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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옥션배

'이창호-최정' 1년만의 대결, 이창호가 웃다

시청자 선정 희망대국에서 이창호가 불계승

2017-09-27 오전 1:20:37 입력 / 2017-09-27 오전 10:44:36 수정


정규시즌에서 봤어야할 대결이다. 그랬으면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만큼 보고 싶었던 두 기사의 대결이었다.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대결! 신사팀의 이창호와 숙녀팀의 최정 간의 대결은 11기 지지옥션배 최고의 매치였는데,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총 45건의 사연 중 12명의 시청자가 보내온 최고의 희망 대국! 못다한 승부의 결과는?

이번 특별 이벤트와 관련해 대회 관계자가 보내온 자료를 보니 바둑TV 시청자가 보낸 45건의 사연 중 12명이나 간절히 바랐던 대결이다. 아쉽게 비공식 이벤트대국으로 보게 되었지만, 여자랭킹 1위 최정과 이창호의 대국은 성사 자체로 화제가 되는 카드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해도 이창호는 이창호. 여자기사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 지금 과연 여자 최강기사가 어느 정도 경기력을 보일까.

그러고 보니 딱 1년 전, 지난해 오늘(9월26일) 똑같은 이 이벤트 무대에서, 같은 사연으로 두 기사가 마주했고 그때 이창호가 17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이것은 비공식대국이었다.
두 기사의 공식대국은 공교롭게도 하루 전(2016년 9월25일)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였고, 그 대국도 이창호가 185수 끝, 흑 불계승을 거뒀다. 통산전적 2대0.

1년이 지났다. 오뉴월 하루 해가 무섭다고, 자라는 새싹은 경험을 쌓는 만큼 줄기가 더 튼실해지고 뻗어나가지만 한창때를 보낸 이는 나이를 먹는 만큼 한계단씩 눈높이가 낮아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승부세계. 그러나 오늘만큼은 1년이 지났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벤트대결 2국은 신사팀 주장 이창호가 이겼다. 9월26일 오후7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11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특별 이벤트대국 2탄에서 숙녀팀 주장 최정에게 2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었다.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은 (주)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다. 올해 11기 대회는 숙녀팀이 우승해 1억 2000만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대회 총규모는 2억 4500만원이다.

▲대국장엔 이창호가 먼저 와 상대를 기다렸다. 봄날의 벚꽃마냥 화사한 원피스 차림으로 사뿐사뿐 걸어들어오는 최정. 배추흰나비가 날아들어오는 줄 알았다.


▲음음… 목이 타는지 물 한모금 마시는 이창호. 여전히 상대의 눈을 마주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표정하다. 어제나 오늘이나 그저 묵묵한 산.


▲반전무인(盤前無人). 상대를 의식하는 순간 진다. 마음을 가다듬는 최정.


▲ 돌을 가렸다. 최정이 홀짝을 맞히지 못해 백을 쥐고 두게 되었다.


▲시청자들이 편하게 바둑판을 볼 수 있도록 서로 자리를 바꾼다.
(카메라가 바둑판을 내리비추는 화면을 시청할 때, 흑을 쥔 쪽이 아래에 자리하도록 하기 위해 서로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 잘 두겠습니다.


▲손을 쭉 뻗어 우상귀 화점에 첫수를 착점. 이후 반상에 천둥이 칠지 돌풍이 불지 아무도 모른다.


▲조금 따갑고 밝은 스튜디오 대국이지만 대국자는 주위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카메라가 있건 없건 이내 무아지경에 빠진다.

 
▶오늘 대국 설명을 좀 해주시죠?
중반에 제가 많이 안 좋았는데 어떻게 역전하게 된 거 같습니다.

▶본선무대에서 조혜연 9단에게 져서 끝났는데, 만약 이겨 연승했다면 연승목표를 어디까지 잡으셨는지?
1승하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고요, 워낙 상대팀의 수가 많이 남아 기대를 전혀 않았습니다.

▶오늘로 지지옥션배가 마무리했는데 끝내는 소감 한마디.
일단 힘들긴 했지만 오늘 즐겁게 바둑을 둔 거 같고요… 신사팀이 올해 성적이 안 좋았지만 내년엔 더 잘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상변 싸움에서 백이 괜찮다고 본 거죠
싸울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끝내기에서….

▶중앙 두점을 내주었을 때, 그때 다시 안 좋아졌나요?
계가가 정확히는 안됐는데 만만치 않아졌고… 사실 그 전에 상변에서, 거기서 잘 뒀으면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본선무대에서 얼굴을 전혀 못봤는데 꼭 두어보고 싶었던 상대가 있었나요?
제 목표는 안두고 이기는 거였는데 목표달성해 기뻤고요. (웃음) 이창호 사범님과 두고 싶었는데 운좋게 우리가 이기게 되어….

▶인기가 좋은데 본인의 매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적을 좀 내서 그런 거 같고 예쁘게 봐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지옥션배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인터뷰를 마치자 마자 두 기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바둑판 앞에 서서 승부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스튜디오 조명을 끄지 않는다면 밤새 검토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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