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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花 준비하는 낭랑18세 김채영
여류국수를 획득한 김채영 인터뷰
2014-04-21 오후 2:08:03 입력 / 2014-04-21 오후 3:26:07 수정
▲ 김채영이 여류국수에 올라 여자바둑계는 동갑내기 최정과 함께 '낭랑18세시대'가 열렸다.
한국바둑이 위기라는 데는 다들 공감한다. 정상에 계속 서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면 분명 위기겠지만, 조금 앞서기도 하고 뒤서기도 하는 것이 경쟁이고 승부라고 너그럽게 바라본다면 조바심은 덜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세대교체는 희망의 메시지다. 한국여자바둑의 아이콘으로 이미 자리 잡은 최정(18)과 동갑내기 김채영이 '낭랑18세시대'를 함께 열어젖힐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996년생 김채영은 지난 초순 여류국수전에서 자신의 우상이던 박지은을 2-1로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로써 10대 최정(여류명인 여류기성)과 김채영(여류국수전)이 여자타이틀을 모조리 석권했다.
김채영(18)은 알다시피 김성래(52)의 큰 딸이며 그들은 부녀기사로 유명하다. 작은 딸 김다영(16)도 현재 여자연구생 1~2위를 다투니 빠르면 올해 입단도 가능한 기재. 또한 엄마 이소윤(49) 씨도 바둑교실을 운영하는 등 네 식구 모두가 알아주는 바둑가족이다. '채영 아빠' 김성래가 운영하는 서울 왕십리 육형제바둑문화센터에서 여류국수 김채영을 만났다.
▲ 박지은-김채영 여류국수전 최종국 장면. 멀찍이 아빠 김성래가 종국을 지켜보고 있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생애 첫 타이틀 여류국수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3국 최종국에서 희대의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개운하지는 않을 것 같다.
반면 9집정도 제가 모자랐던 것 같아요. 막판에 (박)지은 언니가 자충을 두었는데, 그때 저도 별 생각 없이 반패를 이은 것으로 생각했어요. 한참 초읽기를 하는데 그때서야 '응, 단수 아닌가?'하고 모양을 유심히 봤어요. 아직 초읽기 세 번이 남아있었어요. 자충을 확인한 순간 때렸어요. 끝나고 나서 많이 울었다는데? 당시엔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죄책감 같은 것이었을 거예요. 언니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기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 이후 박지은이 황룡사쌍등배에서 위즈잉을 이기는 것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주변 분들이 여류국수전 시작할 때도 언니는 전성기가 지났고, 타이틀을 따 본 지 오래되었다고 했어요. 그러나 내용을 볼 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위즈잉에게 이긴 것은 기량이 앞서기 때문이고,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2013년 상반기. 자고 일어나자 김채영은 개화했고 만발했다. 황룡사쌍등배 화정차업배 국내선발전을 모두 통과해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되었다. 게다가 비록 나이 제한이 있는 대회였긴 하지만, 인천실내&무도 아시안게임에도 대표로 선발되어, 3개 대회 연속 국가대표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중국에서 벌어진 한중교류전에서도 7승1패를 기록하며 최정과 함께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황룡사쌍등배 4연승, 화정차업배 1승2패로 연속 우승했고, 무도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 2012년 김성래-김채영 부녀는 바둑TV에서 페어바둑을 두었다. 김성래 사범은 김채영은 중1때 까지 손수 키웠다.
2011년 10승10패, 2012년 17승31패, 2013년 26승33패, 2014년 10승5패. 요즘 무엇이 달라진 것 같은가?
12년도까지는 실력 자체가 약했어요. 13년도 상반기엔 괜찮았는데 이후 갑자기 슬럼프가 왔죠. 뭐랄까, 좀 자만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갑작스레 국가대표도 되고 하니까 느슨했다고 봐야죠. 작년에 33패를 기록했는데 제가 시즌 최다 패를 했다고 해요. 좋게 본다면 대국이 많았던 탓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리그에 속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많은 패를 기록할 수는 없겠죠. 어쨌든 그 많았던 기회를 놓친 것 같아요. 겉으로는 화려할지 몰라도 내심 속이 상하죠. (김채영은 2013년 락스타리그에서 남자 신예기사들과 4승10패를 기록했다.)
14년엔 타이틀도 따고 왜 좋아졌을까?
아직 몇 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것은 아니에요. 다만, 작년 말부터 상비군훈련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상비군에서는 장고바둑도 두니까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딴 것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하니까 저는 좋은 것 같아요. 올해 마치면 몇 승 몇 패할 것 같은가? 분명한 건 전보다는 좋은 성적을 기대해요.
지금 현재 한국여자 중에서 솔직히 몇 위쯤 될 것 같나?
여자랭킹이 지금 8위인데 그 언저리인 듯해요. 사실 조금 더 위로 갈 수 있지 않겠나 하시겠지만, 저 보다 위인 기사들은 (실력을)인정할 수 있어요. 남자들과 둘 때도 저보다는 성적이 좋고… 이번 여류국수전도 제가 패한 것이잖아요. 중국여자는 자신보다 강한 기사가 몇 명이 있나? 왕청싱 위즈잉, 그리고 이번 바이링배 가서 루이사범님에게 패했어요. 과거엔 리허도 좀 센 것 같은데…. 서 너 명 되는 것 같아요.
작년 황룡사쌍등배 때, 국가대표임을 의식되던가?
네에 상당히 위축되었던 것 같아요. 너무 긴장해서 복기할 때보면 손을 빼야 될 곳인데도 가일수를 하는 등 부분에 너무 치우쳤다는 점을 느꼈죠. 입단 이후 선발전 나온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이제는 다르겠지만요.
▲ 아빠 김성래가 운영하는 육형제바둑센터에서 김채영, 엄마 이소윤이 함께 포즈. 배경에는 김채영의 여류국수 축하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96년생 동갑내기 라이벌 최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입단 전부터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친한 사이죠. 초등2학년 때 농심새우깡배 꿈나무부에서 최정에게 이겨 우승한 뒤로는 승리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연구생도 정이가 빨랐고 입단도 빨랐죠. 연구생일 때도 한 조 정도는 앞서갔어요. 어렸을 때는 질투도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잘하면 내 가슴에 불을 질러주었죠. 좋은 쪽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던 대상이에요. 정이와 라이벌이라면 제가 고맙죠.
최정과는 공식대국은 1패만 있을 뿐인데, 승률은 어느 정도?
같은 도장출신이고, 또 상비군에 같이 소속되어서 연습바둑을 자주 두죠. 승률은 4할 정도 될까요? 그리 밀린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정이가 세지만 극복할 수 있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김채영이 보는 최정의 장점은?
기술적인 면보다 멘탈이 너무 좋아요. 자신감이 넘쳐요. 어떤 순간에도 낙관적인 면이 참 좋아요. 2012년 황룡사쌍등배에서 정이는 일본의 40대 요시다미카에게 반집패를 당했고, 마침 우리기사들이 1승도 못 올리고 돌아온 적이 있어요. 보통은 쉽게 생각한 판을 놓치면 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를 것 같은데도 정이는 쉽게 잊어버려요. 물론 잊는다고 잊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멘탈이 참 부러워요.
최정이 지금의 김채영을 평가했다면?
전 솔직히 제가 가진 장점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단점은 알아요. 전 두텁게 두었는데도 최정은 늘 엷다고 핀잔을 줘요. 아마 그 얘길 하지 않을까요.
궁극의 목표는?
여자세계최강입니다.
▲ 바둑센터의 단골 회원이 선물한 초콜릿을 받고 기뻐하는 김채영.
아빠는 김채영이 재능이 없어서 프로로 키울 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
사실 저도 재능은 없다고 봐요. 다만, 둔재도 노력만으로 큰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침10시~밤9시까지 공부합니다. 남들보다 적게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속기는 잘 못 둬요. 이번 여류국수전도 제한시간이 3시간 바둑이니 성적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전투형은 절대 아니고 은은하다고 할까? 시간이 넉넉한 편이 좋은 걸 보니 재주는 없죠(웃음).
그럼 타이젬 성적도 별로? 중국의 유명기사들이 두어주는가?
신청을 잘 안받아주더라고요(웃음). 최근에 탄샤오 커제와 두어봤어요. 커제가 박진솔에게 LG배 예선전에서 졌는데, 그때 스트레스해소용으로 나를 선택한 것 같아요. 그때 유저들이 너무 많이 관전을 해서 긴장했어요. (얼굴이 붉어지며) 제가 너무 못 두는 거예요. 바둑도 약한데, 정신 못 차리고 두었던 기억이 있어요. (김채영은 커제와 탄샤오에게 이긴 적이 없다고 했지만, 기자가 기록을 보니 이긴 적이 더러 있었다.)
올해부터 중국 을조리그에서 뛰게 된다. 각오는? 박지은은 전승이 목표라고 했는데?
을조는 2명이 한 팀인데, 우리 팀에는 아마추어가 한 조에요. 일곱 판중에서 6승이 목표입니다. 지은 언니와도 같은 1장으로서 겨루게 될 것 같아요. 리허도 둘 것이고 오유진이랑 둘 수도 있고…. 6승하면 만족입니다. 5승이면 이름 깨나 있는 기사에게 다 진 셈인데, 그것보다는 성적이 좋아야죠.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