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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故鄕)

- 프로기사 어머니들의 모임, 모아회

2011-12-15 오전 10:33:25 입력 / 2011-12-15 오후 4:50:41 수정

▲ 삼성화재배 우승 직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원성진.

S#1. 이게 웬 떡일까?

원성진이 삼성화재 배를 안고 개선했을 때 타이젬은 '뿔은 가도 워낭은 남는다'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무려 1만 여명의 회원들께서 즐겁게 읽으셨고 130여 개의 격려 댓글이 달려 '우보천리' 원성진을 축하했었지요.
☞ 뿔은 가도 워낭은 남는다

▲ 타이젬 본사로 배달된 떡 상자.

이틀 후 타이젬 본사로 떡 두 박스가 배달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필자의 휴대폰으로 날아온 문자.
“타이젬 기사를 읽었습니다. 너무 감격스럽고 바둑 팬들의 성원에 제 아들이 큰 힘을 얻었습니다. 약소하지만 떡을 보내오니 맛 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원성진의 어머니 윤재경 씨가 보내온 떡이었습니다.
필자의 전화번호를 모를 텐데 어찌 알았을까 확인해보니 원성진 9단이 직접 타이젬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왔다고 합니다.(저도 감격^^)
덕분에 화요일 점심 때 타이젬 전 직원이 맛나게 떡을 나눠 먹었습니다.
타이젬 모든 회원들께 나눠드려야 할 떡이라는 걸 알지만 일단 직원들이 시식했습니다.
저희도 선물을 받았으니 연말연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회원들께 돌려드릴 생각입니다.

▲ 모아회 회원들과 타이젬 식구들의 상견례.

그 날 오후, 숙녀시대 아홉 분께서 타이젬을 방문했습니다.
윤재경(원성진), 이미순(최철한), 박은규(박영훈), 정효자(조한승), 한혜숙(윤준상), 최민경(박정상), 최용례(이영구), 황순희(김기용), 김세영(최원용)
아아, 이름 하나하나마다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 바둑계의 별들.
그 별들의 고향인 어머니들이 상암동에 뜬 겁니다.
타이젬에서도 정인수 대표를 비롯해 장성계, 하영훈 부장, 그리고 기자들이 함께 자리해 상견례를 나누었습니다.

▲ 모아회의 나들이 사진.

모아회는 10년 전 송아지 삼총사를 비롯한 신예기사들의 어머니들이 만든 모임입니다.
원생 시절부터 한국기원에서 자주 만나고 아들들이 공부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져 지금까지 단단한 공동체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 박영훈의 모친 박은규(왼쪽)씨가 원성진의 모친 윤재경씨에게 축하를 전하고 있다.

타이젬 회의실에서 모처럼 얼굴을 마주한 그녀들의 화제는 단연 원성진의 쾌거였습니다.
모든 어머니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시더군요.
그 중에서도 최철한, 박영훈의 어머니들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원성진의 어머니는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기쁘고 고맙지만 아직 세계 타이틀을 따지 못한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운 모양이었습니다.
그 아홉 명의 숙녀시대 멤버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올해 그녀의 아들들이 거둔 성과는 놀랍습니다.

▲ 황소 삼총사로 꼽히는 (왼쪽부터) 원성진, 최철한, 박영훈

▲ 조한승(오른쪽)은 올해 국수전에서 강타자 최철한을 3-2로 물리치고 국수전 우승컵을 안았다.  

▲ 이영구는 올해 물가정보배에서 윤준상을 꺾고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까마득한 10년 전 신예기사인 아들들을 좀 더 잘 보살피기 위해 뭉쳤던 어머니들이 그 동안 어떻게 정성을 쏟아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기록입니다.
10년이 아니라 원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은 접어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세월 동안 어머니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은 필설로 결코 설명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 여기 모인 어머니들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 (왼쪽부터) 박은규(박영훈)씨, 윤재경(원성진)씨, 이미순(최철한)씨.

S#2. 눈물은 영혼의 보석이다

원성진이 상하이에서 구리를 꺾었을 때 윤재경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모아회의 모든 어머니들이 축하전화를 해왔는데 첫 번째 통화가 길어져 모두 통화중 신호음만 들었다네요.^^
어머니들 모두 마음으로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약육강식의 승부세계에서 어찌 보면 라이벌 관계일 텐데 이미 모아회 어머니들은 이기고 지는데 단련이 되어 있습니다.

▲ (왼쪽부터)이미순(조한승)씨, 김세영(최원용)씨.

최철한이 조한승에게 2:3으로 국수위를 넘겨줬을 때 이미순씨는 아들의 등을 토닥거려주면서 위로했습니다.
"그래도 친한 한승이 형한테 졌으니까 괜찮아."
그러자 정효자씨가 뜨거워진 양 볼을 손바닥으로 가립니다.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 지는 바둑계.
그러나 모아회에서는 아들끼리의 승패에 관해서 비교적 무디고 관대합니다.
어떤 아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한 턱을 쏘니까 그 즐거움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모든 스타들이 내 아들인 셈이지요.
송아지 삼총사 중 먼저 두각을 나타낸 박영훈은 입단할 때 무척 고생을 했고 14전 15기로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늘 화사해보이지만 박영훈과 어머니 박은규씨의 마음고생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최철한도 어린 나이에 학교에 들어가 이미순씨가 업고 다녔다고 합니다.

만약 다시 태어나 같은 아들을 낳으면 바둑을 시키겠습니까?
상투적인 물음표를 던져봤습니다.
그러자 일순 회의실에 정적이 흐릅니다.
몇 분은 아들이 원한다면 열심히 돕겠다고 합니다.
박은규씨는 그 동안 쌓은 노하우가 많으니 더 잘 할 수 있잖겠느냐고 농담처럼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몇 분은 무척 심각한 얼굴로 도리질을 합니다.
이해합니다.
이 땅에서 프로기사의 어머니로 산다는 것. 아득하지요.
대회 도중 박정상의 어머니 최민경 씨가 쑥떡을 내놓습니다.
그녀는 모아회가 모이는 날 항상 먹을거리를 준비해온다고 합니다.
정이 많고 손재주가 뛰어난 분입니다.
어머니를 닮아 박정상은 아주 다정한 아들입니다.
가끔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가 들어옵니다.
'축하합니다. 조조할인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그런 문자와 함께 영화표를 예매해 함께 극장엘 가는 식입니다.

▲ (왼쪽부터) 황순희(김기용)씨, 최용례(이영구)씨, 한혜숙(윤준상)씨.

김기용의 어머니 김세영씨도 효자의 일화를 들려줍니다.
"기용이가 1년 요가 티켓을 끊어줘서 열심히 몸매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한테도 1년 헬스 티켓을 끊어드렸는데 이 양반은 사나흘 다니다가 포기하더군요. 얼마나 아까운지"
조한승의 어머니 정효자 씨는 빙그레 웃습니다.
"한승이는 집에서도 별로 말이 없어요.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속 깊은 아이라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듬직해요."
윤준상의 어머니 한혜숙 씨는 소소회를 말합니다.
"준상이가 소소회 회장을 맡아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니 효자지요."
이영구의 어머니 최용례 씨는 손짓으로 바깥을 가리킵니다.
"영구는 타이젬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살지요. 충암도장 사범으로 일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이사했습니다. 며칠 전에 집에 가봤더니 여기저기 책을 가득 쌓아뒀더군요. 바쁜 와중에도 그렇게 마음의 양식을 먹고 있으니 대견하더라구요."
최원용의 어머니 김세영씨는 허해보입니다.
"화천에 있어요. 지금쯤 거긴 많이 추울 텐데......"

어머니들은 바둑에 관해서 거침이 없습니다.
아들의 바둑을 볼 때 다음 수를 예측하고 손가락으로 짚는데 상당히 자주 맞춘다고 합니다.
바둑 실력은 아주 약한데 자기 아들의 수는 예측한다니 놀랍지요?
어떤 텔레파시 같은 게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이 아홉 분의 어머니들을 지켜보면서 아홉 개의 별을 낱낱이 떠올려봅니다.
그 별을 성좌로 띄어 올리기 위해 흘렸을 어머니들의 눈물을 생각해봅니다.
당신들이 흘린 눈물은 이제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S#3. 모성애의 의미

모성애의 진실한 성취는 어린 아이에 대한 사랑보다도 성장하는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알을 낳는 새도 어미지만 알을 품어 부화한 어미가 진정한 어미라는 뜻이지요.
모아회 어머니들의 미소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아들들의 성취를 통해 투영됩니다.
아들들이 잘 되기 훨씬 이전부터 만나 같은 처지의 어머니들이 손을 잡고 19로 바깥에서 애썼던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아들들이 훌륭한 까닭도 있겠지만 당신들의 인내와 의지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빛나는 성좌도 없었겠지요.
맑고 총명하고 굳센 당신들의 뜻을 따라 오직 바둑 한길만 달려가는 젊은 프로기사들이 오늘따라 아름다워 보입니다.


모아회 어머니들은 어둠이 깔릴 무렵 타이젬을 나섰습니다.
마지막 헤어질 때 박은규 씨가 멋진 인사를 던집니다.
"내년 청풍명월 바둑가요제 때 숙녀시대 9명 신청해도 되나요?"
그 뒤로 김세영씨가 묵직한 펀치를 날립니다.
"낭만기객 다음 편은 언제 올라 오나요?"
음- -::::안녕히 가세요. @#$%^&*()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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