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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阿修羅場)

아수라장(阿修羅場)

2011-07-28 오전 11:28:07 입력

아수라장(阿修羅場)

며칠동안 서울지역 특히 강남일원에 폭우가 쏟아져서 연일 언론에서 "阿修羅場"이라고 보도를 한다. 신문도, 방송도, 인터넷도 뉴스도 아수라장이라는 어휘가 난무하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阿修羅場이라는 어휘가 무슨 뜻인지 궁금. 그리고 阿修羅라는 神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고싶고, 바둑과도 은근히 관련있는 뜻도 호기심나고. 

기사 뽑을 때, 자연계의 이상기후에 의한 비극적인 결과를 제목으로 뽑으려니, 적당한 어휘는 아는 것이 없고, 다른 기자들도 너도나도 다 쓰는 "阿修羅場" 모두 일제히 써먹는다. 사실은 정확한 의미로는 맞지않음은 불교에 조금 관심 있고, 글 좀 쓰는 글쟁이들 그리고 바둑 좀 두는 팬이라면 다 안다. 틀린 표현이라는 것을. 바둑TV 해설을 듣다보면, "반면이 阿修羅場이 되었습니다." 라는 언급을 듣는데 이 말은 원 뜻에 부합하는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비가와서 서울시내가 阿修羅場이다."라는 말은 틀린 표현이고 좀 무식해보이고 저질스럽다. 왜그럴까.

阿修羅가 누구인가요? 라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혹시 "아수라 백작" 아시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끄덕 거린다. 얼굴의 반쪽은 검고 반쪽은 하얀. 마치 흑백 바둑알을 반씩 겹쳐서 놓은 듯 한 얼굴의 소유자가 아수라 백작이다. 

때로는 야수의 남자 얼굴로도,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로도 나타난다. 이런 Two Face는 대중 문화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베트맨 시리즈에도 여러번 나왔으며,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阿修羅"씨는 유명했다.

아수라는 아소라(阿素羅), 아소락(阿素洛), 아수륜(阿須倫) 등으로 음사(音寫)하며 수라(修羅)라고 약칭하기도 하는데. 인도 브라만교의 고대 문헌인 리그베다 초기에는 공포와 파괴의 신이 아니라 "절대령, 생명의 神"의 뜻을 갖고 있으며, 고대 페르시아의 최고신으로서 빛의 신인 그 이름도 유명한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와도 밀접한 존재다. 서구에서 온 이렇게 높은 지위에 있던 아수라는 인도 힌두교가 발전하면서, 인도 불교 문화가 선진화 되면서, 수 많은 신중의 하나, 잡신화되어버렸는데, "阿修羅場"이라는 어휘로 아예 악마-비국-불행-파괴로 굳어져버렸다.

최고의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격하되고 강등된 "阿修羅"는 인간들에게 포악하며 싸움을 일삼고 돌아다니며, 남자로서의 모습은 黑으로서 추악하고, 여자로서의 모습은 白으로서 아름답지만 타락적인 삶을 사는 귀신정도로 평가된다. 그 유명한 "阿修羅場"의 탄생기는 약간 더 흥미롭다.

아수라와 싸우는 잡신이 있는데 바로 제석천이다. 여기서 아수라는 白의 역할이고 제석천은 黑의 역할 흡사하다. 아수라에게는 미남 미녀를 비롯 수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으나 가난해서 좋은 음식이 없다. 그래서 항상 배가 고프다. 자기가 거느리는 인간들 먹여살려야 하지는 않나. 대조적으로 제석천은 부유해서 좋은 산해진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남 미녀는 고사하고 따르는 사람이 없다. 제석천은 아수라가 거닐고 있는 인간을 빼앗아서 맛난 음식 먹이고 싶다. 아수라는 제석천의 재산을 빼앗고 싶다. 서로가 부족한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운다. 매번 싸울 때 마다 온 세상이 소란스럽고 난장판이 된다. 이를 아수라장이라고 한다.(다음 백과사전 참조: http://search.daum.net/search?nil_suggest=sugsch&nil_ch=&rtupcoll=&w=tot&m=&f=&lpp=&bw=1262&bh=838&q=%BE%C6%BC%F6%B6%F3)

"도대체 내가 뭔 잘못있다고, 자꾸 그러는겨? ...ㅠ.ㅜ::"

제석천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고(?)하는데, 아마도 아수라는 배가 고파서 싸울 힘이 없어서 였을지도. 상대적으로 집이 많은 흑이 백에게 6집반을 냉큼 넘겨주게되는 것도 넉넉한 제석천과 비슷하여 흥미롭다. 하여간 "아수라장" 이라는 말은, 자연재해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적합치 않다. 즉 아수라와 제석천과 같은 팽팽한 상대가 있는 치열한 싸움판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수라와 제석천은 싸우기전에 서로 온갖 입씨름으로 치고박고 했을 터이니 시끄러운 싸움판도 아수라장이라고 할 수는 있다. "정치판이 아수라장이다" 이것도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싸움판도 아니고 폭우의 공격에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은 상황이 웬 아수라장인가. 비와서 누가 치고박고 싸웠나?

"아수라장"은 근본적으로는 창조를 위한 파괴의 장이었다. 아수라나 제석천은 모두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악신은 아니다. 둘의 가치관(?) 차이로 벌어진 전쟁에 수 많은 것들이 파괴되지만 동시에 무수한 생명들이 탄생했다. 마치 화학반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넣는 촉매와 같은 적극적인 살기 위한 투쟁. 바둑으로 평생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프로기사들의 생존의 장과 같다. 최강의 프로기사가 만나게되면 의례히 나오는 "용호상박(상식적으로 호랑이가 용의 상대가 되나?)"보다는 白의 아수라와 黑의 제석천의 치열한 전장판인 "아수라장"이 더 멋지고 바둑스러운 표현이다.

언론고시 패스한 메이저 기자님들의 머리속에는 이런 뜻이 도무지 들어오지 않으니, 툭하면 "아수라장". 아수라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왜곡된 어의를 대중 세뇌로 앞장서니 매우 한심타. 베껴쓰기에만 능한 분들 더욱이 어렵고 고상한 바둑의 가치를 어찌 알 수나 있을까. 

[i진선 한 마디]

오래전에 "바둑은 아수라장이 되어야한다" 며...흥미로운 글을 써주신 분이 계셨는데...그 분이 생각나네요. 지금은 뭐하실런지...아수라와 제석천 처럼 매번 승부에 최선을 다해서 바둑을 두면, 우리 바둑팬들도 뜨거운 "아수라장"에 기꺼이 참여하겠죠. 그제와 어제...조훈현:김나현의 대결, 박지은:최정의 대결을 바둑 TV 중계를 보면서, 떠올랐습니다. 아수라..아수라장...원래는 그리 나쁜 뜻이 아니었습니다...그리고 도무지 독서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이 달달달달 암기왕 언론고시 기자들은 아수라장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십니다...."아수라옹"은 불행 상황에서만 자기 이름이 언급되는 현실을 보고 깊이 슬퍼하실 듯..."이것들아! 비만 오면 내탓이냐?"

TYGEM / i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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