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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공부하고 싶다!
바둑리그 5연승 류민형을 만나다
2014-09-06 오후 3:02:15 입력 / 2014-09-10 오후 5:32:55 수정
▲ 입단 5년 차 류민형은 퓨처스리거로서 바둑리그
5연승을 기록하며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승률은 55%~60% 정도로 늘 준수하다. 일류가 되기엔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이류라고 질책하기엔 아까운 성적이다. 1등만 기억하는 험난한 프로세계에서는 퍽 애매한 위치다. 여기서 5%만 더 힘을 낸다면, 이미 이름깨나 알려졌을 텐데 말이다. 프로들은 누구나 준재(俊才)였다가 이 세계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범재(凡才)로 옮아가곤 한다. 한국나이로 24살 한창 때인 프로 류민형의 현주소가 그렇다.
형 류동완과 형제기사인 류민형은 1991년생이다. 2009년에 입단하여 이듬해인 2010년 비씨카드배 세계기전, GS칼텍스배 본선 등 대형기전에도 턱 턱 올라가곤 했다. 이후 매년 본선 한 두 개씩은 올라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다. 하기야 본선 한 두 개라고 하지만, 한해에 본선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하는 프로가 200여명에 이르고 보면,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갈수록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정상은 멀어져만 가고, 그러다보면 쉬이 지치게 마련이고, 때 늦었음을 자각할 때쯤이면 군 입대 결혼 등 크나큰 현실로 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 그가 입단 5년 만에 힘을 좀 썼다. 아직은 일류와는 거리가 있는 류민형이지만, 최근 두어 달 동안은 일류다. 퓨처스리그 선수로서 1부 격인 바둑리그에서 5연승 행진을 하며 다섯 판에서 2000만원을 챙겼다. 일단 단일기전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확보한 것.
사실 바둑언론에서 '2부리거'라고 표현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용어다. 더욱이 '퓨처스리그'라는 표현은 더더욱 아니다. 흔한 야구용어에서 이식하다보니 그런 것이고, 바둑에서 프로는 다 같은 프로다. 랭킹20위와 50위의 차이는 그야말로 회수권 반장의 격차도 나지 않는다. 마치 계급을 나눠놓은 듯 약간 듣기 거북한 용어가 퓨처스리그라는 말이다.
바둑리그 퓨처스리그 64명을 통 털어서 5승은 다승공동 6위에 해당하고, 승률 100%를 달리는 프로는 류민형이 유일하다. 류민형이 바둑리그 검토실에 모습을 보이길래 그의 소매를 끌어 당겨서 몇 마디 나눠봤다.
▲ 최근 젊은기사들이 너나할 것없이 굉장히 열심히 공부한단다. 류민형도 죽도록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바둑리그에서 성적이 거칠 것이 없는데?
(몹시 부끄러워하며) 세계대회 우승한 사람도 아니고 쑥스럽다.
바둑리그라면 그래도 랭킹40위권 내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자신보다는 성적이 좋은 기사를 대상으로 5연승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는데?
입단 초기 때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바둑리그에 뽑히는데 실패했다. 처음에 뽑혔더라면 자신감이 있었을 텐데… 바둑리그에 들어야 진짜 프로인 듯한 느낌이 있다. 굉장히 자괴감에 빠지고 그랬다. 지난 시즌 바둑리그에 세 번 출전한 적이 있었지만 모조리 패해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마무래도 첫판에서 승리하니까 이전과는 다른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퓨처스 성적은 작년 10승4패를 기록해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한꺼풀을 벗는 것이 그리 어려운가? 큰 승부에 강하다고 해도 되나?
퓨처스에서 두는 것과 리그에서 두는 것이 아무래도 상금도 크고 상대방도 집중하니까 나도 집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이상훈 감독이 첫 경기 때 부담 없이 두라고 했다. 첫판에서 운 좋게 이기는 바람에 흐름을 탄 편이다. 한 두 판 이기니 팀에서도 인정받고 어깨 펴고 경기를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덕분에 요즘 자신감이 생긴다. 어쨌든 기회를 살리고 싶고,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승수를 많이 올리고 싶다. 큰 승부에서 강하다기 보다는, 큰 승부를 한번 해보니까 작은 승부보다는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
남은 기간이라는 것은, 군 입대를 말하는 것인가?
아직은 재학 중이라서 입대에 대한 압박은 없다. 다만, 군대 가기 전까지 얼마남지 않았는데, 공부를 더 하고 가려고 한다. 19살에 입단하여 5년 정도 되었는데, 미치도록 공부를 하고 가려고 한다. 지금도 바둑이 늘 수 있다고 보나? 당연하다. 열심히만 한다면 충분히 늘 수 있다고 본다.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공부를 하나?
대중없다. 1주일에 한번은 소소회 모임에도 나가고, 골든벨도장에서 어린 친구들과 리그전도 하고, 이렇게 바둑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고수들 바둑도 연구한다. 요즘은 평소에 대국이 없으니 타이젬 바둑도 빠지지 않고 둔다. 실전감각에 도움이 많이 된다. 상비군에 올라가지 못하고 아깝게 탈락한 기사들이 칼을 갈고 있다. 한국기원 5층 대국실에서 매주 한번은 모인다. 국가대표체제가 되면서 더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 바둑리그 류민형-변상일 대국. 사진만 보아도 누가 승자인지 알 것이다.
자신의 바둑스타일은?
공격형인데, 정확히 뒤가 강한 쪽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초종반에 승부를 거는 타입이라서 후반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송상훈 김진휘 변상일 한상훈 김동호를 연속으로 꺾었다. 5연승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은?
아무래도 랭킹도 가장 상위에 있는 같은 도장출신 변상일에게 이긴 것이 의미가 있다. 한상훈과의 경기도 다승선두를 꺾은 것이어서 운이 좋았다.
타이젬에서는 자주 둔다고 했는데, 아무 9단이나 랜덤하게 두는 편인가?
아니다. 중국 프로들과 주로 대국하고 있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승률 5할 정도 된다(웃음). 특급이라고 하는 친구들과는 한 30%의 승률이다. 그것도 컨디션이 좋은 날은 50%까지 올라간다. ID를 밝혀도 되나? 그건 좀 ㅎ.
지금 랭킹이 올라서 43위이다. 탑 랭커와는 격차를 솔직히 느끼는가?
실력 외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남들이 인정해주는 분위기여서 자신감도 있고 안정감도 있다. 일례로 탑랭커들은 스튜디오대국이라든지 낯선 해외대국 지방대국도 제 컨디션을 가지고 둘 수 있지만, 그 아래는 경험에 속하는 것이라서 약간 힘들다.
프로로서 좀 더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본선에 남아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내년을 선전의 계기로 도약해보고 싶다. 올 가을부터 타이젬에서 연마하겠다. 사실 올해 바둑리그 5연승의 과정을 보면 거의 역전승이다. 역전승이 역전패 보다야 낫지만, 이미 칼자루를 상대에게 넘긴 것이어서 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다 안정감 있게 그들과 승부해보고 싶다. 많이 응원해달라.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