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조된 겨우살이와 건조 중인 겨우살이.
심마니조차 힘들어하는 직업이 약초 캐기다. 산에 들어가기만 하면 약초가 있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약초는 범인의 눈에 흔히 뜨인다면 약초가 아니라 잡초일 뿐. 결국 삼천리 방방곡곡 심산유곡을 돌아다녀야 한다. 간혹 산삼이라도 캐야 돈이 되고 이런저런 초재(草材)나 캐서는 먹고살기 빠듯하다. 혹시 산삼 같은 귀한 것을 캐본 적은 있을까.
"오대산에서 수천 만 원을 호가하는 크기의 산삼을 업자들에게 넘긴 적이 4번 정도 있었어요. 입산할 때 25kg 배낭을 지고 산비탈을 5~6시간 정도 올라서 1주일에서 보름 정도 움막에 기거합니다. 내려올때는 40kg이 됩니다. 새벽3시까지 밤을 새고 움막으로 돌아왔더니 덜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일반인들은 약초 중 산삼이 최고인줄 알지만, 사실 깊은 산속에서 정기를 받은 상황버섯은 산삼 못지않은 보물이란다. 자연산 야생 상황버섯이 지구상의 그 어떤 물질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오래 묵고 큰 것일수록 항암균사가 엄청나게 압축되어 주로 oo전선 향로봉 쪽에서 채취합니다. 삼은 100만원, 상황은 1000만원이라는 말이 있어요" 뽕나무에서 난 것은 진짜 뽕나무 상황버섯이고, 가문비상황 분비상황 개회상황 등 일반인은 일일이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천차만별이란다.
보통 심마니는 2인1조지만 산속나그네님은 혼자서 채취한다. 또 보통 건강원은 심마니에게 받아서 장사를 편하게 하지만 그는 직접 따오는 게 품질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믿는다. "솔직히 다른 사람보다 귀한 약초가 많이 보여요. 민통선 지역이나 군사작전 지역이라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만의 비법이 있습니다. 가끔 oo사단 체포조에게 잡혀서 허탕 친 날도 있어요."
그도 전문 심마니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들을 능가하는 일류 심마니. 그래서 그도 늘 경건한 맘을 갖고 산다. 길일을 택하여 산에 들어가고, 수일 전부터 몸가짐을 정갈하게 하며, 목욕재계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미신이 아니라 웅혼한 산에 대한 경건함이다. "움막에서 고등어를 알불에 구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어요.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런 일탈을 한 날은 영락없이 산은 베풀어주지 않아요."
▲ 3년전 그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산삼을 캔 적이 있다.
▲ 각종 상황버섯 등 산삼만큼 귀한 약초가 즐비하다
▲ 이웃 아주머니들에게 약초 산나물 등을 나눠준다고.그는 고향 청주인근에 유기농농사도 짓는다. 영리목적이 아니라 동네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즐거움을 위해서다. "요즘엔 산에 들어가면 저만 아는 곳에다 씨를 뿌려놔요. 나만 약초를 채취한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오랜 세월 지나면 내가 뿌린 씨앗 덕분에 '심봤다!'하고 외칠 수 있잖아요. 산은 베푸는 걸 가르쳐 주었지요. 가끔 산나물 나눠먹는 타젬 유저들도 꽤 있어요. 하하."
타이젬 식구가 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22세에 처음 바둑을 접했다. 앞서 많은 실패를 거듭할 적에 술을 가까이 했고, 그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기원에서 바둑을 배웠다. 거기서 2년 정도 바둑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재주가 있었던지 기원5급 기력에 도달했다. 그 뒤 사업을 하면서 기원을 찾을 시간이 없어졌고, 때마침 타이젬의 존재를 알아서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다. 틈틈이 바둑을 두어서 타이젬 6단까지 오른 적도 있다고 자랑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아무래도 타이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지요. 지는 걸 싫어해서 바둑공부를 했죠. 가끔 산에 갔다가 오랜만에 바둑을 두면 아이템을 써서 급수를 내려서 다시 올라오곤 하죠."
아무리 좋은 의술이라도 돈이 결부되면 절대 병이 낫지 않고, 진심으로 좋은 약재로 정성을 다해야 병이 낫는다. 젊은 시절 당한 수많은 실패 속에서 그는 앎을 깨달았고 삶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착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맘으로 산다고 했다.
"즐기면서 일을 하죠. 산더덕을 캐면 술을 담고 송이버섯을 따면 술 안주합니다.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즐깁니다."
오늘 바로 그 친구로 기자가 낙점되었다. 덕분에 가시오가피주 산머루주 마가목주 돌배주 산더덕주…. 그 외 이름도 처음 듣는 천연약초로 담근 보약술을 모두 맛을 보았다. 서울서 멀지 않은 청주였지만 기자는 당일 귀가하지 못했다.
▲ 산속나그네가 가장 즐거운 시간은 역시 타이젬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 건강원 한쪽 벽에는 손수 채취한 귀한 약초로 술을 담가두었다.
▲ 친구가 찾아왔으니 담근 술을 개봉하겠단다. 가시오가피주 산머루주 마가목주 돌배주 산더덕주 등 십여가지 술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