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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산맥은 전통이 될 것입니다"
국수산맥배 유치 산파역 이만구 전남바둑협회장
2015-08-11 오전 8:42:41 입력 / 2015-08-11 오전 10:03:15 수정
▲ 국수산맥배 창설의 산파역 이만구 전남바둑협회장
중국에서 벌어지는 개막식 폐막식 등 세리머니의 스케일을 보면 우리의 그것보다는 5배 10배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늘 입이 딱 벌어지곤 한다. 특히 요즘 중국은 바둑이 활황이라서 바둑팬들이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우리를 부럽게 만든다. 바둑TV나 인터넷으로 소식만 전할 뿐 그러한 행사에 초대된 적이 없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굉장히 부러운 장면이다.
이번 국수산맥배는 방학과 휴가철을 맞은 국제 바둑팬들에겐 축제 그 자체였다. 그리고 손님환대의 결정판인 개막식은 한중일대만 등 해외에 내놔도 전혀 꿇리지 않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했다. 개막식엔 500명 이상이 들어찼으니, 과연 국수를 3명이나 배출한 국수의 고향다운 스케일이었다.
한중정상대결과 국제페어바둑은 물론이며, 세계 10여 개국에서 모여든 어린이 기객들의 바둑한마당은 일찍이 전남 이외의 곳에서는 본 적이 없다. 남도의 멋과 맛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바둑행사라면 몇몇 관계자만 조촐히 모여서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분명 이런 훌륭한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 애쓴 분이 있다. 그는 극구 손사래를 치지만, 이만구 전남바둑협회장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 훌륭한 국수산맥배 창설에 공이 큰 산파역이었다. 그간의 노고에 대해 들어보았다.
▲ 프로와 아마가 공존하는 국제바둑축제를 열고 싶었다는 이만구 회장
국수산맥을 2년 연속 전남에서 유치하게 된 계기는?
2년 전 이세돌기념관에서 전남도청 고위공직자와 바둑발전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세계대회 개최를 건의했어요. 마침 교육과 바둑을 접목하고 싶다는 전남도의 방침과 일치했고, 곧장 도지사님께 건의하여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어요. 도지사님과 군수님이 개최하고 싶다고 해도 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행히 대회개최의 당위성과 반대급부로 어떤 이득이 있는 지 꼼꼼히 따져보고서야 유치가 결정되었죠.
올해도 행사가 크고 화려한데, 작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라면?
올해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예산이 줄어들었고 인원과 규모는 반대로 커졌어요. 메르스 때문에 한번 연기했다가 다시 원안대로 진행되는 바람에 이중으로 힘이 들었습니다. 해외어린이들에게 5월에 신청을 받던 중 취소하고, 다시 또 한 달 만에 모으려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요. 올해는 작년과 달리 한중대항전 출전선수가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었고 상금도 조금 줄였죠. 한국기원에서도 부담이 되었을 것인데 기꺼이 동참해주어서 감사할 뿐이죠.
예산 문제라면, 내년대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작년 1회 대회를 마치고 나서 도에서는 2~3년 만에 한번 씩 개최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냈어요. 저는 너무 기간이 길어서 연속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죠. 일단 한번 해보자고 밀어 붙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이 정도 규모라면 매년 치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홍석현 총재와 이낙연 도지사님 사이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등에서 대규모 선수단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그들이 쓰고 가는 돈도 꽤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수산맥배는 어떻습니까?
특히 중국에서 오신 분들은 바둑도 좋지만 하루 정도는 쇼핑 관광 등을 바랍니다. 그래서 올해는 광주투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막을 내린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가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그러한 노하우를 이번 국수산맥과 연계할 예정입니다. 외국 친구들이 자국으로 돌아갈 때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을 들고 간다면, 전남과 바둑에 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길 겁니다. 국수산맥에서 저희가 투자한 것보다는 외국인들이 2~3배는 더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작년 12월 중국 허페이에서 벌어진 춘란배 8강전 한국단장으로 참석한 이만구 회장, 그 옆은 화이강 중국위기협회주석.
전남이 국수를 3명이나 배출한 고장이지만 다른 여타 대회는 전무한 실정인데요?
최근 전남이나 호남에 기반을 둔 기업이 어려운 것이 요인일 겁니다. 우량기업의 후원이 연속성 있게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기업후원보다는 지자체 후원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국수산맥배 유치 이외에 또 다른 일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6년 전에 전남바둑협회장이 되었고 그 이전에는 영암군바둑협회장을 했습니다. 전남도지사배가 올 10월에 열리고, 전남교육감배가 올해로 5회째를 맞습니다. 영암협회장을 맡으면서 전남도지사배를 영암으로 유치하면서 예산을 대폭 올려서 전국대회로 격상시켰죠. 또 전남의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대회를 개최한 것이 제가 한 일입니다. 이것은 한 도시에서 계속 개최하는 것보다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것이죠. 또 전남교육감배도 제가 협회장에 오르면서 만들었어요. 몰론 혼자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전무님 사무국장님 각 시도협회장님과 수시로 연락을 취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전남도지사배가 10월에 여수에서 열리니 그때도 많이 찾아와 주세요.
1000만원이든 1억원이든 기전 유치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 어려운 일을 자청해서 하는 이유는?
전남바둑협회장을 맡을 때부터 바둑대중화를 생각했습니다. 또한 바둑에 담겨있는 인성과 교훈을 겸비한 스타가 나와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기원과 지자체가 공감을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앞으로도 프로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수많은 아마추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국수산맥같은 ‘프로암대회’야 말로 프로 아마가 상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린이가 바둑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또 바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는 게 평소 철학입니다.
구구절절이 바둑사랑이 묻어납니다. 평소 바둑에 할애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요?
바둑을 좋아하죠. 어렸을 때부터 부친과 바둑을 두면서 시간만 나면 접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까지도 아침에 눈뜨고, 점심시간에 틈이 나면, 퇴근하면 바둑을 보고 즐깁니다. 20대 때 나이 60이 넘으면 6층짜리 빌딩을 지어서 한 층은 꼭 기원을 크게 짓겠노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그래서 바둑학교를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변경되었어요.
▲ 이만구 회장(맨 오른쪽)은 국수산맥배 유치와 바둑특성화고 설립 등 바둑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으로 2014 바둑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자연스레 한국바둑고교 창설 얘기가 나오게 되네요. 특성화바둑고를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압니다.
바둑을 잘 두어서 최고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사회에 진출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다른 종목보다도 높을 수 있어요. 바둑교육을 받아서 성공하는 사람이 자꾸 나와야 합니다. 2010년 장만태 전남교육감에게 바둑특성화고를 제안했고 교육감님이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진행한 덕입니다. 바둑고가 명색이 특성화학교인데 제도가 특성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공교육이다 보니 학교에서 강의할 수 있는 조건이나 자격이 너무 까다로운 것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이 있지요.
바둑중학교를 또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부분도 거의 내부정리는 되었고 교육감님도 필요하다는 공감을 했습니다. 다만 예산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내년도에는 검토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연아 박찬호 손연재 등 스포츠스타 한 명이 그 종목을 이끌어갑니다. 바둑은 이미 세계를 제패했으면서도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어필을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아까 어린이대회 때 유명기사의 사인을 받기 위해 수많은 청중들이 몰려든 광경을 보고, 저는 한국바둑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하고 프로는 많은 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국으로 돌아가서 한국 전남에서 바둑을 두고 유명기사의 사인을 받아 왔다며 외국아이들이 얼마나 즐겁겠어요. 팬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는 바둑인이 될 때 비로소 바둑이 성공적으로 국민들 속에 파고 들 것입니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