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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창호는 나의 영웅!

[칼럼] 이창호는 나의 영웅!

2005-02-28 오후 8:30:56 입력

[기고] 진짜 한류 스타 이창호-내 영웅의 초상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2-28 15:37]    
농심 신라면 배에서 대국에 열중하고 있는 이창호 9단. ⓒ 2005 이창호 9단 홈페이지
*이 글은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등에서 필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디 먹물의 가면님이 본보에 보내온 글입니다. 이번주부터 먹물의 가면님은 본보에 '커밍아웃'을 하고 본격 컬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편집자 주)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에서 벌어진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한국팀 주장 이창호 9단이 중국팀 주장 왕시 5단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두며, 대한민국의 이 대회 6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것은 국가 대항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이창호 9단이 거둔 개인 통산 14연승이며, 예선까지 포함하면 30연승의 대기록이라고 한다. 종전 국가대항전 최대 연승 기록은 중일 수퍼대항전의 영웅 네웨이핑 9단이 거둔 11연승이었다고 한다.

한국 바둑은 이미 10여년 이상, 동양 4국(한국, 일본, 중국, 대만)을 위시한 세계 바둑계에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개인 타이틀이 걸린 세계 대회를 20회 이상 연속 제패한 기록도 세웠다. 그 중심에는 늘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가 있었으며, 또한 그들을 촉매로 형성된 막강 기량의 젊은 기재들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인가, 한국 기사의 세계 제패 소식은 80년대 초 조치훈 9댠이 일본 기계를 평정했을 때나, 88년 조훈현 9단이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응씨배 초대 챔프를 차지했을 때와 같은 조명을 더 이상 받지 못한지 오래다.

그런 한국 바둑이지만, 이번 6회 농심배의 우승은 결코 따놓은 당상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국가별로 각각 5명씩 출전하여 이긴 사람이 계속 상대를 바꿔가며 두는 형식인 이 대회에서, 이번에는 이창호 9단을 제외한 다른 4명의 한국 선수들이 단 1승밖에 올리지 못하고 모두 탈락 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창호 선수만이 남은 시점에, 중국은 3명이 그리고 일본은 2명의 대표급 선수들이 남아 있었다. 그 동안 한국의 바둑 최강국 위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중국과 일본에게는 그야말로 시대의 흐름을 바꿀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으로 보였다. 반면, 한국은 대회 5연패의 기록으로 만족하고 이번에는 일단 최강국 자리를 한 번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 시각이었다.

자타가 공인해 온 세계 최고수 이창호 9단이지만, 올 들어 그는 1승5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심한 슬럼프 기미를 보였다. 국내외 모든 기사들은 밤을 새워 이창호를 연구하고 그를 넘어 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10년 이상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찾기 힘든 기적과 같은 위업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그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바둑팬조차, 이제는 그의 패배에 좀 더 익숙해 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서 절대 강국의 위치를 한국이 너무 오래 고수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바둑 열기 증진을 위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돌부처 이창호 9단은 일본과 중국의 최강자 5명을 한 명 한 명 이겨 나가기 시작했다. 4연승을 거두고 중국 주장과의 마지막 한 판만을 남기게 되자, 주최사인 농심은 이번에도 이창호 9단에 의해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면 “불패라면”을 만들어 중국에 판매하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열리는 대회마다 한국이 독식하는 것은 결코 거대 시장 중국 마케팅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란 판단에서인지, 한 번쯤 중국에 우승을 양보하기 바라는 듯한 발언도 했던 농심의 이러한 반응이 재미있다. 한국 바둑의 수호신 같은 이창호 9단을 원망하기 보다, 그의 연승을 자산 삼아 “신라면”이 아닌 “창호라면”이나 “불패라면”이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한 번 공격적 마케팅을 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중국과 일본이 더 인정하는 우리의 영웅

최소한 바둑에서 동양 3국의 절대 강자는 세계의 절대 강자이며, 그들의 영웅은 바로 세계의 영웅이다. 13억 중국 대륙이나 일본 열도나, 바둑이라는 한 분야에 대해 만만치 않은 자존심을 갖고 있고, 그러한 자존심은 또한 나름의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중국은 바둑이란 것이 자기들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생각하며, 일본은 바둑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장려하여 현대적 부활을 가능케 한 종주국이란 자존심을 갖고 있다. 그런 그들이기에 중국이 인구와 탁구 이외에는 일본에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던 80년 대 초, 네웨이핑 등이 활약하며 일본의 콧대를 보기 좋게 몇 번 꺾어 준 바둑은 중국 사람들에게 각별한 무형적 의미가 있다.

중일수퍼대항전에서의 승리는 대략 중화인의 우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준 계기로 간주되었고, 그들이 일본에 품고 있던 오랜 열패감(劣敗感)을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만든 중대 사건이었다 . 이후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영재를 선발하고, 바둑을 중요 국가 (정신)스포츠로 육성하게 된다.

대륙 출신 대만 기업인(응창기씨)이 40만불이란 거액의 우승상금이 걸린 바둑 올림픽을 창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 진 거사였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13억을 넘는 중화인의 자존심이, 15년 가까이 조훈현/이창호 사제가 중심이 된 한국 바둑에 끽소리 하지 못하고 눌리고 있으니, 이것은 가히 중국 축구의 공한증 이상 가는 고통이며 피하고 싶은 정신적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고통의 진원지 같은 이창호 9단에 대한 중국 내 인기는 어떤 한류 스타보다 못하지 않다. 다만, 이 9단의 인기와 여타 한류 스타의 그것 사이에는 중요한 질적 차이점이 있다.

현대 사회의 대중적 스타 또는 인기인들이 대개 그들이 활동하는 문화 분야에서 주로 젊은 세대로부터 사랑과 선망을 받는다면, 이창호의 인기는 세대적 구분이 거의 없고 사랑이나 선망보다는 초인적 능력과 인격적 완숙성에 대한 경외나 존경심에 가까운 것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인기 역시 스포츠 스타처럼 승률로 나타나는 “강함”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이제 팬들이 더 높게 인식하는 매력의 원천은 그의 “인간적 겸허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떤 분야이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스타가 된 사람들은 겁 없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또 그것이 매력으로 용인되기도 한다. 사실 10년 이상 세계 최고 또는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자기 자랑 큰 소리로 한 번 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창호라는 세계 최고수의 경우, 전시형 매너가 아니라 천성과 태도에 녹아 있는 겸손함이 중국인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이해된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한 한국 청년을 거의 신격화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갓 30살이 된 청년에게 그들은 천년에 한 번 볼까 싶은 인물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영웅보다 한 두 차원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비단 대중의 생각만이 아니라, 이창호에게 패배한 그들의 영웅들이 먼저 인정하는 시각이다.

그는 강하나 약한 자를 비웃지 않는다. 비웃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어려워 한다.그와 대국한 상대방은 단순히 바둑의 기량이 못 미친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대국 태도나 인격에 존경을 표하게 된다. 대중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부러워 한다.

그러나 어제 그제 26일 늦은 저녁 시간대, 대부분의 우리 나라 매체들은 이창호의 신화창조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별로 감흥 없는 보도성 기사들이 몇 개 나타났을 뿐이다. 매체의 그런 무관심이 이창호에게 뜨거운 조명을 비추고 달구는 것보다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위안처럼 해보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변함없다. 우리는 우리 가운데 있는 영웅의 모습을 정말 제대로 알고 인정하며 고마워 하는가에 대해.

 

[국가대항전 농심배 바둑] 5연승 기적 '불멸의 이창호'

[중앙일보 2005-02-27 18:18]

[중앙일보 박치문] ▶ 이창호9단이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돌부처' 이창호9단이 이를 악물자 기적이 일어났다. 중.일의 강력한 적수 5명을 상대로 파죽의 5연승을 달성하며 또 한번 바둑 신화를 써낸 것이다.

이9단은 2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벌어진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최종전에서 중국의 주장 왕시(王檄)5단을 흑 불계로 격파하고 이 대회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해 최철한9단과의 국수전에서 3대0으로 완패하는 등 1승5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던 이창호이기에 이번 5연승 우승은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창호는 이번 우승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나며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심배는 한.중.일 3국이 5명씩 대표를 내세워 연승전으로 겨루는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은 한종진5단, 안달훈6단, 유창혁9단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한 데 이어 믿었던 최철한9단마저 1승 후 패배하면서 최종 주자인 이창호9단이 바둑판 앞에 앉았을 때는 무려 5명의 적수가 남아 있었다.

이들을 모조리 꺾어야 한국이 우승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더구나 '보증수표'로 통해온 이창호도 갑자기 찾아온 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었기에 5연승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창호는 중국의 뤄시허(羅洗河)9단에 이어 일본의 장쉬(張)9단을 꺾으며 연승의 시동을 걸었다. 장쉬는 명인.본인방을 양손에 쥐고 있는 일본의 젊은 일인자로 5연승으로 가는 최대 난관으로 여겨졌고 바둑도 상당한 위기감 속에서 진행됐으나 이창호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를 돌파했다.


이어서 왕레이(王磊.중국)8단과 왕밍완(王銘琬.일본)9단을 연파하고 4연승을 거둔 이창호는 26일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준우승자인 중국 주장 왕시를 꺾으면서 대망의 5연승을 달성했다. 이창호는 "힘든 상황이지만 국가의 명예만은 꼭 지켜내고 싶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이창호는 국가대항전에서 유독 강해 농심배에서 예선 포함해 30연승, 본선에서만 14연승의 대기록을 세웠고 본인이 최종주자로 나섰을 때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는 최고의 수문장 역할을 이어갔다. 이창호9단은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인해 수라장이 된 인터뷰에서 "기쁘다기보다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농심배는 각별한 기전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회복할 준비가 되었다고 본다"고 우승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우승상금은 1억5000만원. 이창호는 연승상금 3000만원과 대국료 15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9단은 다음달 12일 중국 창사(長沙)로 가 춘란배 세계대회 결승전에 나선다. 상대는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9단.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제6회 농심신라면배 관전기] 이창호 9단 대 장쉬 9단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낸다 [글쓴이/apolis]

- 이창호 9단 / 장쉬 9단


 



 

"포석에서는 다소 앞서 나갔다. 중반 들어서 느긋한 수순이 이어져 형세가 어려워졌는
데 마지막에 운이 따라줬다"

- 이창호 구단의 인터뷰에서




 

한 판의 바둑을 이기기 위해서는 바둑에 대한 집중력이 관건이다. 이 집중력을 중시한 바둑격언 중의 하나가 바로 "반상무인"이며, "승부 외적인 요소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 역시 그렇다. 그런데 이때 집중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집중을 의미할까? 나는 앞으로 놓아야 할 한 수에 대한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한 판의 좋은 바둑을 위해 바둑 외적인 요소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면, 이와 유추적으로 말해, 최선의 한 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한 수 이외의 요소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집중을 위해서는, 지금 막 놓인 한 수 이전의 바둑 내용에 집착하거나 신경쓰지 않아야 한다. 가령, 방금 상대가 놓은 한 수가 자신이 놓은 이전의 수를 무력화시키는 수였다고 치자.  그럴 경우에, 자신이 놓은 이전의 수가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할 수는 있으나, 그 수가 잘못되었다는 평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자책할 필요는 더더구나 없다. 자신의 수가 선하건 악하건 이미 그 수가 놓인 이상 더 이상 그 선악의 사태를 변경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중요하다, 이미 벌어진 사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바둑을 두다 보면 누구나 그 사실에 대하여 반항하려고 한다. '그러
지 말았어야 했는데...', '좀더 생각하고 두었어야 하는데...' 등등, 변경 불가능한 사태에 대하여 회한과 분노의 감정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이와 정반대로 자신이 놓은 훌륭한 수에 대하여 긍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은 이제 앞으로 놓아야 할 한 수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바둑 내용을 그르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 판의 바둑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호오의 감정들로부터 매 수마다 자유로와야 한다.


내가 보기에, 이창호 구단은 그러한 감정들로부터 누구보다 자유롭다. 가령, 이창호 구단은 대국후에 "초반에는 좋았으나 중반의 실수로 형세가 좋지 않았다" 하는 식으로 자신의 바둑을 평가한다. 그의 평가처럼 그 역시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는 바둑을 두는 동안 "중반의 실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수 이후의 형세"에 집중한다. 바로 방금 놓인 상대의 수로 인하여 재편된 형세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수에 마음을 두지 않고 지금 놓인 수를 시발로 하여 새롭게 마음을 내는 편을 택한다. 되도록이면 이전의 수들에는 감정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그는 자신이 놓은 수에 대한 체면이나 기세를 상대적으로 덜 중시할 것이다. "돌의 체면"이니 "기세의 한 수"니 하는 것은 한 수가 놓인 뒤에 따라오는 평가에 불과하다. 수에 대한 평가를 먼저 고려하여 수를 놓는다는 것은 진정한 고수의 몫이 아니다. 수에 대한 모든 평가는  언제나 수가 놓인 이후에 덧붙는 그림자일 뿐, 최선의 수를 본질적으로 규정하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에 대한 평가가 역사적으로 유구하여 확고부동한 것일지라도 진정한 고수는 거기에서 자유로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양을 중시하는 수", "정석" 등은 수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고려하여 수를 놓는 것으로서,
차선의 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수 한수마다 새롭게 마음을 내는 기사라면, 자신이 이미 둔 수를 자랑스러워 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둔 수를 평가하더라도 그 평가에 머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기사라면 자신이 둔 수와 상대가 둔 수를, 마치 바둑 고서에 등장하는 종이 위의 중반기보처럼 무감정으로 대하려고 할 것이다. 종이 위의 기보는 바꿀 수가 없다. 바꿀 수가 없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주어진 시간 내에, 방금 놓인 한 수를 시발점으로 하여, 최선의 수를 생각하여야 한다. - 이것이 한 판의 바둑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할 수있다.


이창호 구단은 이런 집중에 누구보다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유독 어느 한 수에 대한 가치평가를 망설이는 편이다. 바둑이 끝나고 나서도 어느 한 수에 대하여 가치평가를 거의 하지 않는데, 하물며 바둑이 진행되는 동안에랴! 아마도 그는 앞으로 놓일 한 수에 대한 최대의 집중을 위하여 이전의 수들에 감정이 끄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놓인 자신의 수와 상대의 수를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는 하겠지만, 그 평가에 마음이 함몰되거나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로서는 이미 놓인 수들이 흡사 종이 위로 옮아간 확정된 기보처럼 느껴질 것이다. 한수 한수가 놓일 때마다 이전의 모든 수순들은 종이 위에 인쇄되어가는 기보와도 같다. 눈앞의 한 수만이 생기를 띨 뿐 다른 모든 것은 이미 죽어버린 수순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한수 한수가 새롭다. 이와 같이, 이전의 수들에 마음이 머무르지 않고 이제 놓일 한 수를 향하여 마음을 내는 것, 이것이 나는 이창호의 비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창호 구단이 늘상 말하는 "한판 한판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인터뷰 내용을 "한수 한수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의미로 읽는다.


대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어야 할 단수에는 지체없이 잇는 편에 속하지만, 그 뻔한 단수에도 불구하고 이창호 구단은 당장 잇지 않고 뜸을 들여 생각하기로 악명이 높다. 내가 보기에, 이 습관 아닌 습관은 적절한 시간 분배 차원이라기보다는 이창호 구단이 한수 한수에 대하여 얼마만큼 새롭게 집중하는가를 입증해 주는 좋은 예다. 뻔한 단수에 대하여 뜸을 들여 생각하는 것은 그가 바둑을 대하는 근본 마음자세와도 같다. 새롭게 한 수가 놓인 이상, 그 수가 너무나 뻔한 단수일지라도, 그 수로 인하여 바둑은 새롭다. 이창호 구단의 뜸들임은 바로 그 새로움을 음미하는 경건한 수순인 것이다.





팬들이나 이창호 구단 본인이나 농심신라면배 3차전에서 가장 심적인 부담을 가졌던 대국은 장쉬 구단과의 대국이었다. 그리고 장쉬 구단은 이창호 구단이 앞으로 상대할 네 명의 기사 중 가장 강하였으며, 이창호 구단과의 대결을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열망한 기사였다. 그는 대국 전날 호텔에 당도하여, "나는 대국 전날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암시의 말을 남기고 공식 인터뷰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창호 구단은 객실 배정도 되지 않았는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장쉬 구단의 강렬한 열망과 이창호 구단의 심적인 부담이 맞물리면서 이미 전날부터 시작된 이 바둑은 그러나 이창호 구단의 승리로 끝났다. 나는 이 바둑을 지켜보면서 이창호 구단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장면1도를 보자. 장면1도가 시작되기 바로 전, 그리고 장면1도가 그려지는 동안, 한국편 관전자들은 조용하였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한국이 후반 30분까지 2-0으로 앞서다가 불과 5분 만에 연속 두 골을 먹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2 동점이 된 것이지만 게임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것을 두고 바둑기사들은 "역전 분위기이다"고 말한다. 초중반 내내 끌려가던 장쉬 구단이 어느새 호각지세로 일어섰으니 한국 검토진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상대편의 관전자들은 환호작약했다. 관전자들과 검토기사들 사이에 팽배한 그 역전 분위기(말 그대로 분위기이다)에서, 하지만 이창호 구단은 아무도 모르게 중앙에 대한 노림수를 작렬하기 위한 첫번째 수순을 둔다.  바로 좌하귀를 젖혀 잇는 것, 장면1도 흑5~7의 수순이었다. 이 수들은, 미세한 형세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그가 한수 한수마다 바둑을 새롭게 바라본 결과물이었다. 중반 들어 자신이 느긋하게 두었던 수들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미세하게 된 형세에서, 일체의 감정을 배제시키고, 주어진 매 일분 내에, 새롭게 새롭게 바둑에 임한 결과인 것이다. 이것은 차라리 초인적인 집
중수행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장면1도(191~200)
이창호 구단이 흑5로 젖히는 순간 한국측 검토실은 "썰렁했다"




 

이창호 구단이 좌하귀를 젖히는 순간, 그러나 대국 현장의 해설자는 "(한국)검토실의 분위기가 썰렁하다"고 긴급 타전하였다. 불계승을 위한 본격적인 첫 수순이 놓이는 시점에서, 이창호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침울하였다. 순간 올해 초 일련의 패배 대국들이 머리속에 스치며 "몰락"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들어왔을 것이다. 드디어 영웅의 몰락인가? 이렇게 몰락하는 것인가? 어쩐지 가슴이 아프다. 관전자들의 눈에는 더 이상 국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수순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좌하귀를 젖힌 수는 중앙 백 두점을 잇는 수(백8)와의 맞보기일 뿐이었다. 젖혀 잇는 수가 평범한 끝내기 수순으로 평가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끝내기 수순이거나 맞보기가 아니었다. 이창호 구단은 새롭게 마음을 내어 최선의 수를 찾고 있건만 최선의 수를 찾을 의무가 없는 관전자들은 이전의 수들에 대한 선악을 평가하기에만 급급하기에, 이러한 오해가 탄생한 것이다.


모든 이들이 맞보기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중앙 백 두점을 백이 잇기(백8)를 기다린 다음, 이창호 구단은 중앙으로 한 칸 뛰어둔다(흑9), 그리고 백10. 이것이 장면1도이다. 이 장면1도에서 이창호 구단은 이미 중앙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정확한 수순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좌상귀를 선수하며 시간을 번다(장면2도 흑1). 장면2도의 흑1은 이창호 구단으로서는 시간을 벌기 위한 수순이기도 하고, 순조로운 끝내기 수순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에 상대 대국자와 관전자들은 예외없이 이창호 구단의 끝내기 수순에 집중할 뿐, 정작 이창호 구단 본인이 무엇을 집중하고 있는가를 예측하지 못한다. 이것은 카드 게임에서 읽히지 않는 카드와도 같다.



 


장면2도(201~214)
이창호 구단은 시간을 연장시키며 중앙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의 집중처를 모르다(흑7=흑 13, 백10= A)< /FONT>




 

분명 중앙에 뭔가가 있다. 뭔가가 잡힌다. 좀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가 두 번째 시간을 벌기 위하여 역시 좌상귀에 거의 선수성 착수(흑3)를 하였을 때, 장쉬 구단은 우상귀 흑 한 점을 때린다(백4). 이것은 장래에 여의치 않을 경우에 흑이 강렬하게 패로 버틸 수도 있는 (백의 입장에서의) 불확정성을 제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창호 구단은 이미 읽어두기라도 한 듯, 좌하귀를 다시 한번 침착하게 선수하고(흑5), 우상 중앙 쪽으로 패를 걸어 백을 굴복시키고 선수를 잡는다. 이제 다시 문제의 중앙이다. 이 중앙으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가.



 


장면3도(215~235)
흑은 중앙 백의 경계선 언저리를 천천히 선회비행 하다




 

장면3도는 이창호 구단이 중앙으로 들어가는 수순을 보여준다. 그는 수가 나는 곳인 결정적 고지 부근에서 좀 떨어진 변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중앙 경계선 언저리를 배회하며 1분마다 한수 한수 찔러간다. 흑1, 흑3, 흑7, 흑9. 그는 수가 나는 결정적 지점에 위치해 있는 A 쪽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그는 흡사 먹이를 향하여 급강하하기 직전 공중을 선회하는 수리나 매와도 같다. 공중에 곡선을 그리며 비행하는 새의 정연한 움직임을 관찰하고서 비로소 다른 이들은 문득 예감을 하기 시작하였다. "뭔가가 있다!" 그러나 그 뭔가가 정확히 어떤 것인가는 확실하지 않다. 관전자들도 직감하는 마당에 대국자인 장쉬 구단이 예감하지 못할 리 없다. 불안과 흥분과 환호가 우우 일어선다. 평온했던 바다 위로 높은 파도가 삽시간에 일어선다. 그러나, 이창호 구단은 관전자들의 흥분과는 상관없이 천천히 선회비행을 한다. 그리고 단수 한 방씩 딱 딱 친다(흑11, 흑15). 대국자와 관전자들의 흥분을 증폭시키기라도 하듯, 이창호 구단은 좌상귀를 선수하며(흑5, 흑17, 흑19) 1분 1분의 시간을 유예시킨다. 이창호 구단이 좌상귀를 한수 한수 마무리하면서 시간은 늘어지고, 그 늘어진 시간에 장쉬 구단은 자신의 심장을 향하여 최고속으로 급강하하고 있는 맹금을 느린 화면으로 목격한다. 아뿔싸, 피할 수가 없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마침내 중앙에 놓인 한 수 흑21. 이창호 구단의 정연한 수순이 모든 관전자들의 심층을 한 바탕 휘젓고 지나간다. 장쉬 구단은 차라리 이 수로 인하여 마음이 편하다. 사태가 평정되고 죽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후는 죽음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이와같은 극적인 수순을 이창호 구단은 어떻게 보았을까? 물론 수읽기의 깊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전의 수에 머무르지 않고 매 수마다 새롭게 마음을 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두고 보통 "냉정한 판단"이라는 수사를 동원하지만, 그 정도의 수사로는 한 인간이 일생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든 중차대한 국면을 서술하기는 역부족이다. 한수 한수마다 끊임없이 마음을 비워내고 새롭게 마음을 내는 근본적인 마음자세의 결과, 그러한 냉정한 판단도 가능했던 것이고, 그러한 깊은 수읽기도 가능했던 것이고, 그러한 승리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한 이창호의 구도적인 자세 앞에서 우리는 열광하고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그 구도적인 자세 때문에 존경하는 적장인 것이다. 그네들은 이창호 구단의 승리만큼은 미워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천재성을 확신하면서 착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수였든 나쁜 수였든 자신이 이전에 놓았던 수의 가치를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고뇌 끝에 최
선의 수를 찾는 자를 누가 미워할 것인가! 오히려 그네들은 이창호 구단의 승리를 염원하기까지 않는가! 나는 이창호 구단이 이 구도적인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진정한 스타일은 다름아닌 이 구도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대가 가볍게 두면 가볍게 두는 것도 무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구도적인 자세까지 잃지는 않기를 바란다.


이창호 구단의 구도적인 자세를 가장 방해했던 기사는 누구보다도 이세돌 구단을 들 수 있다. 이를 두고 이창호 구단은 이세돌 구단에 대하여 "자극적이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상대를 자극하는 것도 실력이다"고 하였다. 무엇을 자극한다는 것일까? 이세돌 구단은 한 판의 바둑이 진행되는 동안 이창호 구단으로 하여금 이창호 구단 자신의 수에 대한 긍지와 명예와 가치를 수시로 자극시키고 일깨웠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세돌 구단이 이창호 구단의 수순을 무시하는 듯한 수를 던질 때, 이창호 구단은 자신이 이전에 놓은 수의 긍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이전에 놓은 자신의 수들을 종이 위의 기보로 간주해가며 한수 한수마다 늘 새롭게 마음을 내었던 그의 구도적인 자세를 방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이전에 놓은 수의 긍지와 가치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종이 위의 기보가 살아서 돌아오고 그것이 바둑의 내용을 규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고력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최선의 새로운 수가 아니라 뻣뻣한 수가 나오기 시작한다.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이것이 실력인가? 당연하다. 바둑은 수리적인
체계 너머의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실력 중의 실력이다. 그것은 영혼의 승부인 것이다. "상대를 자극하는 것도 실력이다"는 이창호 구단의 말은 겸허한 말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나는 이창호 구단의 발언들이 인격이 훌륭하다거나 대단히 겸손하다거나 하는 등의 인간성의 높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바둑을 대하는 근본적인 자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근본적인 자세에서 비롯하여 인격이 완성되고 인간성이 완성된다고나 할까. 한 분야에서 일가 정도가 아닌 대가에 이른 사람은 그 분야에 임하는 남다른 자세가 있다. 대가는 자신의 분야에 임하는 그 자세로부터 삶의 자세와 자신의 언어를 도출한다. 이창호 구단은 승패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바둑의 질에 연연하며, 바둑의 질에 연연하기보다는 바둑에 임하는 자세를 중시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창호 구단이 보통사람과는 다른 승부관, "보통사람을 초월한 승부관"(화이강 8단)을 가지고 있다고 평한다. 물론 그 역시 사람인지라 더러는 승패에 연연하기도 하겠으나 그는 그것을 끝내는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는 그의 상용어를 평범하게 읽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바둑에 임하는 그의 구도적인 자세를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일깨우는 일갈이지 결코 상투적인 말이 아니다.


한 판의 바둑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놓인 수에 집착하느라 앞으로의 수를 어둡게 가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늘 새롭게, 늘 최선으로, 그것도 한수 한수마다, 자유롭게, 집중하고 사색한다. 이렇게 바둑 한 판에 임하는 수행의 자세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으로 흘러들고, 한 인간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의 발언이 나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이창호 구단은 "이세돌 구단과 두는 바둑은 재미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세돌 구단의 자극성을 내면적으로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며, 이세돌 구단과의 대국에서도 구도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초발심의 발로이며, 앞으로 이세돌 구단이 이창호 구단에게 고전할 것임을 암시하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장쉬 구단을 넘어섬으로써 한국으로서는 최대의 고비를 넘겼다. 상대가 강할수록, 판이 클수록 이창호 구단의 구도적인 자세는 더욱더 강해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후의 상대는 장쉬 구단보다 강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창호 구단 대 장쉬 구단의 바둑을 보고 이창호 구단의 본령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종반 특유의 조임을 통하여 승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창호 구단의 구도적인 자세가 유감없이 배어든 판이기 때문에 그의 본령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바둑이 끝난 뒤에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다름아닌 얼굴을 씻는 행위였다.


낯을 씻는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그는 이 판의 바둑에 임한 자신의 자세에 대하여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 앞에 나와 말했다: "포석에서는 다소 앞서 나갔다. 중반 들어서 느긋한 수순이 이어져 형세가 어려워졌는데 마지막에 운이 따라줬다." 그는 "느긋한 수순이 이어져 형세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다시 한번 확인되는 바이거니와, 그의 발언은 그가 바둑에 임하는 근본적인 마음자세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형세가 어려워졌다"는 그의 발언은, 그가 한 수 자체의 가치평가보다는 한 수가 놓인 뒤의 형세에 집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창호 구단은 평소에 어느 수가 잘못되었다고 명확하게 꼽질 않는 편이다. 형세에 집중하고 그 형세에서의 승리를 향한 최선의 수를 찾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이전의 수에 대한 가치평가는 사치스런 유희에 해당할 수 있다. 더구나, 한수 한수 놓일 때마다 무한한 가상의 수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 무한히 출몰하는 수들 중 어느 한 수가 반상에 등장하는 셈인데 그 수의 운명적인 불안함에 대하여 "패착성 수", 혹은 "패착"이라는 식으로 가치평가를 한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는 수의 가치평가와 관련하여서는 "느긋한 수순이 이어졌다"는 식으로 두루뭉수리 표현하고 마는 것이다.


그는 또 말한다. "마지막에 운이 따라줬다." 이것을 단순한 예의상의 말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창호 구단과의 인터뷰는 인터뷰 하는 맛이 없다고 푸념하는 인터뷰어는 사실 자질 미달이다. 나는 그런 인터뷰어의 푸념을 접할 때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이창호는 "노림수가 성공했다"는 둥, "중앙에 수가 난다는 것을 일찍부터 예감하고 있었다"는 둥의 말을 하지 않고 하필 "마지막에 운이 따라줬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다시 한번, 그가 얼마나 한수 한수를 따라가며 바둑에 집중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 바둑에서의 한수 한수가 결국은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였고, 이창호는 그 징검다리의 끝이 승리에 닿는 순간을 "운"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 징검다리 사이사이에는 그 자신도 모르는 무수한 변화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 변수들을 무사히 건너 승리에 닿게 되었으니 그것을 "운"이라고 표현할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대국을 평하는 그의 인터뷰 내용에 쓰인 동사들이다. "(수순이) 이어졌다", "(형세가) 어려워졌다", "(운이) 따라줬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인터뷰에서 이 대국을 평할 때 쓰인 동사 "(후반에) 풀렸다". 이 동사들이 무엇을 의미할까? "이어지다, 어려워지다, 따라주다, 풀리다"는 동사들의 의미는 하나같이 단절적이지 않고 연속적이다. 중국의 어느 기자의 멋진 표현을 빌자면, 이 낱말들은 "돌에서 빛이 새나오는 것"과도 같이 이창호 구단에 대하여 뭔가를 시사해 준다. 이를테면, 이창호 구단이 한수 한수에 정진했던 과정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이 대국을 회상할 때 그는 바로 그 정진 과정이 가장 먼저 마음속에 떠올랐을 테고, 다시 한번 가상적으로 펼쳐지는 그 고독한 구도의 시공간에서 그런 언어가 자연스럽게 조영되었을 것이다.


승부사라기보다는 구도자에 가까운 이창호 구단의 언어에 바탕해서, 우리는 또한 그의 바둑세계에는 "노림수", "감각적인 수", "패착" 등의 가치평가적 수가 희미하게만 존재한다는 것을 추론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어떤 수가 무게감을 가질까? 어쩌면, 그의 바둑세계에는 오로지 종이 위의 기보로 옮아가기 직전의 "한 수"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좋은 기보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평소 소망은, 그 "한 수"에 대한 그의 무한한 존경을 웅변해 준다. 그는 극소수의 인간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떤 한 극점에 있으며, 그 극점에서 고독하게 추구하고 탐색한 바를 바둑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고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에게 존경을 표해야 마땅하다.







* 참고사항


-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낸다"(應無所住 而生其心). 이것은 금강경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며, 육조 혜능은 이 구절의 독경소리를 듣고 깨쳤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 사이버오로와 타이젬의 인터뷰 내용이 약간씩 다르다. 나는 이영호 기자의 이창호 구단에 대한 존경심을 감안하여 그의 기사의 표현 하나하나를 신뢰한다. 그래서 타이젬 인터뷰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였다.

 

 

흑백 세계 안에 가장 단순한 보통 사람-- 이창호의 “진실한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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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만보 [중국] 흑백 세계 안에 가장 단순한 보통 사람-- 이창호의 “진실한 성격” 

작성자 : maeale

남동생이 말한다 : 그는 꾸준하게 배우기 좋아하고 매우 신용을 잘 지킨다.
친구 마오자쥔이 말한다 : 그가 매우 좋은 사람이고 바둑 재간은 조예가 깊다.
기자가 말한다 :그는 자신의 세계가 있고,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흠모한다.

이창호

그저께, 이창호는 다시 “농심배”의 우승트로피를 든 때에, 수많은 사람들이 석불이 또 기적을 창조하였다하고 중국 바둑계는 침통해 한다. 그는 이번의 “농심배의 삼국의 바둑 시합”에서 신기한 5 연승을 창조하고, 또한 자신의 전적 역사에서 놀라운 국가대항전 14 연승을 만들어 낸다. 소박하고 말주변이 없고,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 같으고, 이렇게 놀라운 행위의 “석불”이 있으나, 속인과 친구들의 눈에서는 오히려 “진실한 성격”이 있다.

남동생 이영호: 그가 말한 것은 꼭 해낸다

이창호의 남동생 이영호는 형의 수퍼 “fans”이다. 게다가 중국어는 이영호가 더 잘하여  형의 매번 중국 행때마다 “가까운 전우”가 될 수 있다. “형은 나의 모범이고, 나는 그의 행동에서 의 매우 많이 배운다. 내가 보아, 침착하고 중후하며 인내성은 좋고 말한 것은 꼭 해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영호가 말한다. “바둑을 두기 때문에 형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화제가 늘 다르기 때문이라고 자신 주위의 동년배와 간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느낀다. 형은 내게 대학생의 지식을 어떻게 배우는 것인지 묻고, 내가 아마 독서와 신문보기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 같다. 그 때부터 시작하여, 형은 매일 여전히 신문을 보고 책을 읽고,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형은 특히 철학 분야의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영호의 얼굴은 형을 존경하는 표정이다.

“형은 신용을 대단히 중요시 하고 잘 지키는 사람이다." 이영호가 이를 언급하며,기자에게 작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와 몇 명의 친구들이 술집에서 술을 마신 것을 기억한다.  당시 모두는 모두 조금 많이 마셨다. 주인은 궁벽한 작은 바둑 도장에서   형은 시간이 있는지 초청하고 그를 보낸 도장에서 거기서 바둑을 배우는지 본 어린이. 형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응답한다. 이 일이 지난 대략 1년, 주인은 모두 이미 일을 차츰 잊어 버렸고. 그러나 형이 다시 그 때를 생각해 진짜 그는 함께 도장에 간다."

이창호의 일륜지대사(결혼)에 대해, 이영호는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하하, 형을 누가 알겠는가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 형제가 일반적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지 않고, 매우 수줍어한다." 이영호는 웃으며 말하기를, “그러나 나는 형이 이 일에 대단히 신중한 것을 안다. 전에 형은 일찌기 중국 미녀기사 마오자쥔과 매우 많이 도움을 주며 교류한 적이 있다. 뒤이어 기자들은 그들 2명의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녀도 그저 형의 친한 친구일 뿐이다. 이런 경험처럼, 형은 결혼이나 이런 종류의 일에 있어 늘 조심스럽다.”

친구인 마오자쥔: 그의 바둑 경계는 매우 높다

[i진선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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