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棋戰이 사라진다

棋戰이 사라진다

2013-08-25 오후 6:51:50 입력 / 2014-02-12 오전 10:42:59 수정

▲ 원익배 십단전이 중단된다. 사진은 '마지막 십단' 강동윤.

지난 4월 강동윤을 8기 우승자로 가린 후 4개월여 동안 차기 예선을 개최하지 않았던 원익배 십단전이 결국 중단되었다.

지난 주 ㈜원익 관계자는 타이젬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원익배 십단전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바둑계에 이득이 될 만한 모종의 활동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전규모 4억5000만원으로 KT배(7억원) 명인전(5억원)과 함께 국내 3대기전인 원익배 십단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8년 동안 원익은 바둑계엔 고마운 후원사였다. 4억5000만원의 규모라면 충분히 우승상금 1억원의 어마어마한 기전으로 만들 수도 있었고, 보다 박진감 넘치는 본선 16강전을 치러 '상후하박'의 치열한 토너먼트를 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루한 본선56강전을 고집하면서까지 많은 프로가 상금수혜를 보도록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원익배는 후원을 위해서였지 홍보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 작년 비씨카드배 백홍석-당이페이 결승 최종국 장면.

최근 3년 사이에 없어진 기전은 정관장배 비씨카드배 원익배 등 3개에 이른다. 이 세 기전이 전부 5억을 호가하는 대형기전이며, 그 대체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얼마 전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한 강다정은 소감에서 "정관장배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사라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여자기전의 대명사 정관장배는 막판 대역전을 일군 '정관장여인' 이민진, 문도원의 8연승 신화 등 9년간 실로 무수한 화제를 뿌렸다. 힘이 약했던 여자바둑이 그래도 이만큼 성장한데는 정관장배의 힘이 참으로 컸다.

주최사 한국인삼공사는 이미 남자농구 여자배구 등 '후원'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었다. 2011년 정관장배가 없어질 때는 새로운 대형 세계기전으로 갈아타기 위해 발전적인 해체를 한다는 명분이었으나, 결국 3억원 규모의 바둑리그에 들어오는 선에서 낙착을 보고야 말았다.

초대형 세계기전 비씨카드배가 작년을 끝으로 중단된 것도 맘이 쓰리다. 주최사인 비씨카드사가 kt의 자회사로 편입됨으로 해서 olleh배와 비씨카드배가 공존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그러나 kt는 프로야구 10구단 '위즈'를 출범시키는 등 굴지의 대기업이어서 '투자'를 줄일 만큼 빈약하지도 않다. 정히 하나만 남아야 한다면 보다 큰 기전인 비씨카드배가 남아야 할 것임에 안타깝게도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비씨카드배는 아직 완전 중단은 아니란다. 한국기원 양재호 총장은 "비씨카드배 부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만 중국 은행연합회를 움직이기 위해 한중국회의원바둑행사에도 동행했다. 비씨카드배를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 절반이 남아있다."며 "기전규모가 서서히 축소되는 지금 매우 어려운 시절이다."고 말했다.

▲ 김혜민-조혜연 여류십단전 결승. 조혜연이 처음이자 마지막 여류십단?

딱 10년 전인 2003년과 비교해 봐도 지금 기전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다. 당시 일인자였던 이창호의 1년 수입이 9억 원이었고 지금은 이세돌의 7억원이다. 물론 당시는 7위까지 억대였지만 지금은 12위까지 억대가 되었고, 이세돌의 수입에 중국리그의 수입도 보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의 시차를 감안하면 분명 프로의 수입은 줄었다.

당시 왕위전 기성전 패왕전 오스람코리아배 신예프로10걸전 등이 있었다. 대신 olleh배 물가정보배 십단전 등이 새로 생겼으니 엇비슷하다고 쳐도, 바둑리그라는 초 대형기전이 생기기 이전이다. 또 세계대회도 후지쯔배 CSK배 정관장배 도요타덴소배 등이 있어 지금보다 못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10년 동안 커지지 않은 '파이'도 문제지만, '숟가락'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프로는 197명으로 지금보다 81명이 적었다.

기전 수도 문제지만 기전 질도 문제다. 지금 여류기전은 여류명인전 여류국수전 여류기성전 여류십단전 등 4개. 여기서 원익배 십단전이 중단되었으니 자연스레 연계되어 있는 여류십단전도 중단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3개다. 여류기성전은 2년마다 개최되니, 1년 단위로 한다면 이제 2.5개. 1년 동안 전 여류타이틀을 혼자서 독식한다고 해도 우승상금 합계는 3000만원이 못된다.

신예기전은 더 하다.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이라고 10년 전에 있었다. 50명 정도 참가했던 신인왕전의 총규모는 1억5000만원에 우승상금이 2000만원에 달했다. 또한 엇비슷한 오스람코리아배 신예프로10걸전 등 신예기전은 3개였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신예를 더욱 키워야 하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총규모 5000만원의 동아팜텍배 신인왕전이 있을 뿐이다. 락스타리그도 시행된 지 2년째에 불과하다.

▲ 많은 신예기사들이 함께 연구하는 모습.

기전은 프로에게 텃밭이다. 텃밭에서 솟아나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프로들은 현재 284명으로 불어났다. 잦은 이벤트기전을 지양하고 본격기전으로 바둑의 진지함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후원루트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바둑리그의 신안군이나 여류기성전의 부안군의 예에서 보듯 지자체와 기업을 연계하는 방식도 고려해볼만 하다.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바둑 붐'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잦은 세계대회에서의 추락 내지 낙마가 바둑의 흥미를 떨어뜨렸고 그것이 기전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가장 설득력있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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