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기자칼럼] '기전(棋戰) 시스템 개혁논쟁'
한국 바둑을 얘기할 때면 으레 '세계최강'이란 관용어가 따라붙는다. 실제 경기력 면에서 이 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프로기사들은 모두 배부르고 등 따습게 지내고 있을까. 정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지난해 대국료 수입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이세돌의 연간 총액은 6억원에 미달했다. 매년 수백억원을 손쉽게 버는 골프스타 우즈나 테니스황제 페더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분야의 세계 1, 2위급 선수로선 초라하기 그지없는 액수다.
때맞춰 바둑계에선 기전(棋戰)시스템 개혁논쟁이 꽤나 시끄럽다. 개혁론자들은 승부의 마당을 소수정예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00명 넘는 기사 전원이 예선부터 참가하는 '대국료제'에서 64강 안팎의 정예들만 참가하는 '상금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군더더기 경비가 줄어들고 흥미는 배가되면서 대회가 늘어나고 파이도 커진다는 주장이다.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선부터 꼬박꼬박 대전료를 지급하는 종목은 사실 지구상에 바둑뿐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하는 쪽은 대부분 노장 기사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어차피 우승이나 준우승 등 고액상금은 새카만 후배들의 차지다. 우리 몫이라야 교통비 정도인데 그것도 아깝다고 출전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거냐"고. 비록 '단칼'(예선 1회전에서 떨어지는 기사를 일컫는 은어) 신세일지언정 승부의 장(場)에 동참하는 것이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혁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최소한의 반대급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데 대한 섭섭함이 깔려 있다.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대국료 방식의 개혁을 고령층 기사의 생계책 마련과 병행할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기사들은 더 이상 나이로 갈려 얼굴 붉히지 않고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어떤 묘수가 있을까.
첫째는 기전 운영을 철저하게 시장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한국기원은 후원 또는 주관기능만 수행하면 된다. 대회 방식과 상금, 연령 및 성별 등 출전범위, 심지어는 타이틀전 작명(作名)까지 몽땅 스폰서에게 넘겨 버리자. 이럴 경우 올드 팬을 위한 '추억의 스타' 전용기전을 포함해 노장 기사들에 대한 수요도 여러 형태로 발생할 것이다. 모든 타이틀전이 특화, 다양화를 이뤄내면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사들의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 바둑의 경기력 향상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다.
둘째, 한국기원이 레슨프로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어야 한다. 문화센터·구청·동사무소·스포츠센터·각급학교와 직장 등, 고급 강사를 원하는 곳은 생각보다 꽤 많다. 해외사범 파견은 일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와 관련된 전담팀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더 절실한 것은 기사들 자신이 토너먼트프로와 레슨프로 중 하나를 택해 전력 투구하는 자구(自救)적 자세다. 다른 승부세계에 비해 희박한 분업개념이 문제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바둑계의 이번 갈등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현안들과도 맞닿아 있다. 언뜻 성장론과 분배론 간의 다툼 같기도 하고, 젊은이와 노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세대갈등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 갈등의 해법이 또한 다른 사회분야 치유책과 일치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새 정부 탄생을 가능케 한 양대 구호가 결국 '시장경제 확대'와 '일자리 창출' 아니었던가. 인류 최대의 문화자산이자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확고하게 지켜줘 온 바둑의 별칭은 조화(調和)다. 이번 진통이 바둑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고 다 함께 풍요로워지는 조화의 계기가 돼야 한다.

[i진선 한 마디]
오...성장론과 분배론이라...이홍렬기자님께서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단순한 상금제 논란이 아니라, 한국 바둑의 성장론과 분배론이라...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둑계의 예비원로(^^::)격인 유창혁9단이 새해 벽두에 거창하게 시작한 이면에는 한국기원지도부와 대략논의를 마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전개혁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단골손님입니다. 다만 누가 총대를 잡고 나서느냐 하는 것만 남아있었습니다. 이런 주제를 조훈현9단보고 시작해보라고 청하기도 그렇고..이창호9단 역시도 그러하고, 더구나 이세돌9단 보고 총대잡으라고 하기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창혁9단이 앞장서서 기전개혁의 깃발로 나선 것 같습니다.
한국바둑계는 논쟁이나 의견이 다르다고해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처럼 쌈박질하고 그러는 경우 없습니다...ㅡ.ㅡ:: 프로기사분들과 바둑기자분들 등등이 화담화식하면서 이러쿵저러쿵담론수준이지요.
그러나 이번 논의는 담론으로만 끝나서는 아니되겠습니다.
아참^^::이홍렬기자님..갈 수록 젊어지시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