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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山이 소리쳐 부르거든…"

한학과 바둑과 전통과 함께 사는 괴산 바둑지킴이 정순오 씨

2015-09-11 오후 4:08:58 입력 / 2015-09-11 오후 11:45:52 수정

▲ 바둑과 문화의 만남, 제1회 선국암바둑한마당을 준비 중인 괴산바둑지킴이 청산 정순오 씨.

모든 것이 빨라지는 이즘, 오히려 스피디함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느린 삶이 부각된다. 바둑도 빠르기보다는 느린 쪽이며 은근하여 깊이가 있다.

6척을 훌쩍 넘기는 높이에 오랜 시간 소중하게 길렀음직한 턱수염과 그의 피부와 같이 잘 어울리는 한복에다 검정고무신. 바둑은 물론이요 한시 서예 등 한학에도 조예가 깊은 '괴산선비' 청산(靑山) 정순오. 그는 '선비의 고장' 괴산의 닉네임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그의 자연친화적인 한옥에서 만난 청산은 숭고한 자연과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룬다. 200년 전 조선시대로 돌아온 느낌이며 완전 자연인이 따로 없다. 2002년 귀촌 후 그림 같은 집에서 농사를 짓다가 지금은 바둑강사 협회전무 등 바둑 일이 업이 되었다.

괴산군에서는 오는 19,20일 '선국암바둑한마당'이 벌어진다. 괴산군바둑협회 전무이사이기도 한 그가 산파역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것은 당연했다.

선국암(仙局巖)은 '신선들이 바둑을 두던 바위'란 뜻. 괴산이 자랑하는 갈은구곡(葛隱九谷) 중, 마지막 9곡이 선국암. 선국암은 바위위에 바둑판과 함께 바둑돌을 담는 구멍 두 곳이 나 있는 120년 된 '자연 대국장'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청산과 바둑과 선국암은 꽤나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 가족 모두 전통을 중시한다. 아들과 딸은 서당을 7년째 다니고 있으며(좌측 두 명), 달마당(부인의 호)은 실업탁구선수 출신의 탁구지도자라고. (사진출처-충북인뉴스)

괴산이 선비의 고장인데 바로 선비의 전형이다. 괴산이 고향인가?
15년 전까지 경기 포천 광릉수목원에 살았다. 금산이 태생인데 서울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괴산은 목장의 꿈을 가진 누님이 일찍 귀농을 한 곳이어서 자주 들리다보니 나도 괴산사람이 되고 말았다.

수염을 기르고 한복만 고집하는 등 '희한한 행색'은 언제 부터였는가?
20대 초반부터다. 머리는 왜 기르는지 묻는다면 자라니까 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깎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지 과거엔 다 길렀다. 전통적인 가치를 존중한다. 이렇게 입는 게 편하다. 노모나 어르신들 볼 때 좀 미안한 맘은 있다(웃음).

멋진 한옥이다. 분양받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과거에 한옥을 지어본 적도 있다. 보는 안목이 조금 있어서 2002년부터 3년이 걸렸다. 기틀 잡는 것 외에는 다 내 손으로 가꾸었다.

자녀들도 다 한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학에 조예가 있었나?
본격적으로 한학을 배운 적은 없고 스스로 공부했다. 선친에게 붓글씨도 배웠고 어릴 적 '도사할아버지'에게 바둑도 배웠다. 고전을 가르치는 전국유일의 서당이 충북 보은에 있다. 아이들이 3학년, 5학년 때 서당을 느끼게 해준 인연으로 지금까지 7년째 다니고 있다. 예전에는 신학문이라고 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었지만 지금 시대엔 고전을 배우는 것이 오히려 더 지혜로울 수 있다. 서당에서 10년은 공부해야 하는데 3년 정도 남았다.

▲ 지난 7월 선국암에서 정순오 전무(왼쪽에서 두번째)를 위시한 충북바둑인이 한데 모여 선국암바둑한마당 홍보를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 있다. 오는 18일 주인공은 김인 국수와 유창혁 왕위가 될 것이다.

자, 바둑얘기 들어가서-. 바둑은 어렸을 때부터 했나?
고1 때 이관철 사범이 아마강자였을 때 두 점에 이긴 적이 있다. 한때 프로의 꿈을 가져본 적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타이젬 8단이다.

바둑계에서 일을 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바둑은 일찍부터 좋아했지만 그저 팬으로서였다. 괴산에 터를 잡자 충북바둑협회 전무님이 '바둑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건의한 게 대략 7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전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 의정부에서 열린 마이너대회에서 32강 선수들에게 숙식을 제공한 인연으로 박성균 사범과도도 그때 인연이 되었다. 박사범은 인근 수안보에 기거한다.

바둑인이었다면 선국암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나?
1996년도에 갈은구곡에 가 봤다. 그러나 이후 별로 신경을 안 썼다. 다만 괴산과 괴산의 문화를 알려야 한다면 선국암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대회는 싫었다.

이번 행사는 어떻게 치를 것인지 잠깐 말해 달라
협회 분들과 준비위원회 모임을 자주한다. 먼저 김인 국수와 유창혁 왕위를 초대해서 선국암대국 퍼포먼스를 하며 전시회 토크쇼도 한다. 또 대금연주를 시작으로 전통차 시연, 시화, 붓사위, 한지공예, 우리가락 한마당 등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바둑문화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문화 예술 고전 국악 이런 계통에 협력해주는 지인이 많다. 그곳의 특징을 가지고 해야 바둑대회가 빛난다. 이곳에는 한지박물관이 있는데 기념품으로 한지에 선국암 탁본을 해서 드릴 예정이다. 한지한복을 김국수 유왕위에게 입힌다. 기대하시라.

바둑인으로서 바람, 괴산사람으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바둑인들이 바둑 하나만 고집하지 말고 다른 문화나 체육이나 다른 분야까지 포함하여 범위를 넓히면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괴산은 구곡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특히 선국암을 그 자체로 충분히 바둑뿐 아니라 역사성도 있는 곳이다. 바둑문화답사 1번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국암이 방치되어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선국암대회를 마치고 나면 보호팻말이라도 하나 만들지 않겠나.

☞ 神仙이 머문 자리, 선국암 바로가기

▲ 그는 괴산군 바둑협회전무이사이기도 하며 한학과 서예에 조예가 있다. 사진은 선국암대회 홍보를 위해 그가 직접 서예솜씨를 뽐내고 있다.

▲ 선친에게서 배운 서예 솜씨는 가히 일필휘지, 힘이 넘친다.

▲ 산중턱에 자리 잡은 한옥.

▲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

▲ 그의 한옥엔 바둑친구들이 자주 들른다. '느티나무통신' 차광주 기자, 충주바둑협회 이종익, 김상범 사무국장, 박성균 사범. 평택바둑협회 김문규 부회장, 정순오, K바둑 김홍진 본부장.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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