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부산시민바둑대회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는 임재경 부산바둑협회 부회장(왼쪽).
임창식 임선근 김종준 최철수 김준영 차수권 장명한… 80년대 이후 아마바둑계를 주름잡았던 부산의 맹장들을 어찌 잊을 손가. 롯데배최고위전은 지금도 부산 바둑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현재 부산은 80년대의 영화로움에 비하면 형편없는 바둑환경이다. 롯데배의 추억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최고위전(프로), 이붕배 어린이대회, 목석배 아마대회 등 크고 작은 대회가 모조리 사라져 그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팬들이 많다. 부산은 야도(野都)이기 이전에 가장 뜨거웠던 '바도(바둑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부산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작년부터 내셔널리그 부산데코스위치팀이 생겨났고, 얼마 전 끝난 여자바둑리그 부산삼미건설팀이 생겨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이라는 상징성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하지만, 부산시민바둑대회 하나만 달랑 남았던 암흑기에 비하면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던 지난 주말. 제17회 부산시민바둑대회에 참가한 부산 바둑동호인들의 열기는 막지 못했다. 10개 부분으로 열린 이날 바둑대회에는 1000명에 육박하는 선수단과 가족이 출전하여 성황을 이뤘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자웅을 겨루는 스포츠가 바둑 말고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남녀노소 소통과 화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둑의 매력이죠."
17회를 맞은 부산시민바둑대회의 호스트로서 현장을 누비는 임재경 부산바둑협회 부회장을 만나 부산바둑에 관해 몇 마디 얘길 나누었다. 그는 부산데코스위치 단장이자 최연소프로 신진서의 후원회인 '신진서와 부산아제들' 회장을 맡고 있다.
부산시장배가 지자체 시민바둑대회 중 가장 연륜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제1회 대회를 만든 이후 17년이라는 역사가 흘렀습니다. 그간 양적 질적 팽창을 거듭했는데, 협회나 부산시 그리고 바둑애호가들의 호응이 있어서 지금은 하나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협회의 임원으로서 계속 동참하고 있었고 아울러 전국적인 대회로 성장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작년 내셔널바둑리그 부산데코스위치팀을 창단했는데, 계기는 무엇입니까
바둑에 대한 사랑이죠. 내셔널리그가 각 지역별로 활성화되어 있는데, 저 역시 부산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응원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게 되었다는 점에서 즐겁게 생각합니다. 저보다 필시 좋은 분이 있을 텐데 저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진 것도 큰 행운이라고 봅니다.
데코스위치는 어떤 회사입니까.
데코스위치는 가전제품용에 들어가는 스위치 전문 제조 중소기업입니다.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스위치를 제작한 지는 20년쯤 되었습니다.
바둑을 후원하게 된 계기가 좋은 바둑친구들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일 하는 시간을 빼고 나면 거의 바둑친구들과 어울립니다. 또 틈틈이 기보를 놓아보고 타이젬바둑도 두곤 하죠. 저도 물론 어깨 너머로 바둑을 접했고 바둑인들과 친해지면서 바둑계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님이 자식과의 소통을 위해서 바둑을 두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바탕이 되었을 겁니다. 저도 쪼개진 접이식바둑판으로 바둑을 두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기력은 줄지 않는다고 하니 강1급이 되도록 희망을 가져보렵니다.
▲ 부산시장배 개막식에서 부산출신 프로와 한자리에 섰다. 이동휘 장건현 임재경 최철한 등의 모습이 보인다.바둑친구들은 일반친구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바둑을 통해서 만난 친구들은 일반 친구들과는 깊이에서 우러나는 맛에서 다르죠. 바둑을 두는 자체로 상대의 의중을 이해해야 하므로 한 단계 성숙한 만남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그 분과 만나서 눈을 맞추고 같이 나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바둑판을 사이에 놓고 냉정하게 승부를 결해보고, 또 끝이 나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둑이죠. 그래서 저는 그 귀한 친분의 정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진서와 부산아제들'이라는 신진서후원회 회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결정하게 되었나요
신진서는 부산의 자랑을 넘어 세계의 자랑으로 성장해야 하는 기재입니다. 신진서의 부친이 부산바둑계 분이며 늘 함께 대회했던 친구이기도 합니다. 부친의 친구 분들과 바둑을 사랑하는 부산의 제 모임의 회장이라든지 협회임원들 등이 모여서, 신진서의 성장을 빌고 박수쳐주자는 취지로 결성했습니다. 얼마 전에 발족을 했고 회원 단결과 나아가 부산바둑계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든 함께 할 것입니다.
끝으로 부산바둑을 위한 바람 한마디 해주세요.
부산바둑 애호가들이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죠. 다음으로는 부산이 배출한 프로와 아마강자들이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또 부산에 좀 더 많은 대회가 생겨나서 이들은 물론이며 바둑애호가들을 격려하는 의미를 살렸으면 합니다. 그 동안 부산바둑협회 이철승 회장님의 오랜 열정과 노력이 있었지만, 더 많은 부산기업인들이 부산바둑을 지원해주었으면 합니다.
▲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오른쪽)과 부산바둑계 현안에 대해 환담하는 임재경 부산바둑협회 부회장(왼쪽).
▲ 지난 2월 '신진서 부산아제들' 뒤풀이 중 신진서와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