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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중일 천원전 이야기

2월은 각국 천원전이 볼만 하다

2015-02-08 오전 10:33:47 입력

▲ 1975년 일본기원선수권전 사카다에이오-조치훈 대결 장면.

지난 1월 한국의 국수전과 중국의 바이링배가 양국의 관심을 끌었다면 2월엔 한국과 중국 모두 비슷한 시기에 펼쳐지고 있는 천원전 결승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천원은 명인과 더불어 한 중 일 모두 기전 이름으로 사용될 만큼 바둑인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95후'로 불리는 나현과 신민준의 결승전 예상과 함께 한중일 3국의 천원전 상황을 정리해 본다.

일본 천원전
일본은 1975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첫 번째가 예전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기전 방식의 신 기전이 출범한 것이고 또 하나는 덤4집반 시대를 마치고 5집반 시대로 변했다는 점이다.

제22회 일본기원 선수권전은 타이틀 보유자였던 54세 사카다에게 18세 애송이 조치훈이 만났다. 조치훈이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며 패배의 아픔보다는 오히려 바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유명한 일전. 이 기전은 마침 일본기원이 관서기원 기사들의 참가를 허용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이름의 기전으로 바꾸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천원전의 탄생배경이 된다.

1975년부터 시작된 본선을 통해 1976년 1월 후지사와슈코가 초대 챔피언에 오른다. 이후 지난해 12월 40회 대회를 마쳤다. 좀처럼 기전서열이 바뀌지 않는 일본에서 4위 기전인 십단전이 상금 축소 영향으로 서열이 내려 간 것은 의외. 천원전은 자동으로 왕좌전(1400만엔)과 같은 공동 4위기전이 되었다.

일본은 전통의 7대기전 만큼은 아직도 도전기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전관왕을 향해 질주하던 이야마유타는 비슷한 시기 왕좌전에서 처음으로 자신보다 후배인 무라카와다이스케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다.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음인지 30대 후반이 되면서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도전자 다카오신지에게 천원전에서 3:2로 패배해 타이틀 개수가 4개로 줄어들었다.

▲ 일본천원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다카오신지.

▲ 중국천원전에서 도전권을 다투는 미위팅(승)-리친청

중국 천원전
중국은 프로제도 성립이 한국과 일본 보다 늦게 이루어지며 한 일보다는 기전의 역사가 짧다. 그런 점에서 올해 29기 우승자를 놓고 도전기만 남겨놓은 천원전이 가장 전통을 자랑한다. 1987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마샤오춘은 당시 국제 시합에서 발군이었던 녜웨이핑에게 승리하며 국제대회는 녜웨이핑, 국내대회는 마샤오춘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녜웨이핑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1년 후 명인전이 출범하며 지금은 두 기전 모두 상금은 비록 적지만 전통의 도전기제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한중일명인전, 한중천원전을 계속해서 이어갈 만큼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기전이 되었다.

도전기제의 특징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기사의 연패 기록이 남는다는 점이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토너먼트 제도에서 3연패 이상은 예전의 7연패 이상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역대 천원전 우승 기록을 가진 녜웨이핑, 마샤오춘, 류샤오광, 창하오, 구리, 천야오예는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기사들이었다.

제29기 통리배 중국천원전의 재미있는 점은 천원전 역사상 가장 어린 기사들로 8강전을 치뤘다는 점이다. 2월4일 도전자결정전에서는 몽백합배 우승자인 미위팅 (96년생, 랭킹3위)이 중신은행배(속기전) 우승자인 리친청 (98년생)에게 승리했다. 이 바둑 초반을 보면 미위팅의 기재를 엿볼 수 있는 수들이 나온다.

백:미위팅  흑:리친청
백2-8까지의 멋진 타개 수순. 돌이 깃털처럼 이렇듯 가볍게 날아다닐 수가 있을까. 그 동안 천원전 6연패를 하며 구리 이후 중국을 대표하던 천야오예(89년생, 7위)는 지난해 커제 이후 다시 한번 버거운 상대를 만났다. 만약 천야오예가 이번 천원전에서 패하면 중국은 80년대생들이 모두 타이틀 무대에서 퇴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 95후끼리 천원전 결승에서 만났다. 나현-신민준

한국 천원전
천원전에서의 역사만큼은 한중일 중 한국이 가장 짧다. 1996년에 제1회를 시작해 올해로 19회째. 중 일과 다른 특징이라 한다면 신예들이 로열로드를 걷는 지름길이 되었던 기전이라는 점이다. 2000년 이세돌은 '불패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중국의 미위팅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제5기 천원전에서 첫 본격기전 타이틀을 우승하고 몇 일 후 배달왕전에서도 우승하며 이창호 이후 확실한 후계자로 올라서게 된 계기가 된 기전이 바로 천원전이다. 다음해 박영훈의 우승도 그랬고 이어 송태곤 최철한 고근태 조한승 원성진 강동윤 박정환에 이르기까지 천원 위에 오르면 앞날은 창창대로.

중국도 어린 기사들의 활약이 대단하지만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 특히 결승 무대의 주인공이 된 나현과 신민준은 '95후' 세대다. 2000년의 이세돌이 그랬듯 나현도 조용히 물가정보배 우승에 이어 천원까지 노리고 있다. 정확한 형세판단을 바탕으로 한 수비형의 바둑 스타일은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고 돌아온 슈틸리케의 한국 축구대표팀 같이 상대를 질식하게 만든다.

반면 아직은 스타일이라 할 만큼 내세울 것은 없지만 신민준은 겁이 없다는 점이 장점. 라이벌 신진서가 모든 면에서 앞서 가고 있는 지금 타이틀전 우승 한방으로 신진서를 제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스승 이세돌이 10번기를 끝내고 신민준을 도와주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20세가 된 랭킹 8위의 나현 그리고 이제 16세가 된 신민준의 한판 승부. LG배와 함께 2월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 같다.
TYGEM / 김성룡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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