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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자바둑 간판스타 trace(P)가 놓친 한 수

타이젬 9단 빅 매치 PSG(P)-trace(P) 대국 하이라이트

2016-01-14 오후 1:15:49 입력 / 2016-01-14 오후 4:34:29 수정

▲ 오늘 오전11시50분, 타이젬 유저 120명이 관전 중이던 PSG(P)-trace(P) 대국에서 재미있는 형태가 등장했다.


점심시간을 10분 남짓 남겨둔 오전11시50분. 뭇 직장인들이라면 벌써부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어 엉덩이가 근질근질할 시간이지만, 타이젬 프리미엄 대국실에선 9단 빅 매치가 한창이었다.

주인공은 중국 강타자 PSG(P)와 중국 여자바둑 TOP 3로 손꼽히는 trace(P). 여자세계대회 우승 전력이 있는 trace(P)지만 PSG(P) 또한 만만치 않다.

어떤 프로기사의 형세판단 보다도 정확하다고 정평이 난 '타이젬 승부예측'에선 백을 쥔 PSG(P)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지만, 바둑은 오히려 흑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

여의치 않은 형세를 의식한 PSG(P)가 갑자기 자신의 돌이 약한 장면에서 상대 돌을 거꾸로 잡자고 하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장면이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였다.

공격의 나팔을 불던 trace(P)는 궁쥐에 몰린 생쥐가 뜻밖에도 고양이를 물려고 하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초읽기 소리가 들려오자 소위 '프로의 제일감'을 두고 말았는데, 이 수가 패착이 되고 말았다.

1시간 전에 끝난 따끈따끈한 타이젬 9단 빅 매치를 상세 해설로 재구성 해본다.

실전진행 따라가기1
● trace(P) ○ PSG(P)
흑을 쥔 trace(P)가 1로 지켜둔 장면. 여기서 PSG(P)가 백2로 응수를 물어본 수가 이상했다. '들여다 보는데 잇지 않는 바보는 없다'는 바둑격언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된 격언. 요즘은 오히려 '상대가 들여다볼 때 이으면 바보'라는 말도 나온다. 흑이 3을 선수한 후 5,7로 연결과 봉쇄를 동시에 성공시키자 졸지에 우변 백 대마가 위태로워졌다. 

실전진행 따라가기2
● trace(P) ○ PSG(P)
순식간에 수세에 몰린 PSG(P)는 난데없이 백1로 찌르고 다시 백3,5 우격다짐으로 흑 돌을 끊어가는 반격을 펼친다. 언뜻 보기엔 중앙 흑 돌 11개가 모두 잡힌 것처럼 보이는 상황. 타이젬 프리미엄 대국실 492번방 대화창에 "흑 다이"라는 의견이 올라온 것도 바로 이 시점. 하지만, 과연 하변 백 진영에선 수가 나지 않는 것일까.

실전진행 따라가기3
● trace(P) ○ PSG(P)
갑작스런 반격에 당황한 trace(P)는 흑1로 단수친 후 흑3에 젖혀가는, 이런 형태에서 '제일감'이라고 할 수 있는 수법을 구사했다. 그러나 PSG(P)가 백4로 꽉 잇고 나자, 흑에게 더 이상 후속수단이 없다. 흑5와 7을 선수하며 시간연장을 해봤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trace(P)는 결국 이 장면에서 돌을 거두고 말았다(142수끝 백불계승).

trace(P)가 돌을 거둔 이유1
▲ 흑이 1로 수를 메워가는 것은 백이 중앙과 수상전을 하지 않고 2,4로 하변 흑 돌을 먼저 공략한다. 한 눈에도 흑이 안되는 것이 확실한 형태.

trace(P)가 돌을 거둔 이유2
▲ 그렇다고 어설프게 흑1과 같이 수를 늘리려고 한다면, 백은 알기 쉽게 2로 중앙 흑 돌의 수를 조이기만 해도 된다. 양쪽으로 갈라진 하변 백 돌의 수가 모두 4수인 반면, 중앙 흑은 3수이므로 이것 역시 흑이 안 된다.

하이라이트1
▲ 관전 중에 갑자기 떠오른 수. (혹시 다른 수가 있을 경우, 고수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중국여자바둑 간판스타 trace(P)가 놓친 수는 바로 흑3으로 먼저 하나 끊어두는 수였다. 3의 곳이 하변 형태에서 수상전의 급소가 되는 자리였던 것. 실전진행 따라가기3 흑3의 공략법이 일감으로 떠오르는 수법이었지만, 지금은 중앙 흑 돌의 수가 4수 밖에 되지 않는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연구가 필요했다. 흑3으로 끊어둔 수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이라이트2
▲ 자체 수상전은 백승, 하지만 반전이 있다! 
계속해서 백은 6으로 한 점을 때려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흑7로 마늘모 하는 수가 중앙 흑 돌의 삶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한 수. 원래 이 형태는 자체 수상전만 놓고 본다면 백8,10으로 응수해 흑의 한 수 부족이다. 백12까지 하변 흑4점이 먼저 잡히는 것이 확실한 상황.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다.

하이라이트3
▲ 사석작전의 묘미. 흑17까지 요석을 잡을 수 있다. 
흑의 목표는 애초부터 하변 백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하변은 본래 백이 튼실하게 지켜놓은 순도100% 확정가였기 때문. 수상전에서 졌다는 것에 마음 아파하지 않고 흑13으로 침착하게 수를 메워가면 대 반전이 일어난다. 서로 교대로 한 수씩 수를 줄이는 것은 외길. 마지막으로 흑이 17로 요석 중에 요석인 백 두점을 때려내고 나면 백은 그야말로 쫄딱 망한 형태가 된다. 중앙 흑을 끊어서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데다가, 우변 백 대마는 여전히 풍전등화. 이랬으면 trace(P)가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았다.

하이라이트4
▲ 대동소이. 중앙 흑은 백 요석 두 점을 잡고 살 수 있다. 
백이 1로 두는 수도 있지만 흑2,4로 바깥에서부터 수를 줄여가면 대동소이한 진행이 된다. A의 곳에 단수를 당하는 순간 백 두점이 무조건 잡히게 되며, 그렇다고 백이 A로 잇는 것은 흑B로 수를 조여 이번엔 전체가 다 잡히게 된다.

하이라이트5
▲ 흑▲로 하나 끊어둔 수의 마법. 이 그림 역시 백이 모두 잡힌다. 
하변에서 요석 두 점이 잡히는 길을 피할 수 없는 백이 중앙 쪽을 먼저 메워간다면 어떨까. 일견 일리가 있는 전략인듯 싶지만, 바로 이 때 흑▲로 끊어둔 수가 빛을 발한다. 흑2,4로 1선 돌려치기를 시전하고 나면 중앙 흑은 3수인 반면 하변 백은 단 2수에 불과하다. 딱 한 수차이로 흑 승이 확정되는 것.

▲ trace(P)는 아마도 돌을 거둔 후에 하이라이트1 흑3,5 공격수법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심적으로 흔들린 trace(P)는 4연승을 달리다 위의 대국을 패한 후 불과 1시간 동안 시간패를 포함해 4연패를 당하고 만다. 위 화면은 4연패 후 5번째 대국의 중반 장면.
(기사를 쓰는 동안 냉정을 되찾은 trace(P)가 승리하며 연패사슬을 끊었다.)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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