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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물

②한결같은 그대의 랠리 ‘김택수’

성실과 노력으로 일궈낸 1등

2018-11-05 오후 8:35:56 입력 / 2020-01-14 오후 3:41:36 수정

#②한결같은 그대의 랠리 ‘김택수’ 인터뷰 기사는 1편에서 이어졌습니다 ▶1편 바로가기
 



▲토네이도 탁구단 사무실 한켠에 있는 바둑판과 바둑알.



18살 세계선수권에서 스웨덴 발트너 선수와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공방전에서 2대3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김택수 감독은 이 때 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88 서울올림픽에서 유남규 선수에게 밀려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잠시, 1년 뒤 유로-아시아대회에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이름 도장을 꾹 찍었다. 지금까지 중국 뿐 아니라 해외 탁구계에서 김감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이 수많은 기록을 대신해준다.

한창 꽃을 피우며 막힘 없이 전진하던 김택수 감독의 발목을 잡은 사건이 있었다. 95년 중국에서 열린 43회 세계선수권대회 8강에서 중국의 왕따오를 3대0으로 셧아웃 시키고 4강전을 기다리던 때다. 국제탁구연맹에서 김감독의 라켓에 기준치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된 고무풀을 쓴 것으로 밝혀져 실격처리를 한다고 발표를 했다. 국제탁구연맹이 공인한 제품을 지금까지 사용해온 김감독은 탁구계 사상 처음으로 고무풀 때문에 실격 당하는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이 사건으로 탁구 라켓을 놓을 생각까지 했기에 자칫 슬럼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작 김감독은 ‘나는 슬럼프가 없었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다. 슬럼프가 왔거나 힘들어하는 선수들이 있다면 다른 쪽으로 잠시 시선을 돌리게 한다. 문화생활을 권하거나 등산을 권해서 다른 분야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시야가 넓어야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집중을 잘 하더라.
나는 슬럼프가 없었다. 컨디션이 나쁠 때를 슬럼프를 보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건 그날 경기가 안 풀린 것이다. 인생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최상의 컨디션 때와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때만 기억하고, 컨디션이 저조했을 때는 생각을 못한다. 슬럼프가 오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슬럼프랑 친해지면 된다. 슬럼프가 왔을 때 스스로 인내하고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더 높이 갈 수 있다.”


고무풀 사건을 이겨낸 김택수 감독은 96년부터 날아 올랐다. 선수로 경험하지 않아도 될 사건에 휘말린(?) 김감독은 이런 경험을 해봤고, 또 인내로 이겨냈기 때문에 현역 선수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중국 킬러'로 불린 김택수의 현역 시절. [김택수감독 제공]



후배들에게 조언과 함께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도 노력 중이다. 조훈현9단의 ‘고수의 생각법’은 운동하는 선수들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주변에 추천을 많이 했다. 바둑에 관심이 많은 정영식 선수에게도 선물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인생이라는 승부에서 이기고 싶다면, 삶의 기로에 서서 망설이고 있다면, 나만의 인생을 찾기를 원한다면, 지금 바로,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조훈현_고수의 생각법]

“바둑과 탁구는 분야는 다르지만 결국은 승부하는 것이다. 반집, 열집, 불계든, 듀스로 지는 것 모두 다 똑같이 지는 것이다. 기사들이 바둑 한수 한수 두는 것에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괴로워하고 긴장하는 것을 보니 탁구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1주일에 한번씩 스포츠심리학 김병준 교수가 와서 강의를 해주고, 운동할 때 정신적으로 필요한 내용에 대한 상담도 한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았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강하게 이야기하고 강조하다 보면 잔소리로 생각할 수 있기에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기사들은 대회가 없다고 안팎으로 아우성이다. 90년대에 세계최강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던 시절 한국바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몇 안 되는 대회도 다음해를 기약하기 힘들진 상황이다. 탁구의 인기도 바둑과 흐름을 같이 한다. 9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중국에 밀리면서 점차 대중들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탁구도 비슷한 상황인데 이런 고민은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양궁 국가대표 총감독이 탁구 국가대표팀 훈련을 시킬 때 와서 자주 하는 말이 ‘양궁은 조용한 운동이어서 그런지 인기가 많기 힘들다’는 것이다. 골프는 매주 한번씩 대회가 열리는데, 대회가 자주 열리다 보니 그 속에서 스타가 나오고 계속 경쟁을 하게 되니 결국 세계1위가 한국에서 탄생하더라. 어렵더라도 대회를 자꾸 유치해야 한다. 상금규모가 크고 작은 것은 두번째 문제다.

또 다양하게 대회 방식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지만, 대회가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생각의 발상이 중요하다. 상식을 파괴해야 한다. 대회를 할 때 바둑팬들이 직접 관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다가 서야 할 것이다. 우리만 하는 스포츠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성실과 노력으로 세계를 누볐던 김감독은 현역 선수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김택수감독 제공]

 


과거 운동할 때 보다 환경, 여건 모든 것이 좋아졌는데 선수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아쉬운 점도 보탰다. 김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강조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탁구 기술도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 노력을 해서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옛날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20년, 30년 전이나 앞으로도 자기 분야에서 노력해서 이뤄야 한다는 것은 불변이다.”

또한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빛이 나지 않는다. 성실과 노력을 실천하는 친구들이 성공하는 시대다.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매진하면서 탁구를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올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회가 온지도 모를 것이다. 선수들이 질 수도 있다. 최선을 다했다면 괜찮다. 재능은 부족한 편이지만 노력으로 부족한 재능을 따라 잡았다. 노력을 하고 있다면 이번에 안되더라도 운이 반드시 따라 온다고 본다.”며 성실과 노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안양 호계체육관 탁구 연습장 벽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문구 ‘나를 강하게 하는 것은 눈물과 땀 그리고 쉼 없는 노력!’은 김감독의 좌우명이다.
10년 넘게 세계 탁구계의 열손가락 안에 든 김택수 감독이 선수에게, 자신에게 강조하는 것은 한결 같다. 바로 ‘성실과 노력’이다.

자신의 좌우명을 뒤로 하고 사진을 남겨달라고 청하는 김감독은 세계를 호령했던 많은 날들 속에서도, 지도자의 길에서도 성실과 노력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하지만 '김택수의 눈물, 땀, 노력'이라는 변하지 않는 진실에 한국 탁구가 발전이라고 답할 날을 고대하며.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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