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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만화로 대한민국 샐러리맨을 응원하고 싶어요"

바둑 주제로 한 윤태호 작가 인터뷰

2011-08-28 오후 1:39:45 입력 / 2011-08-28 오후 11:59:28 수정

웹사이트에서 만화가들이 자신의 창작열을 쏟아내는 웹툰은 등장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타이젬 대국실 및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바둑팬의 일화를 맛깔나게 그려낸『바둑광 박부장』역시 웹툰으로 많은 타이젬 회원의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다가오는 9월. 포털사이트 DAUM 만화 속 세상에서 『미생-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이하 미생)』가 연재된다. 제목에서 약간의 짐작을 하셨을 타이젬 회원들이 계셨겠지만, 미생의 주제는 바로 바둑이며 1년 정도 연재될 예정이다.

아직 미생이 연재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과거 고스트바둑왕이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바둑을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바 있는데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 인기 포털사이트 DAUM에서 정식 연재되기 때문에 국내 바둑계에 신선한 활력소를 가져다줄지 기대되는 것이다.
 
특히 미생은 2007년 탄탄한 스토리와 많은 인터넷 유저들의 큰 인기를 누리며 영화화까지 된 '이끼'의 윤태호 작가가 펜을 잡아 더욱 눈길을 끈다. 미생의 전작 이끼는 아버지의 의문 어린 죽음에 대해 진실을 쫓는 주인공 류해국이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한국사회를 비판하며 결국 인과응보로 결실을 보아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역시 DAUM에 연재된 이끼는 누적조회가 3,600만회가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를 만나 미생에 대해 들어봤다.

▲윤태호 작가.

part.1 '미생'으로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을 응원하고 싶다.

- 안녕하세요? 타이젬 회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만화가 윤태호입니다. 1969년생이고, 1993년 월간점프에 비상착륙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습니다. 허영만 선생님 문하생을 했고, 2007년 이끼란 작품으로 웹툰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 오랜만에 신작으로 찾아오셨는데요. 주제가 바둑이더군요. 미생-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라….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데요.
하하. 그런가요? 만화에서 제목 역시 많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정말 많은 고심 끝에 지었습니다. 제목은 다소 무겁게 느껴지실 수 있으시겠지만, 내용은 유머러스 드라마로 유쾌하게 풀어나갈 겁니다.

- 그렇군요. 바둑을 유머러스 드라마로 풀어간다! 스토리가 상당히 기대되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바둑으로 한 번 좌절을 맛본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이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입단공부에서 낙방한 연구생 출신 회사원이라고 할 수 있죠.

- 만화가는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지 않습니까? 미생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이전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IMF를 겪으면서 그 의미가 사라졌죠. 현재와 같은 예측하지 못하는 세상에 놓인 즉 보장되지 않은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살게 된 것이죠.
고학력, 무한경쟁시대로 취업의 문이 좁아지고, 자신이 꿈에 맞춰가기보다는 현실과 환경에 맞춰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을 하면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기보다는 유흥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많아졌고 증권, 주식 등으로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은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한 샐러리맨들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야경은 볼 수 없었을 수도 있었겠죠. 미생은 그런 샐러리맨들을 응원하는 만화입니다.
제 만화를 통해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들의 인생성장을 돕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의 시각을 통해서 샐러리맨들을 목격하고 샐러리맨 아빠, 엄마, 아들, 딸을 두는 모든 가족이 이 만화를 봤을 때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작업하는 윤태호 작가 / 미생에 등장하는 컷 

- 인터뷰를 하다보니 점점 '미생'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주인공 역시 관심이 가는데요. 앞서 주인공이 연구생 출신 샐러리맨이라고 밝히셨는데 특별히 그렇게 설정을 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많은 사람이 살기위해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합니다. 제 주위에서도 중고등학생 시절 소설과 시를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이 현재는 그와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이들도 비싼 학비를 주고 그 공부를 했어도 그 일로 파생된 일들을 하거나 전혀 무관한 일들을 하는 것이죠.

TV에 나오는 직장인 밴드의 경우만 봐도 '죽을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이거였는데' 라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이를 조금 다르게 해석하자면 이들은 가벼운 좌절, 사사로운 실패를 한 것이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고수(프로기사)가 주는 교훈보다 같은 무리 중에 일인으로, 즉 입단이라는 목표에 가벼운 실패 경험이 있는 연구생 출신으로 잡은 것이죠. 풀어나가는 과정은 '복기'로 잡았습니다. 

저는 바둑을 두면서 많은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단순히 승리해서가 아닌 한 수 한 수가 뒤에 어떻게 나에게 기여를 하고, 그 수순을 알아가는 과정 등 바둑 한 판에서 느껴지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바둑 안에 삶에 대한 어떤 혜안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바둑에서 그렇듯 '복기'를 통해 담담히 담아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봤죠.

주인공의 일상을 복기하면서 그의 눈을 따라가 다 보면 복선도 깔리게 될 것이고요. 사건, 해결 과정 등 보통의 샐러리맨들이 겪는 모든 문제를 건드리고 담아낼 겁니다. 어떻게 담느냐는 계속 테스트 중입니다.

▲타이젬 회원들을 위한 특별 공개 컷. 아직 최종 완성본은 아니라고. 윤태호 작가는 이번 미생 작품에서 기존과 다른 그림체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part.2 바둑과 미생구상은 운명.

- 윤태호 작가님이 바둑관련 만화를 준비한다고 들은 것은 꽤 된 것 같은데요. '미생' 구상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구체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9년 겨울이니 약 2년전 이네요. 이끼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모 출판사에서 바둑을 소재로 한 직장인 만화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습니다.
제안을 듣는 순간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99~2000년 제가 바둑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고 싶어 바둑 관련된 책을 많이 모았거든요. 헌책방들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노승일 씨가 쓴 바둑 야사, 박치문 씨 관전기, 조치훈 씨 기보 등 정말 바둑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사서 탐독했습니다.
또 직장인에 대한 관심도 많았어요. 이전에 창업과 관련된 만화도 스토리도 잡아놔서 돈, 창업, 직장인들과 관련된 책들을 쌓아놓고 자료 수집을 했었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제가 그렇게 관심을 보이던 바둑과 직장인 두 개의 키워드를 들고와서 요청하니 어떤 느낌이 들었겠습니까. '아. 운명이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죠.

사실 출판사에서는 프로기사를 통해 직장인에 대한 해학을 해달라고 정말 구체적으로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이 있던 분야였고, 앞서 밝혔듯이 고수보다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은 절대고수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잖아요.

또 저는 사사로운 실패가 쌓여진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하라' 등의 처세술 같은 책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는 저하고도 조금 관련이 있는데 저는 스스로 자부심이 큰 사람이지만 제 삶에 대한 만족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거든요.


▲작업실 옆 이끼 포스터. 정재영,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 의외네요. 전작 이끼도 그렇고, 야후 등의 작품이 히트를 치면서 만화가 중에서는 굉장히 성공하셨다고 볼 수 있잖아요. 당연히(?)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실 줄 알았는데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만화가가 꿈이 되었습니다. 재능도 있다고 생각했죠.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4컷 만화를 연재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중학교 때 집이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정식 미대입시를 하는 학원에 다닐 수 없었고, 원하는 고등학교가 아닌 곳으로 진학했죠. 일반 조그마한 미술학원에 청소해주면서 그 돈으로 영화를 보러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부심은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점점 낮아지더라고요. 꿈에 그리던 허영만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는데 2년 먼저 입문한 동갑내기 친구보다 시작이 늦어서 그 차이, 한계 때문에 도망도 갔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열이 받네요.(웃음)
그런 과정만 봐도 사사로운 실패가 쌓인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이 세상이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재디자인하는 모습을 많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네요.

▲작업실 한 켠에 있는 바둑책들.

- 저는 작가님의 전작 야후와 이끼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끼가 웹툰 누적조회 수가 3,600만 이고, 영화관객 3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지 않았습니까? 그 후 첫 작품인데 바둑이라는 소재가 흔한 소재는 아니고, 전작 이끼에 대한 후속작이라 조금의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앞서 밝혔듯이 오래전부터 관심도 있었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구상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연재를 시작 못 했다는 것은 약간 부담스러웠다는 점도 있었죠.
감을 잡기가 어려웠거든요. 본격적으로 작품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한국기원에 문의했고, 보급팀 박장우 팀장이 연구생 현황부터 시작해서 주요 취재원 소개(연구생 출신)등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황인성 아마 6단을 비롯해 연구생 출신과 현 연구생도 많이 만나보고, 바둑 모임도 찾아갔지요. 이제야 감이 왔습니다.(웃음)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끼 차기작에 부담과는 무관합니다. 과연 미생이 이끼 다음에 나올만한 작품인가. 그것은 제가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작품에 대한 부분은 제 손을 떠나 독자분들이 평가하고 소통하는 영역이니까요.
단지 이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전작과 다른 것을 할 것인지 뛰어넘는 작품을 할 것인지 작가는 현실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작품을 해야 합니다. 이는 실력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죠. 직업적·작품적 태도 인식의 변화 같은 거죠.
저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고 지금 당장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죠. 정점의 무책임에서 가장 제가 원하는 만화가 나와요.
원래도 그런 스타일이죠. 강요하고 이런 거 못합니다.

▲분당 윤태호 작가의 작업실. 문하생 3명과 함께 작업실에서 작업한다고.

part.3 "기력은 인터넷 10급이지만 바둑에 대한 열정만큼은 입신" 

- 앞서 인터뷰 내용들을 보니 바둑에 대한 내공이 상당한 고수이실 것 같습니다. 아. 제가 기력을 안 여쭤봤네요. 분명히 고수 시겠죠?
들으시면 놀라실텐데….인터넷 기력 10급입니다. 24살 때 아는 선배님께 50점 놓고 배웠지요. 두 집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박살 났습니다. 그 후로 후배들에게 담배사주면서 배우고, 임해봉 사활 책도 보면서 공부했지요. 그 선배님과의 치수는 4점까지 줄여졌죠

- 평소 대국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가끔 인터넷으로 두는데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한 판만 두는 스타일이라서 많이는 못 둡니다. 한 판 두면 힘이 빠질 만큼 열심히 두지요. 문하생들이 가끔 두는 것을 보는데 많이 둘 때는 5~6판 두더라고요.

▲"저 바둑 좋아합니다! 만화도 재미있게 봐주세요!"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네요. 바둑사이트와는 첫 인터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끝으로 타이젬 회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취미로 바둑을 즐기시는 아마추어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바둑은 18급부터 프로 9단까지 다양한 기력이 있지만 다 자기 급수에 맞는 즐거움이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바둑을 기술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저 역시 바둑에 많은 애정이 있답니다. 이 글을 보시는 회원분들 역시 그런 분들이실 텐데 재미있는 바둑 잘 즐기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바둑은 정말 혜안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일에서 즐기는 것도 어느 수준이 되면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는데요. 바둑은 특히 그런 부분에서 정점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회원분들의 인생에 많은 도움을 주는 취미였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런 것을 추구하는 만화를 만들 테니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TYGEM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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