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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바둑의 달인 송중택을 만나다
점자바둑의 달인 송중택을 만나다
2013-11-19 오후 4:10:04 입력 / 2014-02-12 오전 10:55:28 수정

▲ 왼쪽부터 원유철 국회의원, 송중택, 국제라이온스협회 김양섭 총재.
국회의원과 국제라이온스협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작은 축제를 열었다. 1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랑재에서 2013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라이온과의 바둑대회 열린 것.
희망 미래 봉사 소망 등 총 4개 팀으로 경합을 벌인 결과, 우승은 미래 팀이 차지했으며, 시각장애인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송중택(아마5단)씨가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송중택 씨는 시각장애인 중 기력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그가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송씨를 만나 시각장애인에게 있어서 바둑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보았다.
▲ 시각장애인 중 송중택 씨는 매우 고수에 속한다. 오늘 대회에서는 국회기우회장 원유철 의원에게 호선으로 승리했다.
언제부터 바둑을 둔거죠?
바둑을 배운 것은 오래됐다. 30년전 정도. 시력이 나빠질 무렵에 바둑을 배웠는데, 그 때 나는 바둑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서 즐기진 않았다. 그런데 시력이 나빠지면서 약25년전, 그러니까 내가 서른즈음부터 바둑에 빠지게됐다. 어느 날 신문기사를 봤는데, 일본에서는 시각장애인들도 점자바둑판으로 바둑을 둘 수 있다 고 하더라. 그 기사를 읽고 바둑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일본에 찾아가 바둑판과 돌을 사왔다. 점자바둑집기는 일반 바둑판 보다는 비싸다. 우리돈으로 40만원 정도다.
아, 그럼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먼저 점자바둑판이 생겼나봐요?
그렇다. 40년 전에 누가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점자바둑판이 있긴한데, 일본에서는 점자바둑판을 찍는 기계가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점자바둑판은 거의 수작업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점자바둑판은 3만원 정도로 비교적 일본점자바둑판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때문에 바둑에 갓 입문한 시각장애인들은 보통 국산 점자바둑판을 애용하고, 이후 실력이 세지면 일본점자바둑판을 구입한다.
그럼 점자바둑판 때문에라도 일본에 자주 방문하실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매년 시각장애인들만의 바둑대회(전국시각장애인바둑대회)를 개최한다. 일본의 시각장애인 바둑인구는 약 80여명 정도 된다. 일본의 전국시각 장애인바둑대회는 지금까지 15회 개최했는데, 나는 약 8년 전부터 그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이어오고 있다.(웃음)
실력이 상당하신 것 같은데, 타이젬에서는 두시나요?
한국기원 공인기력은 아마5단이며, 일본기원에서 인정받은 기력은 아마7단이다. 타이젬에서도 자주 둔다. 자나 깨나 바둑둔다고 해서 ID도 '자나깨나'다. 타이젬에서도 5단을 두고 있는데, 타이젬에서 둘 때는 누군가가 바둑판 좌표를 옆에서 불러주거나 점자바둑판에 놓아주는 등 도움을 받아야 둘 수 있다.
바둑서적도 점자로 된 것이 있나요?
없다. 아직 전무한데, 내가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초급자에게 가르치기 위해 9줄 바둑판으로 된 점자기보를 몇 개 만들었다. 나도 공부하려고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100판 점자기보로 만들었다.
시력을 잃기 전에 이미 바둑의 기본적인 룰을 아는 상태에서 기력이 는 것이지만, 바둑을 아예 모르는 시각장애인도 바둑을 배울 수 있나요?
그렇다. 배울 수 있다. 나는 서울맹학교 23회 졸업생인데, 바둑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아주 좋은 취미인 것 같아 2008년 부터 서울맹학교에 가서 바둑반을 만들었다. 바둑을 아예 몰라도 배울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지금 서울맹학교 바둑부는 16명이 있고, 그 중 잘 두는 5명을 데리고 오늘 대회에 출전했다.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맹학교에서 바둑수업을 못하고, 다른 바둑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 또한 맹학교의 바둑부 학생들은 반에서 모두 우등생이다.
▲ 서울맹학교 명하민 학생.
맹학교 우등생 중 한 명을 소개해주세요.
오늘 대회에 출전한 명하민 학생은 지금 고3이다. 원래 과학고에 입학할 만큼 수재였으나, 시력 문제로 서울맹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바둑에 대해 전무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타이젬에서 4~5단 정도 둔다. 지금 명하민 학생은 공부와 바둑이 삶의 전부라고 할 정도다. 공부도 상당히 잘해 이번에 연세대 수학과에 지원했다. 어쩌면 나보다 명하민 학생이 타이젬에서 더 많이 둘 것 같다. 하민이는 아주 미약한 시력으로 거의 매일 타이젬 바둑을 둔다.
시각장애인들이 두는 바둑은 '맹기바둑', '암흑바둑' 등 여러 가지 명칭이 있습니다. 용어를 통일시킬 필요가 있을 듯한데요?
우리는 점자바둑이라고 칭한다.
점자바둑 대국을 지켜봤는데, 손으로 더듬어가며 두더군요. 그런데 바둑은 한 줄의 차이가 무척 크잖습니까? 실수할 때도 많을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에는 점자바둑을 접한지 꽤 돼서 그러한 실수는 거의 없다. 그래도 여전히 아주 가끔 2선과 3선을 착각할 때가 있다. 실수해도 뭐 어쩌겠나. 시합에서 물러달랄 수도 없고,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애쓴다. 시합바둑이 아닌 그냥 친선대국의 경우에는 시각장애인 끼리 "네 차례다. 난 여기 뒀다."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편하게 두기도 한다.
중국의 일반인 한 명이 암기바둑으로는 본인이 최고라며 상금까지 내걸었던 이벤트 시합에 대한 기사가 타이젬에 걸린 적 있어요.
아, 나도 들었다. 그는 아마6단 정도 둔다고 하더라. 아무튼 도전해보고 싶어서 당시에 좌표로 불러가며 허공에 바둑을 두는 암기바둑을 한참 연습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주최측(?)에서 흐지부지 무산시켰다.
점자바둑도 모든 수를 거의 암기하다시피 집중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암기바둑과 점자바둑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암기바둑은 그저 좌표로 부르며 허공에 바둑을 두는 것이다. 점자바둑도 물론 거의 대부분의 수를 외우다시피 꽤뚫고 있어야 하지만, 때때로 손으로 바둑판을 더듬어 기억해 내기도 한다. 암기바둑 연습때, 나는 150여수까지 외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바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내가 시력을 잃은 후 바둑에 푹 빠졌다. 내 생각에 바둑은 시각장애인에게 최고의 여가다. 우리는 시력 때문에 여가생활에 제약이 많다. 스포츠는 다칠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은 다칠 위험이 없고, 아주 스릴있고 재밌다. 때때로 내가 바둑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도 든다. 바둑을 두면 만사를 잊을 수 있지 않은가? (웃음) 그래서 오늘처럼 시각장애인들의 행사가 나는 아주 반갑다. 그동안 이러한 축제를 즐기기위해 일본까지 갔는데,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국회의원들과 라이온스 회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TYGEM / 강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