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박정환의 '해프닝 대국'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
2013-09-20 오후 1:10:47 입력 / 2013-09-20 오후 1:25:59 수정
▲ 이날의 제2국 박정환-이호범 대국. 중반 무렵 이호범이 99% 승리를 손에 넣었었다. 하지만 이후 난조에 난조를 거듭하며 결국 박정환의 3집반승.
이런 바둑이 또 있을까. 종국 후 두 사람은 말없이 바둑판만을 들여다 보았다. 이호범이 한 두군데를 짚으며 괴로운 신음을 토해냈지만 박정환은 미안한 마음에 뭐라 대꾸를 하지 못했다. 이긴 사람이나 진 사람이나 다신 잊지 못할 추석 고난극이었다.
추석 명절인 19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 제2국에서 정관장의 주장 박정환이 신안천일염의 락스타리거 이호범에게 거의 줍다시피 승리를 거뒀다(273수 흑 3집반승). 이보다 앞서 벌어진 제1국에선 신안천일염의 주장 이세돌이 정관장의 2지명 홍성지에게 235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양팀은 첫날을 1-1로 마쳤다.
▲ 박정환(20)은 천신만고 끝에 승리하며 8승1패.
▲ 신안이 선두를 달리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이호범(21). 그러나 대어를 마는데 실패했다.
5라운드 이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안천일염과 '전력 최강' 소릴 듣는 2위 정관장의 맞대결은 종반을 향해 가는 KB리그 최고의 매치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비록 양팀 주장간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박정환이 남방장성배 관계로 첫날 밖에 시간이 없다는 점을 간파한 신안천일염이 이세돌과의 맞대결도 불사하는 강수를 띄움으로써 명절날 랭킹 3위와 1위의 대국을 잇달아 볼 수 있었다.
유리한 쪽은 당연히 상대의 패를 들여다보고 있는 신안천일염이었다. 1국의 이세돌은 홍성지에게 KB리그에서만 4전4승을 거두는 등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으니 1승이 확실시 된다. 그런 다음 2국의 이호범은 이기면 대박, 져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보자. 이런 심정이었던 것이다. 신안의 이런 전략은 1국을 이세돌이 승리한 다음 2국에서 이호범이 박정환을 상대로 대마를 잡는 기염을 토하면서 기막히게 적중하는듯 보였다.
▲ <제1국> 이세돌-홍성지.
▲ 시즌 중반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이세돌(30)은 최근 3연승으로 살아나고 있다(5승4패).
▲ 이세돌은 이날 추석 인사와 더불어 "앞으로 큰 대회도 있고, 제가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는 자신감있는 멘트.
하지만 이날 신안의 운은 거기까지 였다. 아니, 결과만 놓고 본다면 원래 예상대로 지느니만 못했을는지 모른다. 이호범이 일부러 지려 해도 지기 힘든 바둑을 패하면서 신안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한 반면 정관장은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나기라도 한듯 환호했기 때문이다.풍선은 바람이 빠지면 원래보다 탄력을 잃는 법이다.
어찌됐건 1-1의 상황에서 양팀은 내일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홍기표-김정현,한웅규-온소진,안성준-강유택 순(이상 앞이 정관장).신안천일염 입장에선 한웅규와의 상대전적에서 3전 3패 열세를 보이고 있는 온소진이 어떻게 해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 같다.
▲홍성지(26)는 이번 KB리그를 끝으로 입대할 예정.
▲양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신안천일염이 정관장을 3-2로 이겼다.
▲정관장은 이번 경기를 이기면 대망의 1위에 올라서게 된다.
TYGEM / 바둑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