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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단자 헤프닝

가짜 유단자 헤프닝

2012-05-07 오후 3:34:55 입력

가짜 유단자 헤프닝

가짜 고수도 있고, 가짜 하수도 있다.

요즘에는 누구나 쉽게(물론 선호도가 높은 대학은 제외하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니, 가짜 대학생은 보기 드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끊임없이 나오는 학력위조나 속칭 명문대 가짜 학위, 가짜 논문등을 보면, "진짜가 있는 한 가짜는 영원하다."는 말이 맞다. 가짜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서, 한국 최고의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 학생들까지도 속아넘어갔고, 심지어 서울법대 '진짜'교수까지 넘어가 '가짜' 학생의 '진짜' 결혼식 '진짜' 주례를 서준 경우까지도 있었다. 아래는 그 당시에 서울대 가짜 파동에 대한 자료다. 

바둑계에는 가짜가 없었을까? 가짜 프로기사, 가짜 아마기사, 가짜 대국등 없을 수는 없었다. 보통 가짜, 즉 짝퉁이 나온다는 말은, 진짜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과 존중을 받기 때문. 수 많은 명품 가방에 짝퉁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 진짜 명품이 정말 이탈리아 장인이 한 뜸 한 끔 떠서 만든 공들여 작품이라고 인정받아서다. 다음 발굴 자료는 가짜 프로기사 소동인데, 당시에 아마와 프로 제도가 정착되지않아서 일어난 초창기의 헤프닝으로 보인다. 한동안 바둑계의 흥미로운 야담으로 회자되었던 가짜 3단 사건은 무얼까?

한국 현대 바둑史의 산증인이신 권경언님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다. 가짜는 가짜이지만, 미소를 머금게 하는 흐믓한 가짜.

'보충대에 나타난 가짜 3단 사건'

『정동식은 초단이 된 뒤 육군소위로 임관되어 전방 모부대에 배속되었는데, 때 마침 그 부대 사단장이 바둑을 좋아하는 분이어서 사단장 전속부관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어느날 그 부대 보충 중대장이 사단장실에 들어와 보고하기를.

"사단장님, 이번 우리부대에 보충병으로 들어온 사병중에 바둑 3단을 둔다는 신병이 있는데, 불러다가 당번병으로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훔..그래 진짜 3단이라고 하던가?"

"예, 틀림없습니다. 저희중대 부관이 3급을 두는데 5점 놓고 두어도 맥을 못추고 졌다고 합니다."

"전속부관 정소위가 초단인데, 그 애가 3단이면 더 고단자구나^^, 당장 불러오도록하게" "옙!"

http://blog.daum.net/swic0210/22

그날밤 사단장 숙소에서는 진짜 초단 對 가짜 3단의 흥미진진한 대국이 벌어졌다. 사단장과 바둑 좋아하는 몇몇 참모가 바둑판가로 모여 앉았다.

"이제까지 정소위가 제일 쎈 줄 알았는데, 그 보다 더 고단자가 나왔으니 한 번 관전합시다!"

"듣기에 유단자끼리는 段수차이가 다소 있더라도 실력은 비슷하다고 하던데요."

등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앞으로의 대국에서 누가 이길지 궁금한 마음으로 주시했다. 정소위는 바둑판 앞에 대좌하자마자 아무 소리도 않고 흑돌통을 자기 앞으로 당겨 놓은 뒤 첫 점을 우상귀 화점에 탁 놓았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유단자도 아닌 놈이 프로 3단으로 행세하다니 괘심하다고 생각했다. 

 이 가짜 3단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묵사발 내어 다시는 유단자 행새를 못하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이 때 가짜 3단 서일병은 백 가지고 첫 수를 막 두려고 하다가, 무심결에 흘뜻 정소위 명찰을 들여다 보더니 순간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서일병의 실제 기력은 1급. 바둑을 배우면서 신춘기도도 많이 보았고, 월간 바둑도 매달 사보아서 정동식 초단의 이름은 익히 잘 알고 있던터. 군입대후 여러 사람의 자칭 1급들과 대국해보았으나 적수가 없었는데, 진짜 초단 정동식을 사단장 앞에서 직격 대국하게 되었으니 당황하지않을 수 없었다.

서일병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정소위 앞에 있는 흑돌통을 자기 앞으로 가져간 후에 주섬주섬 바둑판 위에 석점 까는 것 아닌가? 옆에서 관전하여던 사단장과 참도들은 영문을 몰라서 아연한 표정. 자칭 3단이라는 서일병이 초단 정소위에게 3점놓자 제각기 질문한다.

"서일병, 어찌된 일이야? 3단이 초단에게 석점을 깔다니!" "너 혹시 가짜아냐?"

서일병은 부끄럽고도 창피해서 고개를 숙인체로 힘없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마 입니다...ㅠ.ㅜ:"

"헐..이 사람아. 그럼 아마면 그렇다고 말을 해야지, 그냥 유단자라고 하니 너가 프로라고 생각했잖아!" "대체 아마 3단이면 어느 정도의 실력인거야?"

서일병은 겁에 질려서 아무 대답 못하고 쩔쩔매기만 했다.

이 때 정소위가 대신 나서서 최근 한국 바둑계에 처음으로 아마단과 프로단이 구분되었음을 설명하고, 아마 3단이라면 프로 초단에게 석점은 깔아야된다 지적하며, 아직 프로 제도가 널리 인식되지 않아서 벌어진 헤프닝이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하며, 서일병을 도닥여주었다. 이어 대망의 진짜 프로 초단과 아마 3단의 대국을 벌였는데, 초반에는 당연히 서일병이 우세했었으나, 종반 무렵에는 정소위가 맹공 가하여 결국 불계승으로 마무리하더라....』

...(이상 내용 요약 정리중, 고어투나 한문투, 어려운 한자어, 과거 맞춤법 등을 최근식으로 약간 손질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윗 내용은 가짜 프로(?)를 혼낸 경우고, 필자는 반대로, 사랑과 정열이 넘치는 활기찬 타이젬 대국실에서 가짜 하수에게 걸려서 넋이 나갈 정도로 혼이 난 적이 많다. 상대는 필자보다 저단자. 상당한 티머니 걸고 대국했는데, 몇 판 정신없이 두고나니, 알토란 포인트가 바닥. 그것도 압도적으로 진 것이 아니라, 살금 살금 아주 작은 차이로 매번 지는데 열이 오를 수 밖에. 식혔다가 다시 힘을 비축해서 도전해보았지만,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중략)...아마도 타이젬에는 백마 탄 가짜 저단진이 굉장히 많은 듯. 지금은 가짜로 의심되는 저단자가 대국 신청하면 일단 거부하고 본다. 아무리 가짜 저단자라지만, 지면 기분이 상하니까. 

가짜 고수도 많고, 가짜 하수도 많고...세상에는 왜 이리 가짜가 많은가...

[i진선 한 마디]

현대바둑 초기에는 "유단자"라는 칭호 자체가 프로기사를 뜻했습니다. "국수"라고도 했었고, "명인" "사범" 등등 많은데... 요즘에는 "선수"라고까지 하고..워낙 혼용이 되니 갸우뚱..."000 9단" 이 가장 정확한 호칭아닐까요? 하여간...아무래도 고단자 사칭 가짜 고수보다는, 가짜 하수들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기원에서는요. 낯선 기원에 가거나 모르는 상대와 첫 대국을 하게될 때 대부분 한 두 계단은 낮춰 부르더라구요.

권선생님의 글은 매우 따뜻하며, 훈훈합니다. 저는 저런 글 절대 못씁니다...ㅠ.ㅜ:: 전 맨날 숫자만 보고 기사쓰니 문체가 매우 딱딱 무미 건조하죠ㅜ,ㅜ::아마도 사람의 됨됨이와 인품, 바라보는 관점등등에서 제가 너무 부족해서....  훔....훗날 서일병은 어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타이젬 회원님으로 활약하실 지도 모르죠^^

http://blog.daum.net/swic0210/22

정동식 사범님이 지하철 2호선 교대역 근처에서 우석기원 오픈했습니다. 작년인가...소식 듣고 한 번 발걸음 해서 직접 보고 기사로 소개해보고 싶었는데..근소에 계신 바둑팬분들 왕림하셔서 정동식 사범님의 "진짜 프로 군대 바둑"을 한 번 배워보시죠^^:: 꾸벅 (정사범님과 우석기원 전경 사진은 주소 자료에서 축소 스샷했음을 밝힙니다. 주소 클릭하시면 다양한 사진과 자료를 보실 수가 있습니다^^)

TYGEM / i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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