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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의 결정판! 바둑OL '10代 결승'

'19세 박정환 vs 16세 판팅위'응씨배 결승 격돌 이변

2012-09-29 오전 9:52:42 입력 / 2012-09-29 오후 12:54:03 수정

한반도를 위협했던 태풍들도 어느덧 지나가고 풍성한 한가위가 기다리는 9월에는 응씨배 준결승 시리즈를 비롯하여 한중일 명인전, 한중 천원전, 세계바둑최강전 등 크고 작은 국제교류전이 줄을 이었다. 국제교류전을 중심으로 9월 바둑계를 정리해본다.

▲ 잉씨배 결승에 오른 박정환(왼쪽)과 판팅위.

[잉씨배] 한·중 '형제대결'에서 후배 박정환과 판팅위가 승리

◇…4년에 한번 씩 열려 ‘바둑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잉씨배. 거금 4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놓고 겨루는 그 결승에서 한국과 중국의 10대 기사가 격돌하게 된 사실은 세계바둑계를 휩쓸고 있는 세대교체 현상을 극명하게 입증한 '결정판'이었다.

공교롭게도 자국 기사들의 '형제대결'로 펼쳐진 준결승 3번기에서 현 한국랭킹 1위 박정환은 4회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이창호를 2대0으로 꺾고 결승에 선착한 한편, ‘중국 90后’의 간판주자 판팅위(范廷鈺, 중국랭킹 12위)도 선배 씨에허(謝赫)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대대회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잉씨배는 최초로 10대 기사들이 우승을 다투게 됨으로써 누가 우승하더라도 대회 사상 처음으로 '10대 기사 우승'이라는 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특히 만약 판팅위(현재 16세 2개월)가 우승할 경우 1992년 당시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제패 기록을 세웠던 이창호의 동양증권배 우승에 버금가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 박정환(왼쪽) vs 이창호.

박정환, 기적같은 대역전극 힘입어 이창호를 2대0으로 완봉

◇…한국바둑을 이끌어온 신·구 1인자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창호-박정환의 준결승 3번기의 승부처는 사실상 9월 23일 열린 1국이었다. 두 기사가 모두 시간 초과 실격패 직전까지 가며 장장 9시간이나 걸린 결승 1국은 근래 보기드문 대혈투였다. 박정환이 8점의 큰 덤을 의식한 듯 1회 대회 결승 때의 조훈현처럼 발빠른 실리작전으로 나가자 이창호는 계속 배후를 두텁게 하며 후반을 기약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반 이후 이창호의 파상공세가 불을 뿜으며 박정환의 거대한 대마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80집에 가까운 박정환의 공룡대마가 도저히 살 길이 없어보였기에 이때만 해도 대부분 이창호의 압승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박정환의 대마가 다 죽었다고 느낀 순간, 누구도 예측 못한 기사회생의 묘수가 작렬하면서 도리어 끝까지 저항하던 이창호의 대마가 보따리를 빼앗기는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그 혈전의 후유증 탓일까, 이틀 후 속개된 2국은 생각보다 쉽게 승부가 결정났다. 결국 여세를 몰아 박정환의 2대0 완봉승.

이로써 박정환은 대회 첫 출전에 결승까지 오르며 명실상부한 한국 1인자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4년마다 열리는 희소성 탓에 전성기의 이세돌도 오르지 못했던 잉씨배 결승에 단번에 뛰어오른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새 역사를 썼다. 반면, 최근 좀처럼 예전의 입지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이창호는 단단히 별러온 권토중래(捲土重來)의 호기를 또다시 일실하고 말았다. 특히 그가 대회 전야제에서 우승후보 1순위로 예견했던 박정환에게 져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사실은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자아내게 한다.

▲ 씨에허(왼쪽) vs 판팅위.

'90后' 간판 판팅위, 16세에 일약 세계대회 결승 진출 센세이션

◇…판팅위의 잉씨배 결승 진출은 뉴스 밸류 자체로 볼 때 박정환의 그것을 뛰어넘는 센세이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환은 이미 세계대회 우승 경험(2001 후지쯔배)이 있는 데다 최근에는 선배 이세돌을 뛰어넘어 한국 랭킹 1위에 등극한 ‘우승후보’의 한 명이었던 반면, 판팅위는 우승후보군과는 거리가 먼 신예 유망주에 불과했기 때문. 지난해 중국리그에서 발군의 성적을 내고 중국 신인왕전 3연패를 이루긴 했지만, 아직 세계대회 경험이 일천한 10대 신예였기에 그가 기라성같은 선배 강호들을 제치고 결승까지 오르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박정환과 판팅위가 펼칠 이번 잉씨배 결승은 세계바둑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젊은 피’의 대결로 바둑사에 길이 남을 게 분명한데, 일단 그 예상을 두고는 박정환의 우세설이 지배적이다. 객관적 지표(랭킹과 성적) 면에서 확연히 앞선 데다 경험과 관록 면에서도 박정환이 한 수 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는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치고 올라온 판팅위의 파죽지세와 겁 없는 패기를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준결승 3번기에서 선배 씨에허에게 첫 판을 내주고도 내리 2연승해 역전승을 일궈낸 사실도 그에게 한층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터. 그동안 주요 대국에서 주로 선배기사들을 상대해온 박정환이 오히려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을 상대할 때 느끼는 부담감을 얼마나 떨쳐 버리느냐도 관심거리이다. 그래도 박정환이 제 컨디션을 발휘한다는 전제 하에 3대1 정도로 승리한다는 예상이 순리 아닐까.

잉씨배 결승 5번기의 1·2국은 오는 12월 22일과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며, 3~5국은 내년 초 중국에서 속개된다. 

▲한국의 박영훈(오른쪽)과 중국의 장웨이지에(왼쪽)의 대국 모습.

[국제대항전 종합] 韓·中 국제대항전 러시…한국 간판들 줄줄이 패퇴

◇…9월 중순 한·중의 정상급 기사들이 연이어 맞대결한 3개의 국제 대항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줄줄이 패해 체면을 구겼다. 먼저 9월 10~13일 열린 제3회 창더배 한중일 명인전 결승에서 한국 대표 박영훈은 중국 명인 장웨이지에(江維杰)에게 져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한중일의 명인 타이틀 보유자 3인이 초청받은 이번 대회는 기존의 토너먼트 방식을 개량한 ‘역시드 3자 토너먼트’(패자부활 토너먼트로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2승이 필요)로 치러졌다. 박영훈은 첫 판에서 장웨이지에를 꺾었으나, 패자부활전에서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를 꺾고 부활한 장웨이지에게 끝내 덜미를 잡혀 우승을 내주었다.

박영훈·최철한, 한·중 정상 대결에서 나란히 패배

◇…한중일 명인전과 거의 동시에 열린 16회 한중 천원전에서도 한국 대표로 나선 최철한이 최근 중국 랭킹1위에 오른 천야오예(陳燿燁)에게 0대2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를 포함, 한국 천원전에 4번이나 나섰던 최철한은 이로써 4번 모두 실패하는 징크스를 노정했다.

특히 천야오예에게 유난히 약세를 보여온 최철한은 이번에도 지나치게 승부를 서두르다 두 판 모두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완패함으로써 상대전적 1승9패(최근 8연패)의 절대열세에 직면케 됐다. 향후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상위랭커들을 수없이 만나게 될 최철한에겐 ‘천야오에 콤플렉스’를 깨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세돌 또 구리에게 져…한중일 정상 대항전 보도안돼 망신살

◇…두 대회에 이어 9월 16일 중국 광시성 꾸이린시에서 열린 제1회 한중일 세계선수권자 대결 결승에서도 한국 대표로 초청받은 이세돌이 중국 대표 구리에게 밀려 우승을 놓쳤다. 불과 며칠 전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만나 초유의 ‘4패빅 무승부’와 그에 따른 ‘더블헤더 대국’의 진기록을 연출하기도 했던 이세돌은 이번에 또 구리에게 패함으로써 두 기사의 상대전적도 8승1무12패(이세돌 열세)로 벌어졌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는 이세돌과 구리에게 연패하여 최하위.

한편, 이번 대회는 이세돌-구리의 맞대결 등 한중일의 톱기사가 참가한 취지와 위상이 무색하게도 홍보와 보도가 거의 되지 않아 조소거리가 됐다. 최근 중·일 양국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된 이른바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의 파장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일본 관련 뉴스를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인데, 정치문제로 바둑에 대한 보도마저 차단한 중국 당국의 경직된 자세도 문제려니와, 그런 상황에서도 한사코 국제대회를 강행한 주최 측의 무모한 처사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신예대항전 모습.

'형님들 패배' 10대 후배들이 설욕…한중일 신예대항전 전승 우승

◇…그런가 하면 정상급 '형님'들의 패배를 10대 후배들이 후련하게 설욕한 승전보도 있었다. 9월 11~13일 일본기원에서 열린 2012 4개국 국제신예대항전에서 대부분 10대 기사들로 구성된 한국팀은 대만과 일본을 각각 7대1, 5대3으로 꺾은 데 이어 중국마저 5대3으로 제압하고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8인 1팀, 풀리그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 사상 최연소팀을 꾸려 나선 한국은 3연승을 올린 김승재, 나현, 오유진의 맹활약에 힘입어 중국을 이김으로써 최근 우려를 자아냈던 한국바둑의 미래에 희망을 밝혔다. 8인의 대표 가운데 이영구와 김승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이름도 생소한 신예들인 데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의 일등공신이 된 오유진(98년생)과 신진서(2000년생), 신민준(99년생)은 올 7월에 입단한 새내기들이란 점이 그들의 분전을 더욱 빛나게 했다. 97년 시작된 한중 신예대항전으로 출범한 이 대회는 2000년부터 일본이, 2004년부터 대만이 가세하며 본격 국제대항전의 위상을 갖췄다. 통산 우승 횟수에선 한국 9회, 중국 7회.

▲ 이세돌(왼쪽) vs 최철한.

[국내기전 종합] 최철한, 이세돌 제압…신예돌풍 민상연과 도전권 각축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전의 도전자는 전기 국수(최철한)와 입단 1년차 루키(민상연)의 이색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특히 올해 초 입단한 동갑내기(20세) 루키 민상연과 강병권이 뭇 선배 강호들을 제치고 준결승에서 만난 사실은 이번 국수전에서 거세게 불어닥친 신예 돌풍의 실상을 웅변했는데, 결국 민상연이 동기 친구이자 라이벌 강병권을 제치고 입단 8개월만에 대망의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 선착했다.

나머지 한 장 티켓을 놓고 벌어진 랭킹 2·3위간의 준결승(이세돌-최철한)은 두 기사의 인기 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빅카드였다. 더욱이 두 기사는 최근 나란히 상승세를 보이다 각각 중국기사와의 대항전에서 지고 돌아온 터라 뭔가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는데, 결과는 난타전 끝에 최철한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로써 두 기사의 상대전적도 16승 23패로 좁혀졌다.

지난해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조한승과 일진일퇴의 접전 끝에 2대3으로 패해 국수위를 내준 바 있는 최철한, 통산 3회 우승에 빛날 정도로 국수전에 남다른 강미와 집착을 보여온 그가 신예돌풍을 진압하고 1년 만에 조한승과의 리턴매치를 벌이게 될지,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3번기는 10월 4일 개막된다. 아무래도 객관적 전력과 관록에서 앞서는 최철한에게 저울추가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현재 국수전은 국내 기전 중 유일한 도전기제이다. 

▲ 최정(왼쪽) vs 조훈현. 국후 복기장면.

최정, 조훈현 무너뜨리며 철벽마무리…여류팀 우승

◇…‘소녀장사’(최정)의 통렬한 역전타가 시니어팀의 보루 ‘황제’(조훈현)를 거꾸러뜨리는 순간 여류팀 기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민진의 5연승에 힘입은 여류팀의 일방적 리드! - 서능욱, 황원준 듀오의 3연승 반격으로 동률! - 김윤영의 4연승으로 여류팀 다시 리드!’ 등 파란만장한 공방전을 연출했던 제6기 지지옥션배 여류-시니어대항전의 우승은 결국 여류팀에게 돌아갔다.

대회 중반을 넘어설 무렵 여류팀의 수훈선수 김윤영이 4연승을 올린 게 여류팀에겐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네 걸음이나 뒤진 시니어팀이 막판 조훈현-유창혁 투톱을 내세워 버텼지만, 에이스급들만 남은 여류팀의 인해전술을 이겨내기엔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결국 여류팀의 2장 최정이 시니어팀의 주장 조훈현에게 역전승을 거두면서 여류팀은 주장 박지은을 내세우지 않고도 여유있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시니어님과 여류팀은 6번의 대회 가운데 3대3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는데, 여류기사들의 실력이 날로 상향평준화되는 추세라서 향후 대회서는 시니어팀의 기사들이 얼마나 버텨낼지 여부가 초점이 될 전망이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박정환 (○ 맑음)
드디어 이창호마저 제치고 바둑올림픽 결승에 올랐다. 이세돌의 맹추격에 잠시 흔들리던 1인자의 위상을 바로 세웠으니~ 그야말로 1석2조~♬

이세돌 (◑ 구름 약간)
이창호-박정환의 잉씨배 준결승을 지켜보며 얼마나 씁쓸했을까. 하루빨리  No.1을 되찾아야 할 텐데, 오히려 구리와 최철한에게 연패하다니….

최철한 (○ 맑음)
‘신혼의 효과’일까. 슬럼프 터널이 지난 후엔 거침없는 상승세다. 한중 천원전에서 패한 아쉬움을 국수전에서 이세돌을 격침시켜 갚았다. 역시 올 하반기 가장 요주의 인물!

김지석 (◑ 흐림)
브레이크 풀린 벤츠처럼 질주하던 상승세가 물가정보배 결승에서 불의의 일격을 맞고 우승을 놓친 후 다소 주춤하고 있다.

이창호 (/// 장마)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던 잉씨배 준결승에서도 끝내 패하고 말았다. 특히 명인전과 잉씨배에서 박정환에게만 내리 3패를 당한 게 아쉽다. 그렇게, 올 시즌도 결국 무관으로 끝나는 것일까.

판팅위 (○ 맑음)
16세의 나이에 바둑올림픽 결승에 오르다니…. 역시 중국 90后의 간판주자답다. 이창호의 세계대회 16세 우승과 더불어 두고두고 회자될 대기록.
TYGEM / 志石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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