도1의 진행을 놓친 것이 아쉬웠고, 백은 혼전 속에서도
집중력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상대방의 대마를 포획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도 온라인에서 명국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가 일반 대회에서도 계속 좋은 성적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TYGEM / 북악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