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왼 편 건물이 레이든 시청, (오른쪽)저 뒤 풍차가 렘브란트의 집
빔(Wim Hoffman)은 기타리스트다. 전설의 기타리스트 세고비아의 제자의 제자다. 빔은 레이든대학 음대 기타과를 졸업하여 그 곳 교수직을 맡았으나 배우는 학생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그만 두고 소수 정예에게만 개인 레슨을 하고 지낸다. 그는 30세에 시부미(Shibumi ? 오다케 9단을 모델로 했다는 영어 첩보소설)를 읽고 바둑에 호기심이 생겼다. 빔은 일본책을 사서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 후 바둑클럽이 있는 걸 알고 열심히 나가 3단까지 이르렀다. 바둑을 배우면서 일본문화에 관심이 생겨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꽤 잘한다.
빔의 관심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기우는 몇가지 일이 생긴다. 우선 한국 여류미술가와 친해져서 여자친구로 몇년간 사귄다. 또 부산 여류바둑인 김향희(2단)씨가 내 바둑영어교실에서 공부하면서 빔과 이메일로 친분을 맺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빔은 타이젬에 아이디가 생기고 바둑 TV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빔의 집에는 인터넷 바둑을 보기위해 바둑인들이 자주 모인다. 우리집 사람에게는 빔이 불고기 만드는 법을 배워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면 자기집 뒷 마당에서 불고기 대접하는 일이 상례가 되었다. 빔이 거둔 최고의 성적은 네덜란드대회에서 8위에 입상하여 최강 8명이 겨루는 수퍼그룹에 한번 들어간 일이 있다.
▲ 필자와 빔의 대국
▲ 회장 롱엔씨가 초대한 식사 필자와 빔
필립(5단 Filip Vanderstappen)은 원래 벨기에 태생이다. 한번은 네덜란드 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갈 기회가 생겼는데 네덜란드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 당했다. 나에게 "네덜란드에 20여년 살았는데 여권을 미리 못 만들어서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워 했다. 세계대회는 참가국 여권소지자만 참가가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이걸 소홀히 해서 한국 여권으로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이 그 나라 대표로 참가해서 우승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필립은 자기 아버지가 유명한 맥주회사 사장인데 후계자 코스를 안 밟고 바둑만 두고 살고 있어서 아버지를 속상하게 만든다. 그는 맥주회사 사장으로 재벌이 되는 것보다 컴퓨터 전문가로 돈을 벌고 본인이 좋아하는 바둑을 두며 사는 길을 택했다.
▲ 필자와 필립이 나란히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 레이든 풍차위에서(필립, 필자, 홍승희, 조창삼, 홍준범)
▲홍승희와 풍차 7층인 풍차 내부구조
마지막으로 테오(Theo van Ess)다. 그는 네델란드 정부 문서보관소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드물게 바둑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다. 특히 바둑이 동양에서 서양까지 전해진 과정은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명지대가 주최하는 국제바둑학술대회에 참가하여 인도나 네팔에서 발견된 바둑판의 부분이나 문서의 기록을 추적하여 오래전 그 곳에 바둑이 있었다는 가설을 내 놓기도 했다. 프로기사 안영길이 네덜란드에 갔을 때 적극 도움을 주기도 했다.
내가 이번 편에 네덜란드 바둑역사를 소개 않는 이유는 테오가 타이젬에 소개될 역사를 준비 중이라고 해서다. 그가 너무 많은 분량을 보낼까봐 걱정이다. 이 밖에도 안드레아스, 아놀드 또 몇명이 더 있으나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2006년에는 내가 여류 프로기사 한해원, 이하진과 함께 네덜란드에 가고 몇 달 후엔 레이든 클럽 회원 여섯명이 한국으로 나를 찾아 온다. 그 얘기들은 다음편에서 하겠다.
한상대(전 시드니대 교수 sdhah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