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걸음
“도전자가 됐을 때부터 기부를 생각했죠.“
국수전 우승 후 부모님께 의사 밝혀
2012-01-16 오전 12:09:14 입력 / 2012-01-16 오전 12:54:33 수정

▲기부금을 유니세프 측에 전달한 조한승 9단(왼쪽)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1월 둘째 주 바둑계를 훈훈하게 덥힌 뉴스가 있었다. 바로 조한승 9단이 자신이 우승한 국수전 우승상금 전액을 자신이 복무했던 육군 이기자부대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 자립 프로젝트인 디딤씨앗통장에 나누어 기부한 것이다.
조한승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TV바둑아시아선수권결승전에서도 입단동기인 이세돌 9단과 함께 상금전액을 중국 쓰촨성 피해민에게 기부하기로 결승대국 전 이야기를 마친 후 대국에 임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군복무시절 준우승을 차지한 제15기 GS칼덱스배 준우승 상금 전액을 부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조한승의 이런 따뜻한 행보에 타이젬 회원들은 100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많은 관심을 보였고, 올해 신설된 중국 주최기전 백령배에서 주최측은 와일드카드 두 장 중 한 장을 조한승에게 배정하기도 했다.
조한승이 꾸준히 기부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기부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지난해부터 여자상비군 코치를 맡은 조한승은 올해 역시 감독으로 여자국가대표(구 상비군)지휘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데 2년 연속 이를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타이젬이 만나봤다.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조한승 9단(오른쪽)은 최철한 국수를 물리치고 타이틀을 쟁취한다.
- 조한승 9단이 국수전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특별히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이번 기부는 국수전 도전자가 확정되고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군 복무 시절 부대의 배려로 훈련도 나올 수 있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등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그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품 등 부대에 필요한 것도 많았는데 군 복무시절 따로 도움을 드릴까 하다가 제대하면서 조금 흐지부지 됐던 부분도 있어 이번에 기부를 하게됐다.
유니세프 쪽은 언론을 통해 유니세프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고 결심을 하게 됐다. 기부액수와 전달 방법 등을 고민하다가 바둑기자단 엄민용 간사와 상의했고, 한국기원측에 의사를 밝혀 진행했다.

▲2008년 TV바둑아시아 결승전 모습.
- 2008년 쓰촨성 피해주민들에게도 기부를 하는 등 꾸준히 기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원래 기부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관심이 아주 많은 편도, 그렇다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 이번 유니세프 기부는 언론에서 본 한 인터뷰를 보고 결심했다던데 평소 사회 현상이나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일반인들처럼 TV, 인터넷 사이트 등 매체를 자주 접하는 정도다.
- 기부 후 주위반응은?
다 알려지는 바람에…. 일단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과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바둑계에서 알게 모르게 기부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 때문에 죄송한 부분도 있다.
- 기부관련 보도가 나간 후 집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나.
국수를 쟁취한 날 이미 부모님께 기부의사를 밝혔었다. 당시 부모님이 "너가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다.
- 보통 기사들이 입대부분에 있어서 2년의 공백기에 대한 부분 때문인지 입대를 연기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조한승 9단은 입대 전에도 꾸준히 상위랭커를 유지했고,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제대 후에도 국수타이틀을 쟁취하는 등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조 9단 본인이 판단하기에 군 생활이 본인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프로기사들은 자유로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선-후배의 벽이랄까? 이런 부분이 엄격하지 않다. 하지만 입대를 하면서 계급문화도 경험했고, 하기 싫은 일도 해봤다. 좀 힘든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그만큼 정신력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백의 경우는 근육을 쓰는 스포츠의 경우에는 훈련이 부족하면 차이가 나겠지만 그에 비해 바둑은 이런 부분이 적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세돌 9단이 1년 쉰다고 가정해도 실전감각은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실력자체가 약해지지는 않는다. 이는 이세돌 9단 뿐 아니라 다른 프로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아시안게임 훈련 차 때문에 자주 나와서 공백이 덜 했는지도 모른다.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다.
- 양재호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올해 여자상비군을 국가대표팀으로 이끌고, 조한승 9단을 코치에서 감독으로, 또 추가로 코치를 한 명 더 뽑아 여자기사들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을 밝혔다. 여자 국가대표팀은 어떻게 운영되나.
지난 상비군은 주 2회 모임을 가지고, 대국과 연구를 했다. 올해부터 국가대표팀(여자상비군)은 2월부터 운영될 예정인데 주 5일 모여서 오전 열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국 복기 및 연구를 할 예정이다.
앞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세계여자대회 국가대표 티오가 나온다. 이는 지난 상비군 코치를 하면서 여자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고, 여자기사회장과도 의견이 일치해 건의한 사항이 통과된 것이다. 시드 티오부분이 있어야 국가대표팀 다을 것이고 훈련을 하는 여자기사들에게 동기부여도 된다. 여자대회가 많지 않아 당장은 이를 주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국가대표 제도가 정착이 되면 실행될 것이다.
- 지난해 여자 상비군 코치는 어떻게 맡게 되었나?
'여자기사들이 남자기사들보다 조금 실력이 약한 부분이 있는데 기원에서 이를 위한 보조(공간 마련 등)를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당시 감독이었던 양재호 아시안게임 감독과 이에 대한 이추진됐다. 코치 부분 이야기도 나와 이는 내가 맡겠다고 밝혔다.
- 당시 코치를 맡을 때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 것 같다. 상위랭커이니만틈 다른 연구회를 참가한다던지, 바둑지도 활동을 하면 수입이나 성적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텐데,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주위에서 좀 걱정 아닌 걱정을 해준 부분이 있다. '제대하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되고, 아무래도 아직은 여자기사들이 남자기사들보다 약한 데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되는거 아니냐?'라는 시선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이 되지 않았나? 국수전 외에도 성적이 괜찮았고…
또 여자기사들 실력이 약하지 않다. 나도 공부한 셈이다. 오히려 코치를 맡지 않았으면 내가 열심히 안했을 가능성도 높다. 당시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대국, 검토를 함께 하니 좋았다. 최신포석 같은 경우 오히려 내가 모르는 부분을 물어볼 때도 있었다.

▲최근 열린 2012 한중교류전에서 여자기사들과 함께.
- 코치를 안했으면 오히려 공부를 덜 했을 것 같다라…. 재미있는 표현인데, 국수 조한승의 평소 공부량은 어떻게 되나.
단순 공부량으로 하면 적은 편일 것이다. 이전 바둑방송에서 많은 해설자분들이 프로기사 중 공부안하는 3인방을 꼽으면 그 중 한 명은 꼭 내 이름이 있더라. 그런데 나머지 두 명은 끝내 말을 안하는 것을 보니 그것도 3명까지는 없는 것 같다.(웃음)
돌이켜볼 때 엄청 열심히 한 적은 없다. 노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도 시합도 두고 놀아도 기사들과 놀고 (자연스럽게 바둑 이야기도 하고)하니 꼭 놀았다고 볼 수도 없다.
- 여자기사들 중 아직 세계최강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꼽자면 무엇이 있는가. 바둑은 신체적인 조건이 필요 없는 스포츠여서 여자기사들이 불리한 부분도 덜할 것 같은데… 여자기사들이 꼽는 이유로는 남자기사들이 바둑을 생각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하던라. 코치, 그리고 감독을 맡게 되는 기사로서 의견을 밝히자면.
그 말도 맞다. 남자기사에 비해서 생각이 많다고나 할까. 내 느낌에는 그렇다.
저변이 좁은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지망생도 남자에 비해 10분의 1 정도 인 것 같고… 현재 남자기사들과 여자기사들의 실력차이는 많이 좁혀졌다. 이전에는 여자기사들이 남자기사들에게 잘 못 이겼는데 지금은 이기지 있고, 세계대회 본선에 여자기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조금 놀랐던 부분은 남자기사들에게 많이 패해서인지 주눅이랄까? 두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여자기사들은 상위랭커와 대국 시 어려운 승부처에서 그 기사는 알고, 자신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백전백패다. 그래서 코치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여자기사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 "어려운 장면에서의 착점은 이세돌 9단을 비롯해 다른 상위랭커들에게도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감각으로 자신을 믿고 두는 거다. 그 사람이라고 해서 다 안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그들은 신이 아니다."라고 말해줬다. 어느 기사나 그런 부분은 있지만. 여자기사들이 더 심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어느 기사나 있다. 자신감도 한순간에 생기진 않지 않은가. 앞으로 잘할 것이다.
- 그런 부분을 편하게 말할 정도면 여자기사들과 굉장히 친한 것 같다.
친분을 떠나 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 10대의 조한승, 20대의 조한승, 삼십대의 조한승은 무엇이 다른가.
이런 것을 논할 나이는 아직 아닌 것 같은데…(웃음)사실 입단했을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지금이나 그 때나 왕십리(한국기원)와 집을 오고가는 등 생활 방식이 많이 바뀌지도 않았다. 바둑계에서만 생활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도 비슷하고, 바둑 외 당구, 농구, 게임도 프로기사들과 같이 하고…
- 올해 목표나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중점적으로 두고 있는 것은 살을 빼는 것이다. (웃음) 운동을 해서 체력도 좀 기를 필요가 있다.
중국리그에 참가하는데 상금이 크니까 욕심도 당연히 있다.
국내기전에서는 국수전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싶다. 물론 목표지만 한순간에 되는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성적이 좋은 기전, 좋지 않았던 기전도 다 비슷했다. 어느 기전이든 우승까지 이어지려면 적지 않은 판을 이겨야되는데 돌이켜보면 묘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고비도 되게 많고 국수전만 해도 던지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상대의 실수로 이긴 적도 있다. 요즘 드는 생각은 한 판 한 판 열심히 둬야만 누적이 돼서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나도 여자선수들도 잘해서 서로 성적을 잘 냈으면 좋겠다.
TYGEM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