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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20주년 부경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참관기

2012-08-20 오전 9:34:02 입력 / 2012-08-20 오전 11:05:26 수정

 



▲멀리서 날라왔다~ 서울팀!

S#1. 자갈치 시장에서 바둑을 외치다

8월 1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습니다.
부산행 KTX 열차에 몸을 실은 프로기사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들뜬 표정이었습니다.
그들은 남쪽 땅 끝 부산의 자갈치시장까지 동행했습니다.
무려 40명에 달하는 프로기사들의 여행.
바둑애호가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굉장한 장면이었습니다.
폭염을 뚫고 그들이 부산에 모인 것은 20주년을 맞은 부경 교류전 때문이었습니다.

▲바다바람의 매서움을 알려주마~ 부산팀!


부경 프로기사 초청교류전은 이벤트 기전이라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무려 20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장수기전인데다 그 이면에 부산 바둑 인들과 프로기사들의 의리가 단단하게 뭉쳐있어 타이젬도 매년 여름 부산을 찾아 동참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주년을 기념해 바둑TV에서도 출동했지요.


▲305 바둑TV 인터뷰 중인 서능욱 사범



계획된 도시가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부산의 시가지 풍경은 참 아름답습니다.
바다 쪽 미관이 당연히 화사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부산의 비탈진 언덕을 좋아합니다.
현대와 복고 풍 환경을 동시에 품고 있는 부산은 최근 영화의 도시로 부쩍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부산의 정서를 대변했던 영화가 바로 장동건과 유오성이 열연한 '친구'입니다.

▲부경 교류전에 참가한 서울과 부산의 기사들.

부경 프로기사 교류전에서도 '친구'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20년 전 부산 바둑 인들은 도전5강을 비롯한 서울의 프로기사들을 초청해 부산 거주 프로기사들과 교류전을 시작했습니다.
지방 기사들에게 실전 기회를 제공하고 서울 기사들에게는 뜨거운 여름에 피서로 기분전환을 하라는 의도였습니다.
그 당시에 바둑계 랭킹 상위권이었던 젊은 기사들은 부산의 따뜻한 인심에 취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몸의 나침반이 부산을 가리켰지요.
바둑 친구들의 의리는 그렇게 20년 동안 나이테를 쌓으며 많은 추억들을 담아 왔습니다.
횟수가 거듭되면서 후배기사들도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날 선 경쟁이 아니라 소풍가는 기분으로 프로기사 선후배 40명이 함께 움직인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16명이 돌아가면서 대국한 릴레이 바둑

S#2. 오픈게임, 지력(知力) 대항전

대회 첫날 20주년 이벤트 진행은 필자가 맡았습니다.
좀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대항전을 꾸며 보았습니다.
1라운드는 부경 릴레이 바둑입니다.
16 : 16으로 전원이 5수씩 돌아가면서 한 판을 둡니다.
양 팀의 해설자로 나서 편파진행을 하는 원성진과 김영환
모처럼 만나는 반가운 시니어 기사들이죠? 이홍렬, 차수권
양 팀 공평하게 연령대를 맞춰 응수합니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펀치를 날리면 어떻게 해?" 대국 후 복기하는 원성진과 김영환(오른쪽).

이날 릴레이 바둑의 히어로는 원성진이었습니다.
부산 팀의 대마를 뒤쫒아 숨통을 끊는 킬러의 면모를 과시해 상대 팀의 원성을 샀습니다.
한 수 한 수 놓일 때마다 탄성이 교차했고 시니어 주니어 기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략을 동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승리 팀과 수훈 선수에게 부산의 멸치와 오징어를 걸었지요.
역시 승부가 걸리니 기사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바둑 퀴즈대항전 모습.

2라운드는 퀴즈대결.
난이도가 아주 높은 바둑 퀴즈를 준비했습니다.
고전에 수록된 기보와 바둑 역사 등을 출제했는데 바둑학 정수현 교수가 포진한 서울 팀이 앞서갔습니다.
▲강지성을 중심으로 퀴즈에 대한 답을 의논하는 프로기사들.

그러나 일반상식 코너에서 부산 팀이 만회했지요.
목진석, 강지성, 이현욱, 등 젊은 기사들이 다득점했습니다.
백성호, 김준영, 강만우 등 시니어 선배들도 분전했습니다.
부산 팀이 위기에 몰리자 이철승 부산협회장과 이사진들이 방청석에서 합류해 난전이 벌어졌습니다.
모처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즐겼던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퀴즈를 통해 우리 바둑사의 증인들인 프로기사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기원 양재호사무 총장과 이철승 부산바둑협회장(왼쪽)

20주년을 맞아 한국기원을 대표해 양재호 총장도 부산에 내려 왔습니다. 긴 세월 변하지 않고 우정을 다져온 부산바둑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회식모습.

그리고 부산의 명물인 생선회와 고래 고기를 안주삼아 건배했습니다.
20년 동안 이 식당에서 회식했습니다.
이 집의 맛도 부경교류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본 대국으로! 진지한 대국 열기.

S#3. 진지한 승부

이튿날 본격적으로 부산과 서울 교류전이 2차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이 번에는 16 : 16으로 열여섯 판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판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전적표가 어지러웠습니다.
최종 전적은 19 : 16으로 서울 팀이 우승했지요.
우승 팀 상금이 따로 있고 팀이 지더라도 개인적으로 승리하면 승리수당이 주어지므로 바둑 내용은 치열합니다.

▲서울팀 주장으로 상금을 받는 양상국

▲부경교류전에 많은 공로를 세운 이기섭 사범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이철승 회장(오른쪽)

▲박수치는 후배기사들.

부산 바둑협회를 맡고 있는 이철승 회장은 부경교류전이 앞으로도 계속 30년 40년 지속되길 기원한다는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2012년 여름의 한복판에서 부경 프로기사 초청교류전을 애써 준비하고 치러낸 이철승 협회장, 김영순 전무, 이기섭 사범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철승 부산바둑협회장

S#4. 에필로그

아주 오래 전 필자가 타이젬에 '승부사'를 연재할 때였습니다.
부산의 애독자 한 분이 매일 댓글로 성원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부산에 놀러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지요.
몇 달 후 부산에 내려가니 부산역까지 그 분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그 애독자가 바로 이철승 부산바둑협회장이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필자의 그리움 나침반도 부산을 향하게 됐습니다.



부산여행을 통해 조우한 프로기사들, 특히 회갑을 넘었거나 앞둔 시니어 기사들에 대한 감회가 새삼스럽습니다.
바둑이 스포츠화 되면서 승부 현장에서 이 분들의 얼굴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프로기사들의 단위에 대한 권위가 흐려지면서 이 분들의 존재가치조차 희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웠던 시절 바둑에 청춘을 던지고 우리 바둑 사의 일선에서 역사를 지켜온 분들에 대한 존중은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경교류전이 애틋하고 따뜻한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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