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지금은 대국료 '0원 시대'
이럴 때 일수록 힘을 한데 모을 때
2014-03-20 오후 1:23:19 입력 / 2014-04-03 오전 10:48:53 수정
▲ 국내 최대 기전 한국바둑리그 경기의 한장면.
1국가 2기원 체제인 일본은 전통적으로 일본기원이 중심이 되는 도쿄에 본부가 있고, 나고야에 중부총본부, 오사카에 관서총본부를 두고 있다. 관서기원은 일본기원과 별개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다. 일본의 프로 예선방식은 1차예선, 2차예선, 최종예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하고 대회방식은 몇 십 년 간 유지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기전을 만들 때 가장 곤란한 부분은 대국료와 상금이 아닌 여비문제다. 기사 수가 우리보다 많은 일본은 대다수의 기사가 서울에 사는 우리와 달리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다. 섬이 많은 국토의 특성상 그렇기도 하다.
일본은 시스템 때문에 여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어떤 시합이 있으면 우리는 한 곳에 모여서 시합하는 반면 일본은 서열이 높은 기사의 지역으로 찾아가야 한다. 6관왕을 하고 있는 이야마유타(25)의 거주지가 오사카. 나이는 어리지만 6관왕이기 때문에 이야마와 상대하는 기사는 지역이 어디든 상관없이 이야마가 시합하기 편한 관서총본부로 와서 시합을 해야 한다.
필자와 동갑인 하네나오키(38)는 나고야가 거주지. 역시 마찬가지로 그보다 서열이 낮으면 중부총본부로 찾아가야 한다. 좋다. 찾아가본다고 하자. 대국료를 차치하고서 신칸센 기차표와 숙박비(약 40만원)가 필요하다. 대회스폰서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되었다. 그것도 모든 예선전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국 일본은 재정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전통의 7대기전 이외의 신규기전은 이벤트 기전 형식으로 바꿨다.
▲ 일본 선수와 관계가가 검토실을 메우고 있다.
중국은 프로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0년대엔 경제성장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시기엔 이렇다 할 시합이 없었다. 기전이 제대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2005년부터 경제성장과 함께 시합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프로기사 수는 500명이 넘지만 시합을 참여할 수 있는 기사는 150명 남짓. 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국가대표와 국가소년대 여자국가대표(선발전) 시드를 32장정도 부여한다. 예선전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있다면 인터넷 예선을 통해 8명 정도를 선발한다.
세계대회 통합예선이 있는 한국대회의 경우 국가대표 2진(50명)까지 출전할 수 있고, 중국 세계대회 통합예선은 모든 기사가 참여할 수 있다. 예선전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중국은 기전을 만들 때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또한 이벤트 초청을 크게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전체를 꼭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마인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합출전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마저도 있다. 지역에서 보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믿음도 있다.
우리 기사들에게는 대국통지서라는 것이 있다. 예전엔 등기 우편으로 집에 배송 되곤 했지만 지금은 한국기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프로들만 확인가능하다.) 예선 대국료 폐지 통보가 드디어 기사들에게 발송되었다.
필자가 프로가 된 91년엔 일본제도가 그대로 우리바둑에도 통용이 되었다. 1차부터 3차예선까지 있기 때문에 대국료는 이길 때 마다 올랐다. 가장 작은 기전은 대왕전으로 1차예선이 3만5000원, 가장 큰 기전이었던 왕위전은 7만원 정도였다. 본격적인 프로 생활 첫해였던 92년 대국료 수입은 250만원. 자장면이 1500원이었으니까 대략 3배정도 더하면 될 액수다.
지금은 1년 예선전 수입이라 해봤자 200만원 될까 말까. 수입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프로들이 보통 연봉 200만원이라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가 방송이나 도장 사범 강의 등을 통해 생활한다. 하지만 프로들은 예선대국료 폐지 통보에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적은 돈이라도 '돈을 받지 않는 시합은 프로시합이 아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진 이들에게, 대국료가 없다는 것은 앞으로 시합을 나가지 말라고 하는 느낌의 강력한 조치이기 때문.
▲ 2014년 신규 면장을 받은 입단자들과 가족.
어느 단체보다도 회원의 나이 폭이 큰 곳이 한국기원 프로 기사 군이다. 예선대국료 폐지를 이것을 받아들이는 느낌부터가 너무 차이가 크다. 원로 선배님들의 탄식부터 그 분들에게 바둑을 배운 30-40대 프로들도 내 바둑 한판의 가치가 아무 것도 아닌가 하는 허무감이 밀려온다. 이건 정말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토너먼트 프로로서의 종말을 고하는 듯한 느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20대 후배들은 오히려 시합을 더 열심히 두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바둑이 절박해진 것을 피부로 확실히 느낀 것이다. 조금 더 떨어지면 30-40대와 똑같은 운명이 된다는 것이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
기성전 왕위전 기왕전 패왕전 최고위전 대왕전 등 팬들의 귀에 생생한 이 거룩한 기전들이 모두 사라졌다. 크건 작건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유지가 되었고 그것은 프로기사들에겐 안심하며 기도정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기전이 사라진 지금엔 신규기전이 역사와 전통의 기전이 되기엔 시간이 너무 길다. 스폰서 입장에서는 좋은 홍보 콘텐츠가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간다. 결국 바둑의 가치와 대회적인 흥행을 통해 홍보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바둑계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 자명하다.
일본바둑계도 앞서 말한 전통을 너무 고수하다 보니 일본기원이 언제 부도를 맞을지 모른다고 한다. 젊은 기사들은 그 점을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더 촘촘하게 선후배로 엮여있어 그것을 풀어나가는데 더더욱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중국은 새로 시작하는 단계에서 모든 것이 자유롭다. 먼저 시작한 일본과 한국의 사례들을 보고 보완하며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의 시스템을 동경하는 기사와 중국과 같은 급진적 개혁을 바라는 세대, 그 중간에서 뭐가 뭔지 갈피를 못 잡는 세대들이 공존하고 있다.
바둑계에도 시대의 흐름이 적용되고 있다. 이창호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 하지 않았던가. 아직 우리 프로들에겐 바둑을 사랑하는 팬이 많이 있다. 그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을 찾아내고 무엇보다도 프로들이 똘똘 뭉쳐 중국을 이겨야 한다. 결국은 어린 프로들은 중국을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위에 30-40대 기사들은 그들을 올바른 길로 지도해야 할 것 이고, 원로선배님들은 그들에게 장을 만들어주고 격려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대주배 시니어 대회 예선 광경.
TYGEM / 김성룡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