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어코드
칼럼-웃다가 운 김채영의 2014년
여류국수전 쟁취-스포츠어코드 통한의 은메달
2014-12-29 오전 10:46:08 입력 / 2014-12-29 오전 10:52:06 수정
▲ 2014스포츠어코더 여자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김채영.
매년 12월에 벌어지는 스포츠어코드는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만든 이른바 서브 대회다. 바둑 체스 브리지 체커 중국장기 등 5개의 종목이 장시간에 걸쳐 치르기 때문에 관심이 분산되어서 그런지, 여타의 세계선수권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상금도 비교적 큰 대회여서 기사들에게는 선망의 기전이다.
3인이 출전하는 남자단체전의 경우 우승상금이 12만 달러. 사실상 우승이 한중전으로 결정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준우승상금이 6만 달러나 되기 때문에 농심신라면배 큰 차이가 없다. 여자의 경우는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으로 치러지고 우승상금은 4만 달러. 그렇다면 얼마 전 최정이 차지한 궁륭산배보다 우승상금보다 많다. 더욱이 페어시합의 보너스까지 있어 여자프로에겐 10일 간 1년 수입을 몽땅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무대다. 따라서 국내선발전에서부터 매우 치열하게 전개된다.
남자시드는 박정환 여자는 최정. 선발전을 통해 김지석과 나현 김채영이 선발되었다. 그러나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한 김지석이 일정상의 문제로, 더욱이 출발 며칠을 앞두고 간접교통사고를 당한 박정환이 출전을 포기하며 남자팀은 선수단 대거 교체라는 긴급수순을 밟았다. 결과는 남자단체는 은메달. 중국의 전력이 강하다기 보다는 우리 전력이 최상이 아니었다고 자위해 보지만 중국 역시 최강의 전력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선수층의 엷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 김채영-루이나이웨이 패자조 결승.
다시 금메달에 기대를 거는 종목은 여자개인전. 현재 세계 여자바둑계는 최정과 중국의 위즈잉의 여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루이나이웨이가 아직도 태산같이 버티고 있는 양상이다. 여자의 경우는 패자부활 토너먼트 방식으로 에이스 최정은 위즈잉에게 패배한 충격 때문인지 패자조에서도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헤이자자에게 패해 조기 탈락했다. 또다시 암울한 상황이었지만, 조커 김채영이 계속 승전보를 전하며 최종 결승에 진출했다.
패자결승에서 김채영이 루이에게 반집을 이긴 것은 최정이 궁륭산배 결승에서 루이를 이긴 것만큼이나 짜릿했다. 루이가 중국으로 귀국한 이후 중국은 리허, 왕천싱, 위즈잉 등 차례로 루이를 넘어서며 세대교체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아직 루이를 넘어섰다고 말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우리도 최정 김채영 등 10대 기사들이 루이를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결승전에서 위즈잉과 대결한 김채영은 초반부터 내용이 좋지 않았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우리 여자기사들의 초반 약점은 두드러지는데, 남자기사들처럼 사활을 통한 수읽기 능력향상에 치중하다 보니 약간 균형적이지 못한 점이 있다.
위즈잉은 세게 둘라치면 오히려 김채영의 역공으로 차이가 좁혀지고, 다시 평범하게 두면 차이가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위즈잉이 수읽기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대마를 다 잡으러 가는 올인 작전을 펴자 김채영 역시 수상전 싸움으로 가는 역공에 성공, 바둑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1도 위즈잉은 흑1로 두면서 승부가 끝났다고 믿었다. 백△ 대마를 모두 잡았다고 확신한 것이다. 마지막 30초 초읽기는 김채영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시간에 쫓겨 다음 수에 대한 확신 없이 둔 백2는 패착. 이후 수순은 백이 어떻게 두어도 한 수 부족이었다. 올해 많은 바둑을 보았지만 백2를 두는 30초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2도 백1로 가만히 늘었어야 했다. 흑2로 살 때 백은 3-7까지 외길 수순으로 전개해 A, B 맞보기로 알기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김채영은 대회 하루 전 39도가 넘는 고열로 병원에 입원해 가며 중국으로 향했다. 그런 투혼을 본 관계자들로부터 열심히 싸웠다고 많은 칭찬을 받았다. 거기엔 최정이 실력발휘 못한 것에 대한 가산점도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겼다면 어땠을까. 상황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여류국수전에서 박지은의 단수를 못 본 한수나 10번기 5국에서 끝내는 수를 못 본 구리 역시 가장 아쉬운 한 수의 주인공들이다. 비교하자면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운명이 바뀐 한 수들일지도 모른다. 진한 아쉬움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파이팅! 김채영. 너는 여전히 한국여자바둑의 희망이야.'
▲ 김채영-위즈잉 최종 결승.
TYGEM / 김성룡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