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순천에서 바둑 자랑하지 마시라
- 순천 기우회 연합회
2011-07-29 오전 11:55:00 입력 / 2011-07-29 오후 3:26:18 수정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미인 자랑하지 말라는 소리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미인이라 해서 꼭 여성만 의미하지는 않으리라.
순천은 인물의 고장으로 남도에서 유명한 곳.
하늘의 뜻에 순응한다는 지명 처럼 평탄한 땅은 비옥하고 바다와 맞닿은 순천만은 아름답다.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 걸출한 인물과 미인을 잉태할 만하다.
또 지방도시치고 바둑 열기를 따져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도시가 바로 순천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서능욱 9단과 조민수 아마 7단.
아마추어 맹장 조민수 7단이 터줏대감으로 순천을 지키고 있다.
“서울에 압구정 리그가 있듯 순천에도 20여 명에 달하는 동호인들이 정기적으로 리그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상금도 있고 체계도 잡혀있어 아주 치열합니다. 동호회원정대가 호남으로 떴는데 순천을 들르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죠.”
원정대 본진이 해남과 완도를 거쳐 순천으로 이동한 것은 조민수 7단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순천기우회 연합회와 함께!
순천에 도착하니 다른 지역과 달리 일반적인 동호회가 아니라 지역 유지들로 보이는 분들이 원정대를 반겼다.
명함의 중량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조민수 7단이 씩 웃으며 소개한다.
“순천은 동호회가 많습니다. 어느 한 군데만 부르면 욕먹을 거 아닙니까? 오늘 모인 분들은 바둑협회 관계자들과 모든 기우회 대표들입니다. 타이젬 동호회원정대의 방식과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천의 방식은 이런 거니까 그리들 아시고 멍석 깝시다.”
▲대국 전 서능욱 9단과 위계룡 순천 메디팜 병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서능욱 9단과 대국할 주인공은 위계룡 순천 메디팜 병원장.
타이젬 기력으로 5단인데 순천 지역 바둑활성화를 위해 여러모로 애쓰는 후원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취미는 등산과 낚시, 그리고 바둑이다.
수년 간 바둑을 두지 않았다가 최근 순천기우회가 발족되면서 다시 돌을 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국 중.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대국과 함께 해설도 동시에 진행됐다.
포석이 펼쳐지는데 그림이 아주 묘했다.
한 수 한 수 놓일 때마다 서9단이 끙끙 신음을 토했다.
이른바 풍차 돌리기 전법으로 접바둑에서 하수가 구사할 수 있는 비장의 전략이 펼쳐진 것이다.
화력과 기동력의 열세를 짜임새 있는 진용으로 커버하는 지략이다.
지켜보는 조민수 7단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감추지 못 한다.
이 대국을 위해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는 표정이다.
▲'이거 만만치 않은데?' 심각한 표정의 서능욱 9단.
변환술에 능한 손오공 서9단이지만 워낙 단단한 철벽을 만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끊임없이 흔들고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조금씩 치수의 균형을 맞추더니 마침내 역전을 이뤄냈다.
바둑을 끝내고 서9단은 손수건으로 드넓은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어휴, 지옥이네요. 포석 감각이 거의 9단 급인데요.”
바둑은 한 판으로 끝나지 않았다.
스튜디오 안 밖으로 명사들의 수담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
▲정진옥 조성고 교감(좌)과 장만채 전라남도 교육감의 명사대국이 치러지기 전 화기애애한 모습.
여러 판의 명사대국이 진행되고 있는데 오늘의 주인공 위계룡 원장이 정중하게 서9단에게 복수전을 청한다.
“실례인 줄 알지만 한 판만 더 기회를 주시죠.”
아까의 역전패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못 다한 배움을 다시 한 번!
서능욱 9단은 아무리 피곤해도 바둑판을 외면하지 않는 호인.
서9단은 마다하지 않는다.
위 원장이 대뜸 한 점 더 올려 여섯 점을 깐다.
그러자 서9단이 손사래를 친다.
5점에서 풍차돌리기 포석으로 무진장 애를 먹었는데 6점이면 악몽일 터. 접바둑에서 5점과 6점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그러나 저렴한 기력의 우리들은 프로의 무서움을 안다.
깔면 깔수록 사석만 늘어난다는 것을 안다.
아니나 다를까 판을 접을 때 백이 웃고 있었다.
위계룡 원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복기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야외에서 즐기는 수담.
동호회원정대를 통해 한 자리에 모인 순천지역 기우회연합회 리더들은 단순히 바둑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전남 남동권 바둑교육벨트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초중고에 바둑교육 연계시스템을 도입하고 바둑특성화학교를 만들어 엘리트 체육의 일환으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위계룡 원장과 조민수 7단이 태풍의 눈으로 원심력을 일으키고 있는 것.
▲말없이 응시하는 조민수 아마 7단
지난 겨울 필자는 순천만으로 내려가 조민수 7단과 바다 바람을 함께 맞은 적 있었다.
그때 어렴풋이 지역 바둑교육 연계시스템에 관한 포부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여름에 동호회원정대를 통해 그 청사진의 한 쪽을 확인했다.
바둑문화의 바람직한 지도는 순천에서 발견한다.
바둑은 중앙으로부터의 보급 활동보다 지역 자체에서 바람을 일으켜 확산됐을 때 그 힘이 훨씬 큰 것이다.
TYGEM / 김종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