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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채널, 승부수 혹은 무리수?

한국기원, 바둑채널 정식 출범-기존 바둑TV 반발할 듯

2015-08-15 오전 8:13:07 입력 / 2015-08-16 오후 8:30:47 수정

▲ 한국기원은 13일 오후 '바둑채널사업단' 발족식을 거행하고 제3의 바둑방송 출범을 선언했다. 좌로부터 박형우 한국기원 경영지원실장, 유창혁 준비위원, 양재호 사업단부단장, 박치문 단장,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겸 한국기원 이사, 김효정 박정상 준비위원, 강영진 부단장. 

바둑TV(CJ E&M), K바둑(한국바둑방송)에 이어 바둑채널(한국기원)이 생긴다.

(재)한국기원은 13일 오후5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제3의 바둑방송 '바둑채널(가칭)'을 공식 출범했다. ☞ 8월10일자 한국기원 바둑채널 만든다 기사 참조 이에 따라 1995년 12월 바둑TV(CJ E&M)가 최초의 바둑방송을 설립한 이래 2002년 위성방송인 K바둑(한국바둑방송)과 더불어, 3개의 바둑방송 시대를 맞게 되었다. 바둑채널은 2016년 1월1일부터 전파를 타게 된다.

이날 출범식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박치문 바둑채널 사업단장, 양재호 부단장 등 바둑채널 고위관계자와 유창혁 김효정 박정상 등 준비위원들도 함께 했다. 또한 주요 임원들의 인사발령도 있었다.

출범식은 먼저 관계자들의 공식 사진촬영만 한 채 곧장 저녁식사 자리로 옮겨 기자들과 대화하는 형식을 취했다. 성대한 발대식보다는 소수의 기자들만 참석한 조촐한 자리였다. 한국기원에서는 요란한 발대식은 원치 않았다. 3일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오후5시에 발대식을 가진 것이나, 그 흔한 보도자료 한장도 내지 않았다.

이에 타이젬은 바둑팬들의 바둑채널 태동에 관한 저간의 사정과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13일 바둑채널 사업단장인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기자단과 나눈 대화를 요약 게재하며. 14일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바둑TV 고위층의 견해도 취재하여 나란히 싣는다.

▲ 박치문 바둑채널사업단 단장.

박치문 바둑채널사업단 단장과의 일문일답

바둑방송이 생기는 경사스런 날에 발대식이 너무 조촐하여 의아스럽다.
팬들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이 행사를 요란하게 하지 않은 이유는 바둑TV와의 관계 때문이다. 바둑TV도 그간 나름의 공로가 분명히 있고,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한국기원도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조정을 게을리 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사태'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하는가?
바둑TV와 한국기원은 작년 바둑발전 6개 조항에 관해 합의했다. 오늘의 바둑계는 3가지 위기가 있다. 유소년 팬이 줄어드는 것과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바둑을 사랑하는 사회지도층이 줄고 있는 것, 그리고 중국에게 실력에서 뒤지게 된 것 등이다. 또 하나의 위기가 있다면 바둑방송의 위기다. 바둑TV는 바둑계에서 막강한 실력자다. 따라서 이 3대 위기를 해소하는 동반자가 되느냐, 아니면 이익극대화만 추구하느냐에 따라 바둑계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바둑TV는 CJ E&M이라는 사기업으로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바둑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바둑TV는 일종의 MOU인 6개 조항을 어겼다. 동반자로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6개항을 밝힌다면?
좀 길다. 지금까지 바둑TV가 기전주최를 해왔는데 이제는 한국기원이 주최고 바둑TV는 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바둑TV가 10%의 제작비로 가져갔다. 바둑대회는 그 자체가 콘텐츠인데, 바둑계는 어찌된 영문인지 기전예산에서 방송제작비를 충당하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3%로 조정하며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방송편성이 온통 대국 프로그램 일색이다. 바둑TV엔 바둑뉴스조차 없다. 바둑TV는 다큐멘터리나 강좌 역사물 등은 외면하고 오직 대국만 방송한다. 제작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작년 12월에 여자바둑리그를 실시했다. 이때 바둑TV는 3%로는 할 수 없다고 해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콘텐츠사용료를 내지 않고 거꾸로 받아가는 것은 현실이 이상했다. 그러나 그것도 관례였으니(갑자기 폐지하기는 뭣해) 과도기적으로 3%의 협찬비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또 운영협의회를 갖기로 한 것, 아마추어대회를 할 때도 한국기원 동의를 받으라는 것, 바둑TV가 기전을 창설을 유도한다면 한국기원이 소정의 공로금을 지급한다는 것 등등이다.

그간 바둑TV에 쌓였던 것이 많은것 같다.
가능하면 많은 판수가 방영되는 것이 후원사로서는 좋을 것이다. 후원사와 바둑TV가 요구하면 한국기원은 팬들이 바라는 박진감 넘치는 대회진행을 못하는 것이다. 방송시간에 맞춰 한국기원의 대국 스케줄을 맞추고 또 변경해야 하는 부담이 따랐다. 월간스케줄이 엉망으로 뒤집힌다. 또한 프로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인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인지 헷갈리고, 16강전 8판을 1주일에 한 번씩 방송하여 기전진행을 늘어지게 만드는 일도 그렇다.
특히 여자바둑리그에서 충격을 주었다. 힘들게 기전을 유치했더니 방송을 처음엔 안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죽어라고 일을 해봐도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바둑TV가 절대적인 위치에서는 절망적이었다.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보조를 취해야 하지만 바둑TV는 기업논리로 일관했다.

▲ 13일 바둑채널관계자들의 회의 도중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내년 1월 개국이라면 4개월 남짓 남았다. 구멍가게를 차리는 준비기간도 4개월은 모자랄 판인데 너무 촉박한 것 아닌가
스케줄대로 되고 있다. 5월에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들 촉박하다고 하지만 (시간적으로는) 충분하니 의심할 필요는 없다. 9월에 방송 인력을 공채할 것이며, 10월부터 사전제작에 들어가서 내년 1월에 개국한다.

방송국은 자본이 많이 들 것인데, 과연 바둑채널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연히 한국기원이다. 한국기원의 한 부서로 등록이 될 것이며 오늘 주요 임원들 발령도 났다. 돈은 많이 들지 않지만 돈 얘기는 오늘 하지 말자. 솔직히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바둑이 죽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죽는다. 사즉생의 맘이다.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가 사주로 있는 jtbc와의 관계는?
바둑TV는 막강한 초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바둑채널은 한국기원 소유이며 한국기원 돈으로 운영한다. 다만 개국에 있어 jtbc의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홍총재는 바둑콘텐츠를 살리겠다고 말씀을 늘 하셨는데,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는 살리기 어렵다고 보고를 드렸다. 다만, 방송에 대해서는 홍총재의 자산이 풍부하니 jtbc가 전폭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지금은 사이가 소원해진 것 같은데, CJ와 공존의 방안은 모색할 수 없는가?
한국기원은 힘이 없는 단체다. 자본금도 별 볼일이 없다. 이 사업이 어떤 불가피한 이유로 시작했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이 단체는 좌초한다. 한국기원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안 된다. 우리는 같이 할 생각이 없고, 12월에 바둑TV와의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다.

10여 년 전 세계사이버기원을 설립하는 등 한국기원이 링 위에서 직접 뛰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협회에서는 선례가 없는 일이다.
이 상태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고 바둑TV는 동반자가 되길 거부했다. 바둑TV는 언제나 CJ그룹 내에서 갈 데가 많겠지만, 한국기원은 오갈 데가 없다. 기자여러분도 도와 달라.

만약 바둑TV가 독자적으로 길을 간다면 계속적인 도움은 줄 것인가?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에서도 중계권은 사고파는 것 아닌가. 적절한 사용료를 낸다면 가능할 것이지만, (콘텐츠제작권을) 우리가 안주는 것을 가지고 시비 걸 수는 없을 것이다.

계약을 안 하는 것까지는 좀 심하지 않은가?
유일한 선택이다.

한국기원이 대한바둑협회와 생활체육협회 그리고 바둑채널까지 다 포괄한다면 집중현상이 오게 되는 셈인데…
지금 현재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오죽하면 우리가 직접 하겠다고 하겠나. 아마추어 쪽도 한국기원의 힘은 절대적이다.

▲ 바둑TV스튜디오에서 진행중인 바둑리그 장면.

바둑TV 관계자의 입장

일단 소식은 들었을 줄 안다. 10%냐 3%냐를 놓고 양측의 갈등이 깊은데, 그 사이에 어떤 협의과정을 거쳤나? 
공문서를 포함하여 공식적인 어떠한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 '6개 조항'은 한국기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았던 것이지 우리가 협상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6개 조항'을 어겼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원래 10%는 받았다는 것도 설명이 필요하다. 방송제작비는 10%도 있고 5%도 있고 다양하다. 마치 주관료를 떼듯 절대 돈만 또박또박 떼어간 것은 아니다.

한국기원 요구대로 3%를 받고 제작은 해보았나?
'6개 조항'은 작년 7월부터 발효해서 1년 정도 되었다. 1년간은 3%만 매체홍보비로 가져간다는 조항대로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기전별로 3%를 받으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방송 편수를 줄이든가 두 판을 동시에 한다든지 하는 형태로 한다면 3%만 받아도 할 수 있다고 수용했다. 그런데도 안 되는 기전이 있었긴 하지만.

거듭 묻는다. 3%조항 그대로도 할 수 있다고 했는가?
할 수 있다고 했다. 3%를 지키겠다고 했다. 1년 동안 하고 있었는데 바둑TV가 (6개 조항 중)무엇을 안 지켰는지 오히려 알고 싶다. 다만, 최대 5%로 갈 수도 있고 아예 안 받는 기전도 있을 수 있는데, 융통성 있게 처리했으면 좋았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그 외 반박하고 싶은 것은?
지금 와서 바둑계가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기전진행이 늘어지는 문제는 일방적으로 바둑TV의 책임이라는 것은 아쉽다. 3% 규정에 묶여있으니 우리가 손발이 묶인 상태 아닌가. 일방적으로 연동하는 조항을 바꾸자고 제의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또 여자바둑리그 얘기를 하는데, 한국기원에서는 모든 경기를 다 중계하라고 했다. 지지옥션배 같은 연승전도 다 중계하라고 했다. 3%를 받고 어떻게 하나. 국수산맥배는 방송분량이 적으니 1%만 받으라고 해서 1%만 받았다. 지금 이 사태는 바둑TV도 원치 않고 프로기사도 원치 않는데 한국기원만 원하고 있다.

원래 방송사는 방송권을 사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제작비를 요구해야만 하나?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방송권을 가공해서 되팔 수 있을 가치가 있을 때 방송사는 사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4개 스포츠에만 해당이 되는 현실이며, 바둑의 경우 불행히도 중계권을 사갈 보통의 방송사는 없다. 우리의 경우도 바둑계의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신료와 광고료만 가지고는 경영이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둑방송국을 만들지 않았나. 이것만으로도 바둑대중화에 막대한 노력을 한 것이다. 또 바둑리그 후원사 섭외에도 일말의 노력을 했고 프로들의 방송출연 등으로 기여한 부분도 있다. 바둑계가 어려우니 사기업인 바둑TV가 더 공헌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국기원은 콘텐츠사용권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직 공문으로 받아본 것은 아니니 때문에 말하긴 조심스럽다. 오는 12월에 계약만료다. 만약 계약연장이 안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한다면 대응을 해야 하겠지만... 법적 대응도 포함되나?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본다. 계속 협의를 통해서 그러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길 바란다.

만약 '쏠림현상'이 나타난다면 바둑방송에 어떤 현상이 예상되나?
당연히 바둑방송이 시들 가능성이 크다. 사기업 하나가 거의 독점을 해도 시청자들의 불만이 늘어가는 상황이다. 바둑TV가 출범한 지 20년이 되었고 10년 전부터 겨우 정상화가 되었는데, 그간의 노력과 투자비용 그리고 노하우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기원과 대화의 창구는 열어 놨는가?
우리가 한국기원을 어떻게 이기나. 어쨌든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죽이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양보할 게 있으면 다 한다. 콘텐츠 이용계약을 파기한다면 나만 살고 다 죽으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끝까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관계정상화다. 공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바둑계 파이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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