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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달라진 최정을 보게 될 거예요.”

“내년엔 달라진 최정을 보게 될 거예요.”

2013-11-10 오전 11:34:02 입력

▲ 여류기전 2관왕에 오른 최정. 최근 대세관을 키우는 노력을 한다고.

한국바둑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은 요즘, 여자바둑은 관심에서는 조금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작금 여자바둑계는 십년을 정상으로 군림한 박지은이 퇴조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최정 김채영 오유진 등 어린 대체제들이 빨리 올라와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그 중 선두주자 최정에게 희망을 '올인'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이세돌의 삼성화재배 소식에 덮여있었지만 최정은 지닌달 말 전북 부안에서 벌어진 여류기성전을 우승하며 공식적으로 여자바둑 최고봉에 올랐다.

여자타이틀은 여류국수전 여류명인전 여류기성전 등 모두 3개. 그 중 최정은 여류명인을 2연패중이며 얼마 전 여류기성전에는 신구 여자바둑의 철권 끼리 결승에서 만나 최정이 박지은의 물리치고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최정은 3개 중 2개를 품에 넣었다. 이만하면 '대세녀'라고 불러도 지장은 없으리라.

1996년생이니 올해 17세의 여류2관왕 최정은 아직까지 '연승소녀' 불린다. 2011년 입단한 이듬해 벌어진 지지옥션배에서 시니어기사들을 대상으로 무려 8연승을 기록한 것이 워낙 뇌리에 남아서일 테다.

"공으로 하는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해요."
상비군 훈련차 대전 유성에 내려와 있던 최정을 마침 농구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땀을 머금은 트레이닝복차림이라 사진이 험하게 나온다며 걱정을 살짝 하더니, 이내 "괜찮아요. 뭐 어때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싹싹하게 대답한다. 할 얘기는 꼬박꼬박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거침없이 말할 줄 아는 명랑소녀 최정과 즐거운 대화를 가졌다.

▲ 대전유성에서 상비군 훈련중인 최정(왼쪽).


요즘 상비군 때문에 바쁘던데, 상비군 일정은 어떻게 되나?
1주일동안 빈틈이 잘 없어요. 월요일은 상비군 전체리그, 화요일은 영재리그. 수요일은 소소회리그, 목요일은 남자연구회가 있어요. 간혹 또 시합도 있고요. 남자연구회? 저랑 (김)채영이 (오)유진이는 남자연구회에 속해 있어요. 감독님이 그러라고 하셔서요.

고2인데, 화장한 언니들을 보면 어떤가?
로션 이외에는 아직 한 번도 화장을 해본 적은 없어요. 뭐, 안경 때문에 해도 티는 안날 듯하고요. 렌즈도 물론 낄 수 있지만 바둑에 지장을 주니까 싫어요. 아직은 외모에 신경쓰기는….

2년 전 루이나이웨이에게 여류기성전에서 반집패로 첫 타이틀을 놓쳤는데.
당시에도 루이사범님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지막에 이길 기회는 있었어요. 속기라서 누구랑 둬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죠. 그 후 루이사범님은 제가 여류명인전 도전자결정전에 올랐을 때 그만 중국으로 귀국해버렸죠. 설욕의 기회는 아쉽게…. 지금 루이와 둔다면? 아마도 제가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여자바둑의 일인자라는 점에 일단 동의하나?
타이틀 3개중 2개를 보유하고 있으니 일부는 인정해야겠죠. 그러나 이세돌 사범님처럼 그런 절대자는 아니죠. 아직은 여러 선수들과 실력차이가 나거나 하진 않고 승률이 조금 높을 뿐이예요. 농심배 대표가 되었다든지(박지은), 삼성화재배 16강에 올랐다든지(박지연) 그런 임팩트도 아직 없으니 부족한 점이 많죠.

2010년 입단 이후 성적이 가장 좋다. 언제 전성기가 올 것 같나?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보다는 한참 모자라요. 입단 초기 성적이 날 땐 아무것도 모르고 마구 내 스타일대로 두다보니 우승도 하고 성적도 오히려 좋았어요. 근데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다 보니, 제가 안 지려고 두는 것 같았죠. 그러다 보니 부담감이 생기고….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약간 지명도가 떨어지는 상대에겐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생기는 거예요. 최근에 이런 현상에 대해 고민 중이예요.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에 비하면 문득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입단 4년차가 된 지금 후회가 되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할 걸 하고…. 그러나 내년부터는 분명 다를 거예요.

▲ 여류기성전 결승 모습. 최정(승)-박지은.

박지은 조혜연 등 정상급 언니들과는 지금 7번기를 한다면 결과는?
제한시간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속기라면 제가 4승은 할 것 같아요. 그런데 2시간 정도만 주어져도 대세관에서 아무래도 언니들에 비해 부족함이 나타날 것 같아요. 이번 여류기성전 우승도 속기인데? 그렇죠. 지은언니는 결코 저보다 약하지 않지만 속기가 되다보니 제가 조금 유리했던 것뿐이죠. 제가 여류국수전(제한시간 3시간)과 인연이 없는 것을 보면….

과거 한국여류의 간판 윤영선 박지은에 비해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신통찮다는 지적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내년에는 자신 있어요. 내년은 왜? 올해는 끝났으니까요(웃음). 입단 4년차가 되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특히 이번 여류기성전을 우승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대세관을 길러야겠다는 것이예요. 그래서 유창혁 사범님 기보로 대세관을 키우는 공부를 다시 하고 있어요.

스승인 유창혁 사범의 기보를 다시 본다?
10살 때부터 유사범님 문하에서 공부했어요. 그때도 유명하신 분이었으니까 기보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유사범님의 개성 넘치는 눈목자 등 배울게 많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최정바둑은 아직 정립이 안 되었나? 갑자기 왜 대세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나?
정립은 당연히 안 되었죠. 다만 저만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죠. 아까도 말했지만 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움츠러들고, 그런 행동이 반복되다보니 정체되는 게 아닌가 해요. 내년부터는 달라질 최정을 보게 될 겁니다. 자기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죠. 상비군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시간이 부족하여 최근 충암도장을 나왔어요.

도장 나름의 방식이 있고 상비군 나름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지금 최정의 입장에서 상비군이 좋은 이유를 굳이 댄다면?
상비군에서는 일단 새로운 맘으로 공부하는 것이어서 신선한 면이 있죠. 전체리그는 2시간, 영재는 1시간으로 두고 있어요. 상비군에서는 비교적 장고대국으로 훈련을 하니까 아까 말했던 부분을 메워줄 수 있어요. 아무래도 생각을 좀 더 할 수 있으니…. 상비군 성적은 어떤가? 지금은 4조에서 두고 있고, 시합 때문에 연기를 하다 보니… 성적은 별로에요.

기사수도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기전도 줄어들고 바둑공부에 전념하기 곤란하지는 않나?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그런 고민은 없어요. 단지 내 목표는 어차피 남자기사들과 대등한 수준이 되는 것이니까 별 신경을 쓰지 않아요.

▲ 어릴 적 최정(왼쪽)이 스승 유창혁에게 복기지도를 받는 모습.


중국의 위즈잉(16)과 공식전에서 세 판을 두었는데 1승2패로 밀리고 있다. 인천실내무도대회에서 연달아 패하고 나서 기분이 많이 상했을 듯싶다.
위즈잉도 국가적으로 기대 많이 받을 것이니 나랑 비슷한 입장인 것 같아요. 잘 둔다기보다는 단단한 스타일이죠. 저보다는 한 살 어려서인지 약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예요. 국제무대에서 여자선수 중에 저보다 어린 선수는 위즈잉이 거의 처음이었죠. (공식전은 1승2패인데, 황룡사쌍등배 1승, 인천실내무도대회 2패.) 역시 제 스타일대로 두는 것이 관건이죠.

타이젬에서는 위즈잉과 승부는 어떤가?
(반가운 목소리로) 타이젬에서는 제가 승률이 높아요. 위즈잉은 타이젬에서는 승률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제 타이젬 ID를 유저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편해요. 신진서 신민준 같이 더 어린 기사로 착각하는 듯해서 속으로는 통쾌해요(웃음). 제가 판팅위에게도 2승(4패) 했어요.

유창혁vs최정. 흥미로울 것 같은데, 지지옥션배에서는 서로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얄궂은 질문인가?
아무래도 유창혁 사범님이나 저나 승부를 하기엔 부담스럽죠. 처음엔 재밌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역시 부담스럽죠. 그런데 지지옥션배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래도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웃음)

오정아에겐 왜 자꾸 지는 것인가?
(오)정아언니는 바둑이 단단해요. 제가 4연패인데, 한두 번 지다보니 괜히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질 수 있는 상대지만 제가 의식을 하고 있는 듯했어요. 아무래도 심각했던지 아빠가 '의식하지 말라'고 코치해주세요.

TV프로 중 좋아하는 것 있나?
없어요. 굳이 하나를 댄다면?‘응답하라 1994'를 가끔 봐요. 최정에게 '응답하라'는 몇 년도가 될 것 같나? 정점이 아직 남았지 않을까요. 20대 초반쯤?

끝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는?
(10초쯤 생각하다) 앞으로는 이기든 지든 제 스타일로 둘 겁니다. 잠깐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이제 제 바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팬들도 격려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2관왕이라고 손가락 2개를 폈을까? 자기만의 바둑을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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