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가 대국 중 자신의 뺨을 때리고 돌을 던지는 등 매너가 없는 행동을 해 설 연휴기간 동안 한·중바둑계가 들썩였다.
커제의 비매너 대국은 2월2일 중국에서 열린 박정환과의 하세배 결승전에서였다. 30초에 한 수씩 둬야하는 초속기전으로 서로 실수를 주고받는 등 대국은 어지러웠다. 종반 무렵 유리한 흐름이었던 커제가 우변에서 큰 실수를 하며 손해를 봤고, 그 길로 우승컵은 박정환 품으로 안겼다.
당시 자신이 실수했는지 꿈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커제는 박정환의 착수를 보자마자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렸다. 커제의 자학은 뺨을 때리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펄쩍 뛰며 손에 쥔 바둑돌을 공중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의 뺨을 때렸다.
커제가 두차례 자신의 뺨을 때리는 소리는 방송에 생생하게 전달될 정도로 컸고, 커제의 뺨은 빨갛게 붉어졌다. 현장에서 하세배를 생중계하던 중국 CCTV채널에 이 장면은 고스란히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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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가 보지 못했던 수를 박정환이 정확히 응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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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본 듯 커제는 놀라며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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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한 커제의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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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또 때렸다.
커제가 왜 펄쩍 뛰면서 자학을 했는지는 해설자들의 평을 들으면 감이 잡힌다. K바둑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안형준5단은 “커제9단의 돌들이 저절로 박정환9단에게 와서 죽었다”고 말했으며, 바둑TV에서 해설한 이희성9단은 “착각하기 쉬운 곳이지만 커제9단의 이런 실수는 1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실수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박정환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물으며 당황하지 않았냐고 하자 “바둑둘 때 상대방 행동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답했다. 또한 “짧은 시간에 서로 집중하면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커제9단이 중앙에서 단수를 쳤을 때, 커제9단이 실수한 것을 알아 차렸다”고 설명했다.
17초간 ‘커제쇼’가 진행되는 동안 앞에 있던 박정환의 행동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요동치는 커제의 행동과 대조됐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미동 없이 바둑판만을 바라봤다. 커제가 던진 돌 한 개가 자신의 바둑판 왼쪽에 있는 것을 문득 깨닫고 슬며시 그 돌을 커제의 옆자리로 밀어둔 것이 전부였다.
한국 바둑팬들은 ‘이 정도면 커제9단의 세계대회 출전을 당분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박정환9단한테 돌이 날라 갔으면 어쩔뻔했냐’, ‘돌 던졌을 때 좀만 왼쪽으로 튀었으면 불계로 경기 끝날뻔’, ‘경우가 없고 무례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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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는 바둑돌도 던져버렸다. 공중에 던진 바둑돌(왼쪽 빨간색 동그라미)이 방송에 그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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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바둑돌 하나가 박정환 근처에도 있었다.
침착했던 박정환은 자신의 바둑판 근처에 떨어진 백돌을 발견(오른쪽 흰색 동그라미)했다.
▲슬며시 백돌(오른쪽 흰색 동그라미)을 커제 자리로 옮겨줬다.
대국은 끝까지 이어졌고 망연자실한 커제의 자학은 계속됐다. 혼잣말과 헛웃음, 바둑돌을 달그락 거리는 행동들이 계속됐다.
여전히 박정환은 냉정했다. 바둑팬들은 ‘앞에서 따귀를 때리고 옆에서 바둑돌이 날아가는데도 전혀 동요 없는 박정환 ㄷㄷ’, ‘상당히 무례했는데 박정환9단이 매너 좋게 마무리를 잘해줬다.’ 등의 댓글을 달며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대국이 끝나고 커제는 개인SNS에 ‘프로기사 생활 중 가장 큰 실수를 했다. 당시에 매우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는 반성의 글을 올렸지만 중국 웨이보의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랜 시간 올라있었을 정도로 큰 이슈가 됐다.
중국 바둑팬들도 ‘바둑 매너부터 다시 배워야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바둑기사인 커제9단은 예절을 배워야한다’, ‘중국1위인데 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등의 불만의 의견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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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당일 자신의 SNS에 사과의 메시지를 남긴 커제.
'박정환-커제' 2019 하세배 결승 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video.sina.com.cn/p/sports/go/v/doc/2019-02-03/0002691270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