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부담 느껴…타이틀 하나는 되찾을
것" 여류판도, 박지은·조혜연 양강체제 될 듯
‘철녀(鐵女)’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 대회 7회, 국내 무대 6회
우승을 독점하며 여류 바둑의 대명사로 통했던 루이나이웨이(芮乃偉·41) 九단. 지난 해 11월 조혜연에게 여류 국수를
내주고 정관장배 준결서도 박지은에게 패해 탈락하더니, 신년 벽두 다시 조혜연에게 여류 명인 마저 빼앗겼다. 그녀를 단
2개월 여만에 무관의 나락으로 몰아간 실체는 무엇일까. 1시간 남짓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놀라울 만큼 능숙해진 우리
말로 심경을 밝혔다.
ㅡ출전은 곧 우승을 뜻할 만큼 강했었는데 갑작스레 무관이 됐다. 소감은?
“그냥 담담해요. 언젠가 이 날이 올 줄
알고있었기 때문이죠. 마지막 여류 명인 만큼은 지키고 싶었는데, 조금 허전하긴 합니다.”
ㅡ불과 2개월만에 발생한 사태에 대해 모두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인데.
“조혜연 박지은 두 사람은 원래 강합니다.
최근 1, 2년간 그들과의 대국에선 운이 많이 따라 주었었죠. 하지만 이 젊은이들은 요즘 더욱 강해졌고, 나는 나이들면서
숨겨있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결과지요.”
ㅡ여류 명인전 2국때 몸이 아팠다는 설도 있던데.
“지난 연말부터 계속 기침 감기로 고생했고,
1월 말에도 3연속 대국 후 대구로 내려가는 바람에 상태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추위를 잘 타고 몸도 약한 편이기 때문에 연속해 타이틀을 잃은
것을 컨디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ㅡ한국 여류 바둑이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 데는 루이의 공이 절대적이었다고들
한다.
“99년 봄 한국에 정착할 무렵과 비교해 보면 5년 간 거의 반 점 가까이 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은 한국 여류들의 꾸준한 노력, 좋은 환경에 힘입은 것이지 저와는 관계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배웠죠(웃음). 연구회 등을 통해 남자 강호들과 자주 대국하고, 대회 여건도 중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ㅡ한국 정착 이듬해 (혼성)국수에 등극했던 루이의 신화를 한국 여류들도 이룰 수
있을까?
“가능하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남자 유망주 층이 워낙 두터워져서죠. 한
5년 후 쯤이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당시 나의 우승은 정말 행운이었고, 스스로 생각해도 그 때가 절정기였습니다.”
ㅡ앞으로 한국 여류 바둑계의 판도는 어떻게 형성될까?
“박지은 조혜연 둘이 비슷합니다. 박지은이 50점에서 150점을 오가는 타잎이라면
조혜연은 100점 안팎의 착점을 유지하지요. 개인적으론 형세가 좋아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혜연이가 더 압박감을 줍니다.
윤영선 이영신도 여류 타이틀 가시권에 드는 실력이고, 그 밖에 김세실 이다혜 등 어린 기사들도 유망합니다.”
ㅡ정상에 복귀그 틈에서 자신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다시 앞지르지…못할 것 같아요. 조훈현 선생님같은 분은 연령 부담을 경험으로
메우지만 저와 조선생과는 다르죠. 타이틀 하나 정도만 되찾을 수 있다면…. 하지만 열심히 할 겁니다. 앞으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시 한국기원에 나가 공부하려고 해요. 젊은 기사들은 항상 나하고 두고싶어 해 왔는데, 이제
약해졌다고 따돌림 당하면 너무 슬퍼질 테니까요(웃음).”
(이홍렬 기자 hr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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