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13 세계바둑계, 쎈돌 행보에 달렸다
- 2013년 세계바둑계 전망 -
2013-01-04 오전 9:20:17 입력 / 2013-01-04 오후 6:35:43 수정
작년 이맘 때 대부분의 전문가와 바둑팬들은 2012년 세계바둑계가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예상은 거의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2012년 벽두부터 '중국 90后' 그룹의 거센 돌풍이 세계무대를 잇달아 강타하고, 반면 무적함대 이세돌이 세계대회에서 줄줄이 떨어지면서 국내랭킹에서도 후배 박정환에게 밀려 2위에 떨어지던 시즌 중반까지는 적어도 그런 것 같았다.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처럼, 그런 과정에서 단연 빛난 기사가 '90后 돌풍'을 진압하며 일약 세계대회 2관왕에 오른 백홍석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분명 박정환의 국내 1인자 등극 못지 않은 세대교체의 한 징표였다.
'제2 전성기' 맞은 이세돌, 향후 세계바둑계 판도의 최대 열쇠
그러나 하반기 들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가을까지 부진을 거듭해 최악의 흉작을 걱정하던 이세돌이 무서운 막판 스퍼트를 올린 끝에 단숨에 삼성화재배를 제패한 데 이어 올레배와 명인전을 내리 석권하며 2012년 피날레를 독무대로 장식한 것이다. 가히 수년전 세계 넘버원으로 군림하던 그때의 위용을 되찾았기에 모두들 지금 이세돌의 모습을 '제2 전성기'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중국의 동년배 라이벌 구리(古力)와 쿵제(孔杰)가 어느새 후배들의 도전에 밀려 국내 상위랭커도 지탱하지 못하는 실상에 비교할 때 이세돌의 이같은 부활은 새삼 경탄을 나아낼 만 했다.

▲ 2012년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한 이세돌.
그리고 '무적함대 쎈돌'의 '제2 전성기' 때문에 "새해 세계바둑계의 판도는 한 마디로 이세돌의 행보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국이 되었다. 불같은 그의 절정세가 과연 언제까지, 어디까지 유지되느냐가 2013년 세계바둑계 판도의 키라고 할까.
단, 이세돌에게 아쉬운 점은 신년 초에 본인의 쾌속질주를 과시할 만한 세계대회 무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새해 상반기에 열리는 세계대회 결승 매치를 중심으로 2013년 세계바둑계를 전망해본다.
▲ LG배 결승에서 대결하는 원성진(왼쪽)과 스웨.
[LG배 결승] '원성진 관록' vs '이세돌 꺾은 90后 패기' 맞대결
◇… 세계대회 한·중전의 첫 빅 매치는 신년 2월 18일 17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원성진 vs 스웨)로 막을 올린다.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며 중견의 반열에 선 한국의 '황소 3총사 세대'와 중국 90后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세계바둑계 판도의 시금석이 될 만하다.
원성진은 결승에 오르기까지 얄궂게도 한국 기사들과 많이 만났다. 32강전에서 중국의 신흥강호 탄샤오를 이긴 것을 빼고는 최기훈(16강전), 이영구(8강전), 최철한(준결승)을 차례로 이기고 올라왔다. 흡사 국가대표 선발전 같은 경로를 거친 것이다. 동료 형제기사들을 줄줄이 제치고 올라왔으니,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할 것이다.
반면, 쟁쟁한 한국 기사들을 연파하고 올라온 스웨(時越․21세)의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16강전에서 이세돌을 격침시키며 이번 대회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그는 8강전에서는 나현, 준결승에서도 강동윤을 꺾으며 새로운 한국기사 킬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중국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옴으로써 LG배에서의 돌풍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꾸준한 성적으로 뒷받침했다.
천하의 이세돌도 꺾은 바 있는 스웨의 실력과 자신감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관록이 중시되는 세계대회 결승 무대인만큼 원성진에게 무게가 쏠리는 것은 아전인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여, 예상은 2대1 정도로 원성진 우세에 한 표.
▲박정환과 판팅위의 잉씨배 결승 2국 모습. 박정환(왼쪽)이 승리했다.
[잉씨배 결승] '사상 첫 10代 결승매치'박정환 vs 판팅위, 장군멍군
LG배 결승에 이어 열리는 빅 매치가 잉씨배 결승이다. 결승 1, 2국에서 박정환과 판팅위(范廷鈺)가 한 판씩 주고받음으로써 결승 5번기가 사실상 결승 3번기로 좁혀진 가운데 두 기사는 장소를 중국 상하이로 옮겨 3월 4~6일 운명의 세 판을 겨룬다.
세계 바둑대회 사상 첫 '10대기사 간의 결승전'으로 이미 세계바둑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바 있는 두 기사의 맞대결은 세계바둑계의 세대교체를 극명하게 입증하는 빅매치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본선 토너먼트에서 이창호와 이세돌을 각각 꺾고 올라왔다는 점에서도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꼽힐 만 했다.
19세의 박정환이 '바둑올림픽' 결승에 오른 것도 대단하지만, 16세 소년 판팅위의 거센 돌풍이 워낙 주목받는 바람에 오히려 박정환의 활약이 빛이 바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환은 이미 2011년 세계제패(후지쯔배)의 경험까지 갖추고 2012년 들어서는 이세돌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한때 한국랭킹 1위까지 오른 바 있는 세계적 강호인데 비해 판팅위는 중국 신인왕전 3연패가 전부인 신예에 불과하기 때문.

▲반상을 바라보는 박정환.
그런 판팅위가 결승 첫 판에서 박정환에게 완승하며 1국을 따내자 세계바둑계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판팅위의 '최연소 세계제패 기록 경신' 여부를 둘러싼 오보 해프닝이었다.
즉, 1992년 1월 27일 이창호(1985년 7월 29일생)가 당시 만 16세 5개월여만 만에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하며 세운 '최연소 세계제패' 기록의 경신 여부였는데, 만약 판팅위(1996년 8월 6일생)가 이번 응씨배에서 우승하더라도 그 날짜가 2013년 3월 5일(결승 4국 예정) 이후가 되기 때문에 만 16세 7개월로 아슬아슬하게 이창호의 기록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20년전 이창호가 세운 기록이 사실상 난공불락의 대기록임을 감안할 때 그것에 근소하게 근접한 것만으로도 판팅위의 이번 돌풍은 놀라웠다.
1국 내준 박정환, 분위기 반전 성공 … 바둑올림픽 제패 기대감
그러나 판팅위의 대기록에 순순히 제물이 될 만큼 호락호락한 박정환은 아니었다. 긴장감과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채 맥없이 1국을 내주었으나, 2국에서는 사뭇 달랐다. 초반부터 백번으로 대세를 리드하더니 중반 승부처에서 올해의 묘수상감으로 꼽힐 만한 묘수를 작렬시키며 일거에 승기를 장악한 끝에 쾌승을 거두었다. 1국의 패배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만한 완승이었기에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고 할까.
2012년초 바이링배, 비씨카드배 등에서도 계속된 판팅위의 거센 상승세가 요즘 들어 한 풀 꺾인 점을 감안할 때 신년 3월 열리는 잉씨배 결승3~5국의 전망은 당연히 경험에서 한 수 위인 박정환에게 기울 수밖에 없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3국을 만약 박정환이 따낸다면 여세를 몰아 3대1로 끝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 쿵제(왼쪽) vs 이세돌 대국 장면 (사진 출처 - www.eweiqi.com)
[춘란배 결승] '韓·中 No.1 맞대결' 성사…이세돌 vs 천야오예 진검승부
격년제로 열리는 춘란배 결승전은 오는 6월에 속개될 예정이다. 요즘 날이 바짝 서 있는 이세돌과 천야오예(陳耀燁)에겐 춘란배의 결승 일정이 생각보다 늦게 잡힌 점이 못내 아쉬울 듯하다. 그 중에서도 새해 상반기 내내 세계대회 빅매치 일정이 없어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 이세돌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2012년 중반까지 내내 부진했던 탓에 앞서 언급한 LG배와 잉씨배에서 모두 탈락한 그에겐 매년 상반기에 본선부터 결승까지 쉬지 않고 치러버리는 비씨카드배 기전 폐지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만하다.
이세돌과 천야오예의 맞대결은 한·중 양국의 랭킹 1위간의 격돌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세돌이 지난해 한때 후배 박정환에게 랭킹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반 년만에 되찾았다면, 어릴 때부터 소문난 바둑신동으로 유명했던 천야오예(23세)는 그동안 기대에 다소 못 미친 가운데 2012년 들어 비로소 전성기가 만개한 느낌이다. 자국 랭킹 1위에 올라선 것을 계기로 세계대회에서도 더욱 분발, 2012년 세계대회 다승 1위(18승5패)라는 걸출한 성적으로 바이링배와 춘란배 결승에 잇달아 진출했다.
관록과 최근 기세 모두 이세돌이 한 수 위 … '장기 대기'가 최대 변수
'세계대회 우승횟수 15:0'이 말해주듯 이번 결승에서도 당연히 이세돌에게 저울추가 기운다. 이세돌의 거침없는 무적행진에 비하여 천야오예가 최근 열린 스포츠어코드 개인전에서 한국과 대만기사들에게 연패하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사실도 이세돌의 우승 전망을 한층 밝게 해주고 있다. (천야오예는 10대 시절인 2006년 LG배, 2007년 TV아시아선수권 결승에 거푸 올라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 우승에 실패하며 한동안 슬럼프에 빠진 바 있다.)
역시 최대 변수는 결승까지의 대기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인데, 그런 점에서도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이세돌에게 컨디션 조절에 조금이라도 더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제1회 바이링배 결승에 진출한 저우루이양(왼쪽)과 천야오예.
[바이링배 결승] '소표' '신동' 라이벌간의 중국 형제대결
중국 기사들간의 결승전이라 국내 팬들에겐 관심의 초점에서 좀 빗나가있지만, 2013년을 열어젖히는 빅매치라는 점에서 천야오예와 저우루이양(周睿羊)이 펼치는 바이링배 결승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찌감치 '6소룡(창하오 세대)'과 '10소호(구리·쿵제 세대)'의 뒤를 잇는 '소표(小豹)'의 일원으로 어릴 적부터 주목받았던 두 기사는 2012년과 2011년 각각 중국랭킹 1위로 궁림했다는 공통점도 있는 라이벌이다.
최근의 성적과 안정감을 볼 때 천야오예에게 다소 무게가 가지만, 두 기사간의 라이벌 의식이 어떤 파란을 자아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더욱이 우리가 이 승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천야오예의 성적이 이후 벌어질 이세돌과의 춘란배 결승에 미칠 영향력 때문이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세돌 (○ 맑음)
'쎈돌 천적' 백홍석에게 2패후 3연승으로 역전 우승이라니…. 가히 지금같은 파죽지세라면 당해낼 자가 없는 것 같다. "2013은 쎈돌에게 물어봐~"
박정환 (○ 갬)
하반기 들어 주춤하더니 그래도 잉씨배 결승 2국을 멋지게 따내며 대미를 장식했다. 다승·승률·연승왕 3관왕은 1년 동안 기복없이 뛰어온 부상이렸다~
최철한 (○ 갬)
11월부터 계속된 지독한 장마를 2012 스포츠어코드 금메달 2관왕(남자개인전, 페어)으로 씻어냈다.
원성진 (/// 장마)
삼성화재배를 제패한 2011년보다는 못한 한 해였지만, 그래도 막판 '왕건이'를 하나 건졌다. 신년 초 열릴 LG배 결승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백홍석 (◑ 구름 약간)
세계대회 2관왕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그래도 막판에 이세돌에 2승후 3연패해 다잡었던 명인 타이틀을 놓친 게 아쉽다. 바둑문화상 MVP도 함께 날아갔으니~
이창호 (◐ 흐림)
2012년초 LG배 우승 실패 이후 절치부심의 한 해를 보냈지만, 결국 이렇다할 성과없이 침잠의 해를 보냈다. 많은 팬들이 기대를 모아 다시 일어서려나~
구리 (// 비)
거세게 밀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추격도 무섭지만, 모처럼 겨룬 이세돌과의 진검승부에서 아쉽게 패한 내상이 더욱 아프다. 과연 언제 회복할 것인지~
천야오예 (◑ 구름 약간)
중국 랭킹1위로 2012년을 화려하게 보냈지만, 아직 결정적인 것(세계대회 우승)이 없다. 양대 세계대회 결승(바이링배, 춘란배)에 올라있는 만큼 기대 만발인데…,
TYGEM / 志石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