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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王의 후원자

건국우유 박흥양 대표 스토리

2011-09-10 오후 4:43:36 입력 / 2011-09-10 오후 7:15:35 수정

▲ 제1회 건국우유 여왕배 아마여류 최강전 개회식.

S#1.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아마추어 여성들을 위한 바둑대회 '여왕 배'가 새로 탄생했다.
우승상금 300만원이니 아마대회치고는 굵직한 편이다.
본선대국은 K바둑에서 중계를 한다.
어려운 아마추어 여성바둑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2010년 한국바둑리그에 참가했던 충북건국우유가 후원하는 대회다.
건국우유는 한국리그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자 했으나 충청북도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팀을 해체했다.
그 대신 아마추어를 위한 바둑대회를 조용히 후원하기로 했다.
"건국우유 제품의 주된 소비자는 여성들입니다. 그래서 여왕 배를 후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건국우유 박흥양 대표의 소감은 간단했다.

▲ 건국우유 박홍양 대표.

박흥양 대표의 이름은 한국리그를 통해 바둑계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언론매체의 조명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냥 좋은 방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좌우 돌아보지 않고 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복잡다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간명하게 결론을 낸다.
바둑을 후원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한국바둑리그에서 빠져야 했던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갚고 싶었다고 한다.



S#2. 프리 스타일

박 대표의 경영 스타일은 신바람으로 통한다.
구성원들이 신바람을 일으키면서 일을 해야 성취가 크다는 이야기다.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는 회사 인근의 석촌 호수를 함께 걸으면서 생각을 나눈다.
회사 이야기보다 직원 개개인의 신변잡기에 관해 관심이 많은 대표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회사에서 미적거리지 말고 빨리 귀가해 자기 계발이나 취미 생활을 즐기고 가정에 충실 하라고 권한다.
박흥양 대표 그 자신의 삶이 일과 취미를 절묘하게 병행하며 질량을 키워왔기 때문에 나름의 노하우를 자랑한다.

▲ 바둑을 좋아하는 박 대표(오른쪽)가 여성아마추어 이선아와 대국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계속 그 분야를 공부해 교수로 부임한 뒤 학장까지 올랐고 마침내 건국우유 CEO까지 맡게 되었다.
얼핏 보면 학업에만 열중한 외길 인생 같지만 박 대표의 앨범을 들춰보면 행로가 범상치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충북 제천 봉양에서 태어나 서울로 유학을 왔고 군 생활은 베트남 전선에서 보냈다.
그때 영어를 익혀 전역 후 남산 외인아파트 앞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했다.
당시 농협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월급이 8만원 정도.
그런데 도장은 그 열 배를 벌었으니 취업이 달갑지 않았다.
그러다가 독일 에셀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낙농학을 연구했다.
유학생활도 빈손으로 건너가 태권도장을 차려 돈을 벌었고 친구들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태권도의 무도(武道) 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댄스의 무도(舞蹈) 쪽으로도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로 통한다.
취미가 곧 일이고 삶의 엔진이라는 걸 강조하는 그의 철학을 이제는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박흥양 대표의 시원한 스타일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지난 7월 말 청풍명월 바둑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필자와 만났을 때 우리는 제천의 박달재에 관해서 신바람 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는 군 시절 매년 팀스피리트 훈련 때 박달재 정상으로 침투해 은거하면서 가상 적군의 배후를 급습하는 게릴라 임무를 수행하곤 했다.
당시 얼마나 치밀하게 지형을 연구하고 숙지했는지 아직까지도 박달재 인근 백 리 안의 지리를 기억한다.
박흥양 대표는 자신의 고향을 자신보다 소상히 아는 필자가 신기한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절묘한 인연이었다.
"대표님 고향에서 바둑 인들이 축제를 연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함께 참여하시죠?"
그렇게 권했더니 두말 하지 않고 콜을 외쳤다.
"그날 인원이 몇 명이나 오십니까?"
"글쎄요. 400명은 넘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이 밤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도록 건국 햄을 후원하겟습니다. 그리고 저도 바둑가요제에 사교댄스로 참여하겠습니다."
그냥 콜이 아니라 화끈하게 베팅까지 올린 거였다.
햄은 너무 좋은 걸로 보내주어(무방부제) 식당 반찬으로 사용했고, 축제 때 외국 출장이 겹치는 바람에 박 대표의 공연은 무산되었다.
아마 내년 축제 때는 박 대표의 스타일 상 반드시 바둑 동호인들과 함께 하리라 생각된다.

▲ 필자와 이야기 중인 건국우유 박홍양 대표.


S#3. 하면 된다

그는 1984년 귀국해서 모교에 교수로 채용됐고 훗날 건국우유를 맡아 강도 높은 혁신과 신바람 경영으로 적자로 허덕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2008년에는 매출 1천억원을 달성했으며 유제품, 육제품, 건강기능식품, 외식사업 등 4대 핵심 사업으로 3천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뛰고 있다.
"우유시장은 1조 3천억원에 달합니다. 감소할 걱정이 없는 시장이지만 유제품이란 장기간 보존이 어려워 아무나 뛰어들기도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건국우유는 다른 기업들과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지만 산학기업체라 그 동안 속도를 내지 못 했습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분야라서 속도보다는 제품의 신뢰가 중요했지요. 그러나 이제 건국우유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신뢰한다고 믿습니다. 이제부터는 생존경영이 아니라 창조경영으로 도전할까 합니다."
바둑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왕 배 바둑대회는 좀 재미있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 보겠습니다."

필자는 매일 아침식사를 토스트와 우유, 혹은 시리얼로 즐긴다.
박흥양 대표를 만난 뒤로 우유를 건국제품으로 바꿨다.
누가 알아줄 리 없는 선택이겠지만 내가 지불하는 우유 값이 한 바퀴 돌아 바둑계에 되돌아온다고 믿으면 기분 좋은 일이다.
후원자 시리즈를 계속 집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니까.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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