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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에도 나이 앞에 장사 없다!
바둑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2015-07-15 오후 11:21:03 입력 / 2015-08-20 오후 1:36:15 수정
▲ 한국의 1인자 계보.
'면도날'로 불리던 일본의 사카다에이오는 "바둑을 알려면 40세를 넘겨야 한다"고 했다. 그 자신도 41세이던 1961년 제16기 본인방 타이틀을 따냈다. 이후 7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1963년에는 제2기 명인을 따내 사상 처음으로 두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기사가 됐다.
후지사와슈코는 1992년 66세의 나이로 제39기 왕좌전에서 우승해 최고령 타이틀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방어에도 성공해 이 기록을 연장했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한때 바둑계에 40대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그 이후에도 타이틀을 따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10대에 세계 타이틀을 따는 기사가 나오고, 30대에 들어서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40대가 넘으면 노장 취급을 받는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40대에 우승한 경우는 조훈현 빼고는 없다. 조훈현은 49세 때인 2002년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올해 목진석이 35세에 GS칼텍스배에서 우승한 것도 드문 경우다.
이창호(40)를 보자. 14세(1989년) 때 최고위전에서 스승 조훈현에게 처음으로 타이틀을 뺏은 이후 10여 년간 바둑계를 호령했다. 1990년 최다연승(41연승)을 시작으로 17세(1992년) 때 최연소 세계대회 우승(동양증권배), 최다관왕(1994년 13관왕), 연간 최다 상금(2001년·10억 원) 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30세가 넘어선 2000 년대 중반 이후에는 하락세다. 36세 때인 2011년 국수 타이틀을 잃은 이후 지금까지 무관(無冠)이다. 랭킹도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바둑 팬들은 그의 빛이 워낙 밝았던 탓에 그늘도 더 짙게 느낀다.
이세돌(32)은 2012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타이틀이 없다. 지난해 말 렛츠런파크배 등 4개 타이틀을 따내기는 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는 평이다. 판을 휘젓는 힘은 여전하지만 종종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한다. 이세돌은 아직은 중국세를 막아줄 보루이다.
현재 절정 고수는 박정환(22). 20개월째 국내 랭킹 1위다. 올해 국수에 올랐으며 LG배에서도 우승했다. 개인적으로 랭킹을 매기고 있는 배태일 박사는 박정환을 세계 랭킹 1위로 꼽았다. 또 랭킹 2위 김지석(26)도 전성기. 삼성화재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는 평.
뒤를 잇는 후보군으로는 한국물가정보배와 천원타이틀 보유자인 나현(20)과 KBS바둑왕인 이동훈(17), 신진서(15)를 꼽을 수 있다.
프로 기사의 전성기가 젊어진 것은 두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스포츠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대 후반부터 근력이 약해지는 다른 스포츠처럼, 바둑도 나이를 먹으면 '두뇌 근력'이 약해져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
김승준은 "요즘 추세를 보면 10대 후반이면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 20대 초반이나 중반에 전성기를 맞는 것 같다"며 "인터넷의 발달로 기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젊은 고수들이 나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 "젊은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앞으로는 절대 강자가 나오기도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위 기사는 7월15일자 동아일보 윤양섭 기자가 쓴 "반상에도 '나이 앞에 장사 없다'"를 타이젬에서 편집했습니다.
TYGEM / 동아일보, 편집 이영재
